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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통만 내놓고 '생맥주'를 팝니다.
이렇게 통만 내놓고 '생맥주'를 팝니다. ⓒ 최광식
9월에 신병훈련을 받은 저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연병장을 박박 길 때 제일 생각난 건 목구멍 속까지 쩌억쩌억 감기는 시원한 생맥주였지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병맥주의 시원함과 비슷한 온도의 시원함.

중국에서는 그런 거 바라시면 안 됩니다. 병맥주든 생맥주든 시원함과는 거리가 많이 있지요. 일반 가게에서도 한여름에 미지근한 병맥주를 내놓는 것이 일상다반사 입니다. 에고 또 오해하실라! '인색한 중국인들 전기료 아끼려고 별거 다 한다'고 하실까봐! 저도 처음에는 여러분들과 같이 생각했습니다만, 1, 2년 같이 겪다보니 전기료가 아까워서 차게 냉장 안 하는 것보다는 '찬 음료'에 익숙하지 않아서 입니다.

근(500g)으로 팔지요. 보통 1근에 1위안~2위안
근(500g)으로 팔지요. 보통 1근에 1위안~2위안 ⓒ 최광식
제가 크으 크으 온갖 시원스러움에 대한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은, 제가 만난 중국인들에게는 마시기 꺼리는 익숙하지 않은 온도인 것은 확실합니다. '너무 차가워!'라던가 아니면 한턱낸 사람 체면 탓인지 싫은 소리는 안하는데 인상은 쓰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한여름에도 그냥 맥주를 마십니다. 미지근한 맥주는 김빠진 소주 맛인데. 하여간 그것도 익숙해지니 먹을 만 합니다. 중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이 우스개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미지근한 맥주 마시면서 아무 불만 없는 자기 자신을 볼 때 아! 내가 중국에 적응이 됐구나!'라는….

생맥주도 역시 냉장 안한 채 줍니다. 압축공기 탓인지 조금 시원하기는 하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 따끔하게 쏘는 맛이 없는 걸로 봐서는 역시 온도가 높은 편이지요.

이렇게 비닐봉투에 넣어줍니다. 봉투가 약해서 잘 찢어집니다.
이렇게 비닐봉투에 넣어줍니다. 봉투가 약해서 잘 찢어집니다. ⓒ 최광식
'자피'라고 부르는 이 길가 생맥주는, 제가 사는 이 동네에서 한 근(500g)에 보통 1위안(元, 현재 한국원 130원 정도)에 팝니다. 산동 유방에 있을 때는 1.5위안, 산도 청도에 가면 2위안에 팝니다.

한국 학생들과 달리 술에 약한, 흠. 정확히 말하면 술 마실 기회가 적었던, 중국 학생들은 많이 마셔야 2근 마십니다. 저는 보통 6근 정도, 학생들 대여섯 명과 같이 마셔도 많이 나와야 20위안 나옵니다. 요즘 한국에서 생맥주 한 잔에 얼마나 하는 줄 모르겠지만….

'취다오'맥주입니다. 그 유명한 '청도(靑島)'맥주는 비싸서 잘.. ^^;
'취다오'맥주입니다. 그 유명한 '청도(靑島)'맥주는 비싸서 잘.. ^^; ⓒ 최광식
생맥주 가격 비교하는 김에 맥주 값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길가에 앉아 먹는 맥주는, '취다오'라는 지역맥주인데, 한 병에 1.5위안입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먹으면 2위안, 노래방 가서 마시면 5위안까지 받습니다. 부럽죠? 가격만 따지면요.

제가 슬슬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그러던가요? 어른들은 숫자로만 따진다고?

숫자로만 비교하면 단순비교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물가차이와 소득차이도 따져봐야 되지만… 한국이 비싼 건 사실입니다.

아! 그리고 중국에서는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이 적은 것 같습니다. 아니 한번도 본 적이 없군요. 일본에서는 많이 봤는데…. 경제발전에 따르는 부수적인 인간소외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도 경제발전하면 혼자 술 마시는 도시인들이 많이 늘어나겠지요?

