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집에 온 당신을 장미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당신의 기척이 저기 골목길을 돌아설 때 이미 내 마음은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 보이자 내 마음은 우르르 문밖으로 몰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문을 열고 뜰을 들어섰을 때 당신은 장미의 품, 아니 내 품에 안긴 것이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마당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빗줄기의 흔적이 물방울 보석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당신의 것입니다. 이 보석은 곧 햇볕이 거두어 가겠지만 당신을 향한 내 붉은 마음은 그대로 입니다.
내가 얘기했던가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매일매일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을. 오늘 새롭게 내민 봉오리진 마음도 당신의 것입니다.
그냥 아무 말없이 이렇게 당신과 얼굴을 맞대고 있기만 해도 좋습니다. 당신의 눈이 내가 누울 호수라는 전설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오호, 당신. 장미를 꽃이라고 생각했나요? 장미는 과실이랍니다. 사랑으로 영글면 장미는 과실이 됩니다. 주렁주렁 영글죠.
당신이 나를 만날 때면 항상 건네주던 그 아름답다는 헌사는 이제 거두어 주세요. 내게 있어 아름다움은 언제나 당신의 몫입니다. 제가 키우는 아름다움의 비밀은 그저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일 뿐입니다. 그 사랑이 저의 아름다움을 키우니 당신은 제 아름다움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당신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낼 때도 장미의 마음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내는 내 마음은 여전히 붉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자신의 사랑은 그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내 사랑은 5월을 넘기고 6월까지는 갈겁니다. 그 뒤로도 스러진 꽃의 뒤에서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한동안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사라진 골목길의 어귀를 내내 바라보았습니다. 다음에 당신이 올 때면 내 마음이 깔린 붉은 주단을 밟고 오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83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