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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장희용
뭔가 허전 한 것 같아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았습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미제국주의 식품이라고 해서 영문이 새겨진 옷도 입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제는 하루에 서너 잔도 마시니 세월에 무뎌진 것일까요?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천천히 걷다 초록이 보기 좋은 잔디에 앉아봅니다. 하지만 금세 일어납니다. 엉덩이에 묻은 잡풀을 툴툴 털어내면서. 그 순간에 양복이 버릴 것을 생각하다니, 갑자기 젊음의 패기가 사라진 나를 발견하며 쓴 웃음이 나더군요. 그냥 벤치에 앉았습니다.

캠퍼스를 찾은 시간이 오후 4시. 강의가 대부분 끝난 듯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나름대로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좋은 지 웃고 떠들고, 연인끼리 다정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따가운 햇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 장희용
'참 좋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이 사색의 공간이 제 마음에서 많이 사라졌나 봅니다. 일어나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아! 막걸리, 아직도 니가 살아있구나!’

도서관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학생들을 보았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캠퍼스에 막걸리가 있다니. 어찌나 반가운지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막걸리 한 잔 얻어 먹고 싶었지만, 그냥 눈과 마음으로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예전에는 소위 ‘짝’으로 마시면서 조국에 대해 논했는데. 저들은 무슨 말들을 하고 있을까?

ⓒ 장희용
반가운 막걸리를 뒤로 하고 고개를 돌리니 연인들이 보이네요. ‘참 좋을 때지’ 또다시 부러움의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대학 4년내내 뭐가 그리 바쁜지 소개팅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한 나로서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면 소개팅 한 번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 연인들처럼 캠퍼스 벤치에 앉아 보고 싶습니다. 아내가 이 글을 읽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 장희용
갑자기 음악 소리가 요란하게 나네요. 좋은 구경 거리가 있을 듯싶어 발걸음을 학생회관 앞으로 돌립니다. 아! 축제가 열리나 보네요. 중앙무대를 설치하고 있네요. 좋겠다는 말이 또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소개팅뿐만 아니라 축제 한 번 제대로 즐긴 적이 없네요.

항상 축제가 오월에 열리는 바람에 농사일을 해야 하는 저로서는 휴강하는 축제기간에는 시골집에 가야했거든요. 생각해보니 저는 대학시절 낭만과는 거리가 먼 것 같네요. 그래서 부러움이 더 큰가 봅니다.

ⓒ 장희용
남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네요. 저 젊음. 오월의 따가운 햇살도 젊음의 혈기를 막지는 못하지요. 하루종일 저렇게 땀흘려도 지치지 않는 젊음. 이제는 10분만 뛰어도 헉헉 대는 저이고 보니, 그 젊음 또한 부럽습니다.

잘 꾸며진 캠퍼스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훌륭한 휴식공간이 됩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네요. 고놈들은 좋겠다! 학교 근처에 사니.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햇살만큼이나 청명하게 들리네요.

시간이 5시를 넘어가네요. 그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충만하면서도 텅 빈 기분입니다. 캠퍼스의 젊음과 낭만을 훔쳐 마음에 담았느니 ‘충만’하지만 또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왠지모를 쓸쓸함이 밀려오네요.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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