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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지하철 마들역에는 '마들 문화의 집'이 있다. 이곳 전시실에서 지난 5월 25일에 상계8동 주민자치센타에서 그림을 그려온 이들의 수채화 전시회가 있어 초등학교 1학년생 딸아이와 함께 가보았다.
맑은 물빛을 흠뻑 담은 그림을 보는 동안 그림 속에 녹아든 투명한 수채화처럼 머리 속이 맑아졌다. 도시에서 태어나 콘크리트를 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둥근 항아리 그림은 할머니의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고, 맑게 채색된 포도는 한여름 푸른 포도나무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안겨준다.
물감에 물을 섞어서 쓰는 수채화 그림은 물의 양에 따라 그 색상의 다양한 변화를 선사해 주었다. 붉은 사과가 발그레한 빛을 띠고 보라빛 청포도의 탱탱한 느낌도 물의 양, 즉 농도조절에 따라 달리 보였다.
물감을 기름에 풀어 채색하는 그림을 유화라고 하고 물에 풀어 채색하는 그림을 수채화라고 한다. 초 중 고 시절 미술 시간에 가장 많이 접한 수채화는 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그림으로 잘못 인식되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아마도 수채화 그릴 때에 사용하는 재료, 즉 물감과 물 등의 재료를 구하기 쉬운 탓에 생긴 잘못된 인식이 아닐까?
전시작품 포도를 그린 김백자님에게 왜 물빛이야기라는 전시회명이 정해졌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터질듯, 과즙의 물을 쏟을 것 같은 포도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수채화라고 생각한다며 수채화의 좋은 점을 말해주었다.
흔히 수채화는 유화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데 물감을 겹쳐 칠했을 때 안쪽의 색이 은은히 비쳐 보이는 맑고 투명한 느낌은 유화 물감으로는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 수채화의 장점이란 것.
그래서일까? 전시된 그림의 내용이 한결같이 물과 연결된 물빛 가득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입 가득 베어물면 입안 가득히 물이 고일 듯한 과일을 그린 한민숙님(상계8동)의 '속삭임', 표주박이 놓인 샘솟는 샘물의 이숙님(상계8동)의 '생명', 보이지 않지만 꽃병과 주전자에 담겨 있을 물을 표현한 오미자님(경기도 남양주시)의 '사유의 공간', 산골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그린 박신희님(상계8동)의 '사기막골의 가을' 등이 한껏 물빛의 매력을 품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