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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가족사진입니다.
얼마 전에 아들 지민이의 돌이었습니다. 엊그제 태어난 것만 같은 지민이가 1년 동안 잘 자라 준 것이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모였던 돌잔치였지만 매우 풍성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잔치에 손님들을 많이 부르지 않아 지민이도 저희도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힘들었던 것은 지민이의 돌 사진 찍기였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아내와 저는 돌잔치도 크게 하지 않는데(돌잔치를 가족끼리 하자고 합의했습니다) 사진이라도 예쁘게 찍어주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돌 사진 찍기가 그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돌 사진도 포기했을지 모릅니다. 얼마 전 우리 부부는 지민이의 돌 사진을 찍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아기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곳이라 분위기는 아주 화사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화사한 분위기와는 달리 곳곳에서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은 연신 땀을 흘리며 아기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 노란색 옷을 입은 지민이.
▲ 이번엔 지민이가 사진사가 됐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울음소리는 더욱 귀를 자극합니다. 사진 플래시가 아기들의 눈을 자극하는지 아이들은 사진을 찍기만 하면 울어댔습니다. 사진관 직원들은 아기들의 웃는 모습을 찍기 위해 아기 앞에서 온갖 쇼를 합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여기보세요~ 까꿍! 호~이 짱!"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민이도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겁에 질린 표정입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진관 직원이 우리를 부릅니다.

"지민이 어머니! 아기 옷 갈아입히세요."

사진관에는 돌 사진용으로 온갖 예쁜 옷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 주인공인 지민이의 표정은 정작 불안하기만 합니다. 드디어 지민이가 스튜디오 앞에 섰습니다. 앞에서는 직원들이 지민이를 웃기려고 풍선이며 장난감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민아 여기 봐~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지민이는 잠깐 기분이 좋았는지 웃기 시작합니다. 다른 애들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 부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연신 아들 칭찬을 늘어놓습니다.

"여보 지민이 무대 체질인가 봐~."
"그러게 연예인 시켜야 하나."

하지만 지민이의 기분 좋은 웃음도 잠깐이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을 찍기 위해 옷을 갈아 입히는데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두 번째 장면을 찍으려고 내려놓는 순간 울기 시작합니다. 연예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던 우리의 기대는 금방 허물어지고 맙니다. 앞에서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되지 않습니다.

"지민아 착하지 엄마 여기 있네."
"아~~~~ 앙~~~."

지민이는 무작정 울고만 있습니다. 결국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젖을 먹인 뒤 잠시 잠을 재웁니다. 몇 시간 후 다른 예쁜 옷으로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습니다.

▲ 지민이의 털모자가 인상적입니다.
다시 비장한 마음으로 지민이를 스튜디오 앞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사진기 플래시가 너무 강한지 한 장 찍자마자 울기 시작합니다. 아내와 저는 쩔쩔 매며 달래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사진관 직원이 한마디 던집니다.

"오늘 도저히 다 못 찍겠네요. 다음에 와서 한 번 더 찍죠?"
"저희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힘들 거 같은데요."
"할머니가 데리고 오시면 되죠."

할 수 없이 그날은 두 컷 정도만 찍고 우리 부부는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후 장모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장모님 지민이 사진은 찍었어요? "
"아이구 전 서방. 데리고 갔는데 하도 울어서 한 장도 못 찍었다. 자네가 와야겠다."

난감했습니다. 돌 사진 찍으러 두 번이나 갔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며칠 후 돌 사진을 위해 다시 대구로 내려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투지를 불태웁니다. 비장한 마음으로 사진관에 들어섰지만 지민이는 좀처럼 사진기 앞에서 웃어주지 않았습니다.

▲ 이번엔 지민이가 요리사가 됐습니다.
드디어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와 상의를 했습니다.

"지민이가 저렇게 싫어하는데 그만 찍자."
"그래도 평생 한번인데 조금 더 찍어보자."

저와 아내의 의견이 달랐습니다. 자칫 부부싸움으로 번질까봐 노심초사하다 다시 찍어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우리 부부는 지민이에게 준비해온 음식을 잔뜩 먹이고 잠까지 재웠습니다. 1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난 지민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저와 아내는 긴장된 마음으로 스튜디오 앞으로 지민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지민이가 웃기 시작합니다. 사진기 플래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쉴 새 없이 터집니다. 사진사도 우리도 정신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기분 좋을 때 최대한 많이 찍어 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웃기를 30분 일사천리로 사진 찍는 것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부부도 땀으로 옷이 젖을 정도였습니다.

얼마 후 돌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너무 예쁘게 나온 사진을 보며 가족들은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지민이를 고생시킨 생각을 하면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의 욕심이 아기들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을 해봅니다. 지민이를 위해 돌잔치는 조촐하게 했지만 사진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 자신의 돌 사진을 보며 즐거워할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합니다. 지민이가 앞으로 더욱 잘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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