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의 절정에 기초조형학 연구에 뜻을 모아 학회를 창립한 지 6주년을 맞는 즈음에 한국기초조형학회는 지난 21일부터 3일간 춘계 한국기초조형학회 국제 학술대회 및 국제작품전(2005 KSBDA International Spring Conference & Exhibition)을, 처음 학술대회가 열렸던 홍익대학교에서 열었다.
올 2005년 봄 학술대회는 아시아 4개국만의 범위에 국한되지 않은 진일보 확장된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참가 교류로 총 8개국에서 조형예술 분야 학자들이 참여하였으며, 대회 주제에 대한 6분의 기조강연과 7분의 초대작품 전시 그리고 학회 회원들과 참여국가에서 보내온 연구논문 약 50편과 작품이 발표되었다.
이번 국제작품전에는 총 350여점이 전시되었는데 중국 21점, 일본 15점, 대만3점, 독일2점, 네덜란드 4점, 이탈리아4점, 미국3점, 그리고 한국작품 280여 점이 전시되었다.
매번 작품전을 하면서 회원들이 우수 작품상을 선정하며 선정된 작가는 다음 작품전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감에 답하는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심사 제도가 있다.
2005년 봄, 국제작품전에서 우수 작품상의 그랑프리로 선정된 김 근한(한성대 겸임)님의 run, run,run & run은 창문이라는 허상의 영상 조형을 통해 일반적 일상의 리얼리티를 배제하고 작가 자신의 억압된 강박관념을 내러티브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실상적 창 밖 풍경의 일상이 아닌 내면적 억압된 일상을 배치함으로써 실제의 현상이 오히려 허상적 존재이며 내면의 보이지 않는 심리가 실제의 것이라고 하는 작가의 반어적 사고 표현이 이 작품의 중심이다.
특히 기초조형학회의 국제 작품전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갤러리 토크”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 방식은 국외의 초청작가와 국내의 희망작가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세계와 작품 설명, 개요 등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즉석에서 질의된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변등과 반론 등을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현대 미술에 있어서의 학문적,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을 현장에서 보다 가깝고 생동감 있게 체감 할 수 있다.
실제로 2004년부터 시작된 이 “갤러리 토크”는 많은 회원들의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일본작가 호시카 타미오의 작품(위) <떨리는 입술>은 착시조형의 탁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베이스 판에 새겨진 무늬의 간격조절과 그 위에 부착된 입체 판의 모서리 단면이 서로 작용하여 보는 이의 시점이동에 따라 마치 부르르 떨리는 듯 보이는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입체 판에 여자의 입술을 새겨 놓아 마치 25개의 여자의 입술이 서로 ‘사랑해요’ 라고 고백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만큼 보는 이의 몽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하나의 작품은 뮤직 앤드 아트라고 하는 일본의 어느 바닷가에서 열린 콘서트 입구에 전시되었던 인스톨레이션 작품 6개 중의 하나로서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파도 거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상징한 표현물인데. 특히 블랙라이트와 야광으로 제작된 미세한 알갱이들이 송풍작용에 의해 일정 공간에서 떠오름을 반복함으로써 그 조화로운 모습이 마치 실제 바닷가의 싱그러운 파도의 그 느낌 그대로를 연상케 하는 신선한 작품이다
한국기초조형학회는 이제 명실상부 국제학회로서의 완숙한 골격과 내용을 갖추게 되었음에 그 의미와 성과가 한층 빛나게 될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 내의 어떤 학술단체도 유지하지 못하는 탁월한 국제학술 교류 단체로서의 면모는 이미 일본, 대만, 중국 의 부러움을 삼과 동시에 미주와 유럽의 관련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그 공신력 또한 매우 높다. 이러한 성과는 일천 여명의 회원들의 피땀 어린 연구 결과와 작품 활동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기초조형학회는 국제 문화 안에서 한국 기초조형학의 진보된 연구 결과와 실증된 성과를 위해 한층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그 결과를 국제적으로 교류하여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분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기초조형학회 이사직과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국제전시 소개를 시작으로 이번 봄 학술대회 기조강연내용을 외국작가를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