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골로 불리는 이 곳의 개울에는 제법 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고 고기를 잡으려고 첨벙거리는 아이들의 물통에는 새끼붕어가 십여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길에는 차에 깔려죽은 비단개구리가 가득한데, 아들은 '다시 차에 치인다'며 애써 주워 숲 속으로 던집니다. 골프장 옆 등산로에 접어들자 옻나무들이 가득합니다.
"얘들아! 옻나무다. 모두 닿지 않도록 조심해!"
물론 옻나무에 닿는다고 모두 옻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옻을 먹어도 열 사람 중에 한두 사람만이 옻이 탄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소 먹이러 다닐 때 걸핏하면 옻이 올라 고생을 하였습니다.
벌겋게 물집이 잡힌 팔뚝에 쌀을 씹어 바르다가 달걀노른자를 발랐는데, 그게 딱지가 져서 여즉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또 어른이 되어서도 옻닭을 먹을 때마다 옻이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옷에 옻이 닿았다며 울상을 짓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옻나무 사이에 소태나무도 더러 있습니다. 맛이 워낙 쓴 이놈을 뜯어다가 보이니 줄기의 색깔과 잎의 모양으로 제법 구별을 해 냅니다. 내려가는 길에 가죽나무를 만나면 다시 보일 생각입니다. 길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있습니다. 찔레순을 따서 먹으면 맑은 맛이 났지요.
우리가 그때 먹던 것이 어찌 이것 뿐이리오! 물오른 소나무 가지를 '송고'라고 불렀는데, 꺾어서 껍질을 벗겨내고 이로 훑어 먹으면 달콤한 수액이 입안으로 흘러 들었죠. 나는 '마' 이파리를 뜯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줍니다. '마'라고 하자 아이들과 아내는 용케 '마뿌리'를 기억해 냅니다. 또 고사리를 보이자 아내는 조심스레 꺾어냅니다.
아들은 나무덤불에서 망개열매를 찾아냅니다. 아내를 이파리를 보고 망개떡을 생각하나 봅니다. 아이들에게 열매를 주고 나도 입안에 넣어봅니다. 텁텁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아들은 '퉤 퉤' 침을 뱉는데, 아버지를 원망하는 눈빛이 역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릴 적에 망개를 오도독 오도독 즐겨 씹어 먹었지요.
내려오는 길옆에는 줄딸기가 많이 열려 있습니다. 나는 그 중 열매가 굵은 것을 따다 아이들에게 건넵니다. 이제 아이들도 부지런히 열매를 따서 입에다 넣습니다. 길가의 산딸기는 아직 푸른빛이 감도는데 개체수가 참 많습니다. 보름쯤 지나면 익을 듯한데 그때쯤 다시 찾을 생각입니다.
길가에는 '오염된 땅에 난다'는 지표수인 미국자리공이 많이 보입니다. 또 여기 저기 파란 비닐무덤이 보입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서 모은 무더기인데, 밑둥은 노란 비닐로 싸 놓았습니다. 모두 미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라고 합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보입니다. 산들바람이 내달리는 딸아이의 머리칼을 휘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