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업무상 연락을 취해야 하는 사람들은 5월 23일이 휴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그것도 '부처님 오신 날 휴일'이라면 더욱더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음력 4월 8일 즉 지난 5월 15일에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행사를 가졌는데 동남아시아에서의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22일이기 때문입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웨삭 데이'(Wesak Day)라고 부르는 휴일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 즉 석가 탄신일이고 5월 22일 일요일과 휴일이 겹쳤기 때문에 월요일도 휴무를 하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별로 멀지 않음에도 이렇게 1주씩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옛날 날짜를 계산하는 개념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의 결정배경
석가는 BC 563년 지금의 네팔 지방에서 태어났는데 그 태어난 날이 음력 4월 8일로 전해지고 있으나 예전에는 요즘 음력 11월이 정월이었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음력으로 따지자면 2월 8일을 실제 석가 탄신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인도 등지에서는 옛날부터 현재의 음력 4월 8일을 석가 탄신일로 기념하고 있는 등 나라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국가간 교류가 없었을 때는 몰랐겠지만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자연스레 이를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 되었습니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서 1956년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제4차 세계 불교대회를 열고 양력 5월 15일을 석가 탄신일로 결정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에 따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력 5월 15일이 올해처럼 음력 4월 8일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으나 음력과 양력의 날짜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1998년 스리랑카에서 세계 불교도회의를 열고 양력 5월중 보름달이 뜬 날을 부처님 오신 날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월 중 보름날인 5월 22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 된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아직도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하는 것은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이 공휴일로 지정이 되지 않았으나 1973년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부처님 오신 날만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종교적 차별이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1975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이 되어도 도로 정체가 없는 이유
그런데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웨삭 데이'(Wesak Day)즉 부처님 오신 날이라도 지역별로 휴일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이런 나라들은 우리 나라처럼 전국적으로 같은 휴일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주별로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1년에 10일간의 법적 공휴일을 주게 되어 있다면 주별로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10일간의 법적 공휴일을 따로 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휴일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고 이러한 휴일 선택 방식의 영향으로 휴일이 되어도 도로 정체가 그리 심하지 않은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휴일 결정 방식은 도로정체가 심하고 휴일이 되면 유원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현실을 감안하여 우리도 도입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