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999년 10월 해외 잠적 이후 도피생활을 끝내고 돌아올까? 돌아온다면, 과연 언제 귀국할까? 그리고,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하지만, 벌써 4번째 귀국의사 타진인데, 이번엔 정말 들어올까?"
이는 분식회계 혐의로 5년 7개월째 해외도피 중인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검찰에 귀국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과 의문점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의 귀국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검찰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받게 될 수사와 그에 따르는 형사처벌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 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1년 '대우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과장 오광수)는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이 보유중인 관련자료를 꺼내 전면 검토하기 위해 들춰보는 등 준비 작업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30일 "김 전 회장측이 최근 대검 중수부에 귀국의사를 타진했으나 언제 들어올지 귀국을 확신할 수 없다"며 "일단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기소중지자 신분이기 때문에 귀국할 경우 곧바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검찰은 2001년 5월 대우그룹 임원들을 41조여원의 분식회계와 약 10조원의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중국 옌타이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종적을 감추고 잠적함에 따라, 검찰은 2001년 5월 김씨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또 그는 인터폴에 적색수배 됐으며, 입국시 통보조치를 돼 있다.
검찰 "김우중 전 회장 빨리 들어와라"... 혐의는?
만약 김 회장이 귀국할 경우 즉시 신병은 검찰로 넘겨지고 조사가 6년여만에 시작된다. 그렇다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게될까?
지난 2001년 3월 발부됐던 체포영장에 따르면, 그는 대우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 1997년 이후 3년간 가공 자산 조작과 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5개 계열사에 대해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10조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그는 영국 내 비밀 금융조직인 BFC(대우 런던법인)를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 및 차입금 누락 등으로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퇴출저지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다. 때문에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곳에 겨눠지게 되면 '초대형 게이트'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모든 일은 김 전 회장이 다했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따라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통해 비자금의 실체와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이 세명금속공업과 세명공업·흥일산업(이상 대우자동차 관련사), 모토조이·오성전자·세화산업(이상 대우전자 관련사) 등 6개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도 사법처리의 대상이다.
검찰, '구속수사' 통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 사법처리 수위는?
김 전 회장이 귀국한다면, 앞서 밝혔듯이 검찰은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금까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기소중지자 신분 관련자 대부분이 실형을 살았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검찰로 직행하면 구속한 뒤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그동안 규명하지 못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분식회계'를 지시한 과정 및 불법대출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조성된 비자금의 규모 및 사용처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는 분위기다.
이는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가 지난달 29일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임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강병호 ㈜대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장병주 ㈜대우 전 사 장과 이상훈 전 전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확정 선고하는 등 전·현직 임원들에게 징역 3∼5년에 집행유예 4∼5년형을 선고하고 총 23조358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최종 확정판결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재판부가 "피고들은 회계분식 규모에 대해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았고 김 회장 등과 공모했다"고 김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확정판결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추징금에 대한 책임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69세의 고령인 데다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았고 그후에는 심장질환이 겹쳐 후유증과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신병처리가 어떻게 될 지 여부도 관심 사항으로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의 범죄 혐의 자체나 재벌의 탈법관행 등을 고려하면 '중형의 선고'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과정에서의 건강상태 및 국가경제에 기여한 부분 등이 참작되고 정·관계의 '동정 여론'이 확산될 겨우 형이 확정된 이후 '사면복권'될 소지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김우중 전 회장, 과연 이번엔 정말 들어올까?
이런저런 궁금증과 의문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김 전 회장이 이번에 정말 귀국할까'라는 생각일 것이다. 왜냐하면, 김 전 회장이 검찰에 귀국 의사를 타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4번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전 회장의 입을 통해 '비자금'의 실체와 정·관계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소위 '쓰나미'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귀국이 성사될지는 미지수.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김 전 회장이 귀국 의사를 전해왔었는데, 이를 통해 국내 반응과 검찰의 의지 등을 떠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그의 귀국여부는 반반이지만 그래도 필요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이 이번에 귀국한다면, 자신의 형사처벌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두터운 베일에 가려진 대형 의혹사건의 진실과 마주 서겠다는 준비가 된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 김 전 회장의 귀국을 놓고 검찰 및 재계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과 현 정권 사이에 귀국시기 및 사면 등을 놓고 '사전교감설'이 이미 일찌감치 나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초나 늦어도 8월경에 귀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관련 일지 | | | | ▶1999년 8월 : 대우그룹 채권 은행단,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
▶1999년 10월 : 김우중 당시 대우회장 회장, 중국 엔타이 대우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 뒤 잠적함.
▶2001년 11월 : 프랑스 인터폴, "김우중 전 회장 프랑스 국적 취득, 독일에서 신병치료 중" 발표.
▶2005년 3월 :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 "로르 그룹 로베르 로르 회장이 2003∼2004년 사이 서울에서 김 전 회장 만났다" 보도. 이에 대해 로르 회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함.
▶2005년 3월 : 법무부, "김우중 전 회장 명의의 한국과 프랑스 여권 확인 결과, 1999년 출국 이후 귀국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힘.
▶2005년 4월 : 김 전 회장 베트남에서 목격. 연합뉴스, "김우중 전 회장 베트남 남부 호치민시 거주, 하노이에 설립 중인 65층짜리 주상복합 빌딩 추진"라고 보도.
▶2005년 4월 29일 : 대법원,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 혐의로 기소된 대우그룹 임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23조358억원의 추징금 선고하면서 김우중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힘.
▶2005년 5월 13일 : 법무부, 석가탄신일 맞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사법처리됐던 이성원 전 대우 전무 등 4명 특별복권 조치.
▶2005년 5월 29일 : 대우그룹 관계자, "김 전 회장 현재 독일에서 치료중이며, 귀국 희망"이라고 밝힘.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