將進酒 장진주

- 李 白 이 백 -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廻(분류도해불부회) 바삐 흘러 바다로 가 다시 못 옴을
又不見(우불견) 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고당명경에 비친 백발의 슬픔
朝如靑絲暮如雪(조여청사모여설)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었다네
人生得意須盡환(인생득의수진환) 기쁨이 있으면 마음껏 즐겨야지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잔에 공연히 달빛만 채우려나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준 재능은 쓰여질 날 있을 테고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부래) 재물은 다 써져도 다시 돌아올 것을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락) 양은 삶고 소는 저며 즐겁게 놀아보세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술을 마시려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岑夫子,丹丘生(잠부자,단구생) 잠부자, 그리고 단구생이여
將進酒,君莫停(장진주,군막정) 술을 마시게, 잔을 쉬지 마시게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그대들 위해 노래 한 곡하리니
請君爲我側耳聽(청군위아측이청) 모쪼록 내 노래를 들어주시게
鍾鼎玉帛不足貴(종정옥백부족귀) 보배니 부귀가 무어 귀한가
但願長醉不願醒(단원장취불원성) 그저 마냥 취해 깨고 싶지 않을 뿐
古來賢達皆寂莫(고래현달개적막) 옛부터 현자 달인이 모두 적막하였거니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유기명) 다만, 마시는 자 이름을 남기리라.
陳王昔日宴平樂(진왕석일연평락) 진왕은 평락전에 연회를 베풀고,
斗酒十千恣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 말 술 만금에 사 호탕하게 즐겼노라
主人何爲言少錢(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인 내가 어찌 돈이 적다 말하겠나
且須沽酒對君酌(차수고주대군작) 당장 술을 사와 그대들께 권하리라
五花馬,千金구(오화마,천금구) 귀한 오색 말과 천금의 모피 옷을
呼兒將出換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 시켜 좋은 술과 바꾸어오게 하여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 시름 녹이리라.

(출처: http://www.siul.pe.kr/dolcha23.htm)


번역은 아랫 것이 훨씬 자연스럽군요.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와 바다로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권문세가의 늙은이가 아침에 푸르던 털이 저녁에 백설같은 백발이 되었음을 거울에서 보고 슬퍼함을.
인생은 득의했을 때 기쁨을 즐길지니, 달밤에 술동이만 혼자 쓸쓸히 놓아두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늘은 나의 재주를 반드시 쓸모가 있어서 만들었고, 돈이란 쓰고 나면 다시 또 오느니라. 양을 삶고 소를 잡아 마음껏 즐기나니, 모름지기 한 번 마심에 삼백 잔을 넘길 것이다. 친구 잠부자와 단구생아 !
잔을 드리니 막지를 마오. 그대에게 노래를 보내나니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주오. 멋진 음악이나 맛있는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취하여 깨어나지 않는 것을 원할 뿐이로다.
예부터 성현이란 다 적막하였고, 오직 마시는 사람만 이름을 남겼느니라. 조조의 아들인 식(植,진왕)은 옛날 낙양에 있던 평락관이라는 데서 잔치할 때, 한 말 술에 만금을 뿌리며 마음껏 즐겼다지 않은가?
주인 되는 내가 어찌 돈이 없다고 하겠는가? 어떻게 해서든 우선 술을 사다가 그대와 대작하겠노라.
그러기 위해서는 오색의 값비싼 얼룩말이나, 천금이 나가는 모피를 처분하더라도 상관이 없노라. 아이야 ! 나가서 맛있는 술로 바꾸어 오너라. 그대와 함께 마시면서 영원 무상한 인생의 깊은 슬픔을 녹여 보고자 하노라.

(출처: http://ipcp.edunet4u.net/~koreannote/7/7-술.htm)


제가 존경하는 술꾼 '이백' 형님의 '장진주'라도 음미하면서 오늘 저녁에도 '자피' 한 잔 해야겠군요. 중국에 있으니 '백호 임제'의 시라도 음미하면 술맛이 더 땅길지도.

세상에 태어나서 만주 땅을 못 삼켰으니
그 어느 날에나 서울 땅을 다시 밟을 것이냐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말을 재촉해 돌아가는데
눈이 시린 저 먼 하늘
짙은 안개가 걷히는구나

(출처: http://www.onman.co.kr)


크으~ 정말 시원하지요? 오늘도 고인의 풍류를 흉내내 한 잔 하겠습니다. '임제' 선생의 다른 일화라도 곁들이면 더 맛있겠군요.

'아버님 왜 술을 드시나요?'
'응! 오늘은 달이 떠서….'
'어제는 그믐였는데 왜 드셨나요?'
'응! 어제는 달이 안 떠서….'


'술마실 핑계 못 찾는 술꾼은 술꾼이 아니다!'

산동 평도에서
배나온 기마민족
자티 올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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