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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 홈페이지 이미지.
<그린로즈> 홈페이지 이미지. ⓒ SBS

<봄날>의 후속작으로 방송되기 시작한 SBS 드라마 <그린로즈>는 샐러리맨의 신분 상승적 사랑, 음모와 모함 그리고 누명, 탈출과 절치부심, 금의환향과 복수라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만화 같으면 어떠냐 싶지만, 이러한 점은 처음 시청률을 잡는데 곤혹스러움을 더 하게 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들여 해외 촬영을 했지만 다른 해외 로케 드라마들이 대부분 실패했듯이 알맹이가 없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중국 대기업의 회장을 구해주고 후계자가 되어 한국에 돌아온다는 설정은 황당해 보였다. 이럴 때 고수의 연기 변신과 이다혜의 캐릭터에 맞는 이미지와 김서형의 신선한 연기의 다중성으로 버티는 모양새였다.

한쪽에서는 김서형을 꼭 죽여야 했는가라는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시청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드라마의 사실성만으로 평가한다면 <그린로즈>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사실적 재현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드라마의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린로즈>는 그간 약간의 기복은 있었지만 잔잔하게 주목을 받아왔다. <그린로즈>의 매력 여부는 사실적 재현의 여부를 넘어,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이정현(고수 분)의 이중생활과 이에 따라 만들어진 오수아(이다혜 분)가 만드는 '사랑의 유리벽'에 공감을 하는가였다. 그렇지 않으면 장중원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그를 둘러싼 드라마 전개 구도에 동의할 수 없게 된다. 더욱 한동안 전개가 늘어지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린로즈>는 유일하게 추리와 두뇌 게임의 요소를 지닌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였지만, 갈수록 그렇게 쉽게만 보이지 않고 있다.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가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이 다른 드라마들과는 차별화 된 점이다.

<신입사원>과 <불량주부>는 전업주부와 고용, 실업문제에 대해서 코믹스럽게 다루었고 <불멸의 이순신>과 <해신>은 영웅의 인간적 일대기 혹은 무협 멜로를 통한 역사적 복원을 시도했다.

초반의 <쾌걸 춘향>과 <러브홀릭>, 그리고 <건빵선생과 별사탕>이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다면 늦깎이 사랑을 다룬 <열여덟 스물아홉>과 젊은이들의 혼전 임신과 결혼을 다룬 <원더풀 라이프>가 있었다.

여기에 <홍콩익스프레스>는 기업을 둘러싼 강한 캐릭터들의 연기 대결을 펼쳐 보였고, 이번에 종영된 <토지>에서는 무난한 전개와 배경 연출로 시대와 민족적 향수를 자극했다. 극적 반전과 스릴을 전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는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그린로즈>가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측면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도 <그린로즈>에 볼만한 요소가 있다.

어찌되었든 드라마의 영역과 소재는 다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간 트렌디 연기에서 진중한 연기로 변신한 고수나 이다혜의 좋은 이미지 굳히기 정도는 아닐까?

젊은 평범한 사원이 회장의 딸과 사랑에 빠져 정점에 섰다가 살인범 누명을 쓰고 각고의 고생 끝에 마침내 통쾌한 복수를 펼친다는 내용,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만화를 통해 충분히 섭렵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나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중파라는 방송을 생각하면 달라지는 문제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gonews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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