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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해인사의 두 번째 이야기로 '사물(四物)'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농악에서 나온 사물놀이랑은 조금 그 의미가 틀리지만 네 가지 법구로 구성되어 있어 사물이라고 불리고 아침 저녁으로 사물을 치니 사물놀이라면 그것도 사물놀이일 수 있겠지요?

일정 정도 규모가 있는 사찰이면 큰법당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범종각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고 이 건물에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의 사물이 걸려있습니다. 물론 작은 절에는 이 넷 중에 일부만 있는 경우도 있지요.

▲ 방송촬영으로 범종각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새벽에는 꽤 어둡습니다.
ⓒ 정상혁
산사의 시작은 속세 사람에게는 한밤중인 새벽 세 시에 시작됩니다. 우주의 기운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새벽 세 시면 어김없이 도량석도는 스님의 나즈막한 염불소리와 새벽 단잠을 깨우는 목탁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가 끝날 즈음, 범종각에서는 법고를 시작으로 사물의 울림이 온 산을 휘감아 돌기 시작합니다. 네 가지 법구인 사물에는 각각 그것을 치는 의미가 있습니다.

▲ 해인사 법고입니다. 가운데의 붉은 색은 핏자국입니다. 법고를 치다보면 가죽에 손을 다치는 경우가 있답니다.
ⓒ 정상혁
먼저 법고는 육상에서 사는 중생들을 상징합니다. 법고 치는 소리는 마치 밀림에서 동물떼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합니다. 물론 법고의 가죽이 동물에게서 비롯된 것도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육상에 사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법고를 칩니다.

그 다음은 목어인데 나무로 만든 물고기 형상으로 몸통이 비어 있어 거기에 막대기를 넣고 움직이며 소리를 냅니다. 법고가 육상의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라면 목어는 물속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함입니다.

다음은 운판입니다. 구름 모양의 납작한 판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데 약간은 둔탁한 느낌의 쇳소리가 납니다. 하늘을 나는 중생들을 구제하려 칩니다. 마지막은 범종인데 범종은 지옥중생을 위해 친다고 합니다.

▲ 사물의 마지막은 범종입니다. 에밀레종만큼은 아니어도 긴 여운이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 정상혁
들은 이야기로는 범종소리가 들려오면 지옥에서 형벌을 가하는 형리들이 예불하러 가기 때문에 고통에서 잠시 쉴 수 있답니다. 사물은 두 팔을 '쫙' 벌려도 양끝이 닿지 않을 정도로 큰 법고로 시작해 '목어→운판→범종' 순으로 치게 됩니다.

사물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단연 법고와 범종입니다. 특히 법고를 치는 스님의 손놀림과 장삼의 펄럭임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릅니다.
ⓒ 정상혁

▲ 장삼자락 날리며 법고를 치는 스님 모습에 반해 출가하신 분도 있다던데 그 스님은 수행 잘 하고 계시겠죠?
ⓒ 정상혁

▲ 범종각을 향한 많은 눈길들이 보이시나요?
ⓒ 정상혁
지난 5월 7일 해인사에서 열린 음악법회 화엄만다라도 사물로 시작되었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전달할 수 없는 법고와 범종소리의 감동을 짧으나마 동영상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동영상에는 법고와 범종소리만 담겨있습니다. 나머지 운판과 목어소리는 직접 가셔서 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첨부파일
prjana_225696_2[1].asf

덧붙이는 글 | 많은 사찰들이 절에서 머무는 사찰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천하는데는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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