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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난데없이 등장한 철조망으로 5·18 신·구묘역을 잇는 길이 볼썽사납게 됐다. 7개월 째 철조망이 방치되고 있지만 매입가 등으로 소유주와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윤영민씨는 25일 오전 11시부터 "5월영령께 사죄한다"면서 2시간여 동안 '참회 묵언 수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난데없이 등장한 철조망으로 5·18 신·구묘역을 잇는 길이 볼썽사납게 됐다. 7개월 째 철조망이 방치되고 있지만 매입가 등으로 소유주와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윤영민씨는 25일 오전 11시부터 "5월영령께 사죄한다"면서 2시간여 동안 '참회 묵언 수행'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철조망이 생겨 다시 5월 영령들이 철창 안에 닫힌 것처럼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방치한 광주시 등을 탓하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않은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이다.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럽다. 해결될 때까지 하겠다."

25일 오전 11시부터 윤영민(전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장)씨는 국립5·18묘지와 광주시립 공원묘지 제3묘역 사이에서 자신이 직접 짠 '이엉'을 바닥에 깔고 머리에는 삿갓을 눌러쓴 채 구묘역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80년 5월 광주학살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는 '참회 묵언 수행'에 들어간 것이다.

광주광역시민들은 국립5·18묘지와 제3묘역을 각각 '5·18신묘역'과 '5·18구묘역'이라고 칭한다. 그가 묵언 수행에 나선 것은 신·구묘역 사이에 난데없이 쳐진 철조망 때문이다. 주변에는 '사유지'라는 푯말과 '불편하더라도 돌아가십시오'라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5·18묘역 철조망 7개월째

신·구묘역을 잇는 길에 철조망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이다. 지난 2004년 광주광역시는 개인 사유지 421㎡(128평)를 매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구묘역 사이를 잇는 흙길을 포장하고 쉼터를 조성했다.

토지 소유주와 광주시는 매입 가격에 합의하지 못했고, 소유주측에서 철조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이후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5·18부상자회 등이 나서서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윤영민씨의 '참회 묵언수행'에는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질책이 담겨있다. 윤씨는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러워서 참회 묵언을 하기로 했다"면서 "해결될 때까지 묵언수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이 부끄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참회 중이다, 참회가 모두 끝나면 그 때 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남 담양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농사는 아침과 저녁에 지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윤씨가 묵언수행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함께 동행한 장원섭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위원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장 위원장은 "철조망이 생겨 다시 5월영령들이 철창 안에 닫힌 것처럼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방치한 광주시 등을 탓하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그래서 영령들에게 사죄하고 참회하는 것을 시작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참회 묵언 수행을 할 계획이다.

뽀족한 해법 없어 난감한 광주시

소유주는 광주시가 사전에 매입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0월 철조망을 설치했다. 한편에 신구묘역을 오가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해결될 까지 묵언수행을 하겠다"는 윤영민씨(오른쪽).
소유주는 광주시가 사전에 매입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0월 철조망을 설치했다. 한편에 신구묘역을 오가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해결될 까지 묵언수행을 하겠다"는 윤영민씨(오른쪽).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해 10월 철조망이 쳐지자 5·18기념재단은 1000만원을 기부해 토지를 매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감정가보다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 매입이 어렵다"면서 "계속 접촉 중이다, 소유주 마음이 돌아서기를 바랄 수 밖에 없어서…"라고 곤혹스러워했다.

장원섭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위원장은 광주시를 질타했다. 장 위원장은 "땅을 매입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면서 "물론 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 입장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건 국제적인 망신이다"며 "실질적 해결방법은 돈이지만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설사 비싸더라도 이 모양에 비하면 싼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문제해결에 나섰던 이세영 5·18부상자회 이사는 "사적지로 지정했으면 광주시가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묘역은 지난 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5·18성역화 사업' 일환으로 조성 공사를 시작해 97년 구묘역에 안장된 5·18 희생자 154기(최근 6기 이장)를 이장했다. 구묘역에는 80년 당시 희생자의 가묘와 함께 이철규·강경대 열사와 김남주 시인 등 민족민주열사 37명이 안장돼 있다. 구묘역은 신묘역이 조성된 이후 일반인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으며 현재는 대학 학생회, 노동운동·통일운동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등 관계자들이 방문자의 대부분이다.

철조망 사이로 구묘역의 모습이 보인다.
철조망 사이로 구묘역의 모습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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