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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더 화려하거나 더 높은 곳만 바라 보게 된다. 내가 살아 온 길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서 연연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지만 실제 살아 가다 보면 과거가 존재하기에 오늘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어릴적 친구들과 뛰어 놀던 곳을 오늘 찾게 됐다. 쪽방들이 즐비하게 있고 골목 골목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 나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넓게만 보였던 골목이 좁아 보이지만 그래도 정감이 있다.
도심 속에 변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발전과 재개발, 그리고 도로 포장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 70년대 골목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던 곳 오늘 그곳에서 내 과거를 밟아 보았다.
다시 돌아 가고픈 어릴적 추억들과 다시 만나고픈 친구들은 없지만 그자리 그대로 있는 골목길 추억은 단지 복고풍의 그리움만은 아니다. 내 기억의 밑바닥부터 밀려 들었던 그리움이라고 해야 될 듯하다. 이런 골목은 누가 봐도 추억의 골목을 연상하게 할만큼 유사하다. 담쟁이, 그리고 벽이 없는 쪽방들 그리고 누구집인지 모르지만 개가 짖는 소리 담을 살짝 넘게 자란 감나무와 장미.
정겨운 풍경들과 함께 한 골목길.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나와 뛰어 놀것 같은 이런 골목들이 화려한 아파트에 자리를 내어 주고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다시 이 골목으로 돌아 오는데 겁 없는 20대와 화려한 30대 초반을 거쳐서야 가능했다. 20여년 걸려서도 다시 돌아 올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추억들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 그리고 다시 시작해도 될듯한 느낌으로 골목의 한 귀퉁이를 기대 서 있었다. 첫키스의 추억도 그리고 첫사랑을 훔쳐 보았던 기억들도 모두 담겨 있다. 사춘기 시절 가로등만 봐도 눈물을 흘렸던 기억들, 그리고 서러운 고독을 즐기면서 달과 별을 감상하던 기억들 모두가 이 골목길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