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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해 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엽서는 책꽂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보관해 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엽서는 책꽂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 박성필
'박성필 앞'이라는 글씨가 또박또박 써있는 것을 보니 제 앞으로 온 것이 분명한데 발신지가 외국입니다. '누구일까'하는 생각에 바로 옆쪽을 보니 지난 해 받았던 엽서입니다. 바로 일주일 전에 버렸던 그 엽서이지요.

순간 '엽서, 네 운명은 버려질 것이 아닌가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건물 관리를 하시는 분이 폐지들을 정리하며 눈에 띈 엽서를 '혹시나' 하고는 되돌려줄 생각으로 보관해 둔 모양입니다.

"여기 와서 많은 걸 보지는 못했지만 OO이라는 나라도 어찌 보면 좋고, 어찌 보면 나쁜 것도 있더라. 차라리 한국에서 고생하는게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밥 한 줄에 6달러야. 물가도 비싸더라고.

아직 잘 모르겠다. 이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딱 떨어지는 답이 없네. 잘 지내고 있어라."

다시 두해 전 여름에 받았던 엽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친구 녀석은 결혼을 해서 벌써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엽서에 써서 보낸 이민에 대한 고민을 읽고 있노라니 웃음이 먼저 납니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고민을 많이 했었는지……. 아마도 친구 녀석도 이 엽서를 다시 읽으면 웃음꽃을 피울 것입니다.

비록 폐지와 함께 버려질 뻔 했던 엽서이지만 끝내 제 눈에 다시 띈 것을 보니 이 엽서는 방에 머물러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덕분에 한 동안은 '유일하게 보관된 우편물'의 영광도 누리겠지요.

먼 외국에서 엽서를 보냈던 친구와 함께 읽어볼 그 날까지 잘 간직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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