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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원내진출 1주년 기념 민주노동당보좌관협의회 체육대회에서 김정희 회장(심상정 의원실)이 이덕준 보좌관(현애자 의원실)에게 '양성평등지킴이상'을 시상하고 있다.
ⓒ 권박효원
"설거지·청소·전화업무는 기본, 수석 보좌관의 넓은 자리를 버리고 입구 자리배치를 자원. 가정에서도 육아와 가사노동이 일상입니다."

민주노동당 보좌관협의회(이하 노보협)가 남성 보좌관을 대상으로 '양성평등지킴이상'을 제정해 눈길을 끈다. 노보협은 20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원내진출 1주년 체육대회에서 양성평등지킴이상 시상식을 열었는데, 1회 수상자는 이덕준 보좌관(현애자 의원실)이다.

이 보좌관은 전체 민주노동당 여성 보좌관 5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양성평등지킴이로 선정됐다. 현 의원실 보좌관들은 추천의 글을 통해 "수석보좌관임에도 구석자리를 택하고 신문정리, 전화받기 등의 업무를 도맡아했다"고 설명했다.

현 의원실 보좌관들은 "대부분 의원실에서 수석 보좌관의 책상이 넓고 안정적인 자리로 고정화되어 있지만, 이 보좌관은 정책보좌관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외부인과 민원을 처리하고자 출입문 쪽의 좁은 곳으로 옮겼다"고 강조했다.

이 보좌관은 일찍 출근할 때마다 신문 등을 챙겨 담당자에게 전달해주고 다른 보좌관들의 자료까지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보좌관은 컵이 보이면 치우고 닦는 것은 기본이고 간식을 먹고난 뒤에 뒷정리를 하고 민원 전화도 열심히 받아 의원실 전체 보좌관들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이 보좌관은 당 지역위원장 활동을 하는 부인 뿐 아니라 혈우병을 앓고있는 아들을 위한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난 국정감사 동안 이 보좌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이 없어 가사 노동을 원활하게 하기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상을 받은 이 보좌관은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이 보좌관은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고무장갑을 받았다.

"'의원님' 편하게 식사하라고 보좌관이 의원실로 밥 배달하더라"

노보협은 이번 양성평등지킴이 선정을 위해 2주간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의원실별로 후보를 선정(투표율 74.36%)한 뒤 다시 전체 여성보좌관들이 2차 투표(투표율 88.89%)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내 손님은 내가 접대한다' '내가 마신 컵은 내가 씻는다' '걸려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등 기초적인 항목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국회 내의 고정된 성역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보협은 이후 국회의원이나 다른 당에 대해서도 양성평등지킴이를 선정하고 '국회 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한 민주노동당 보좌관은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은 손님에게 차도 직접 대접하고 운전도 직접 하는 편이지만, 다른 당만 해도 보좌관들이 의원 편하게 식사하라고 의원회관 식당에서 밥을 사서 의원실에 배달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격려사를 하기 위해 노보협 체육대회에 참석한 심상정 의원은 "1년 전 건물 출입구도 어딘지 몰라 헤맬 정도로 맨주먹이었는데, 여러 가지 불공정한 상황에서 보좌관들 덕분에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다른 당 의원들이 '훌륭한 보좌관을 뒀다'고 말하면 '보좌관도 훌륭하지만 의원과 보좌관이 상명하복이 아닌 끈끈한 동지애로 단결하고 있다'고 답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실은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심 의원과 알고 지낸 보좌관들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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