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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오후 2시 경기도 광주 특전 교육단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  2진 1700여명에 대한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오후 2시 경기도 광주 특전 교육단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 2진 1700여명에 대한 환송식에서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오마이뉴스>가 최근에 입수한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등에 제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다국적군사령부(MNF-I)의 한 장군(사타 준장)이 자이툰사단을 방문할 때 처음으로 유엔 산하 이라크원조기구(UNAMI) 아르빌사무소에 대한 경계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초에 개소될 UNAMI(UN Assistant Mission for Iraq)는 유엔 산하의 임시기구로 이라크 재건임무를 수행하는 NGO(비정부단체) 조직이다. 다국적군사령부에서는 UNAMI 아르빌사무소의 외곽 경계를 지원할 예정이었던 알바니아군이 지원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자이툰사단에 경비 지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에 지원 요청을 받은 자이툰사단에서는 합참 및 NSC에 보고해 "평화·재건지원이라는 파병임무 특성상 공세적인 작전이 수반되는 경계지원은 곤란하다"며 "이는 한국 정부와 유엔이 논의할 사안"이라고 다국적군사령부(미군)에 답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다국적군단(MNC-I) 사령관(바인즈 중장)은 사타 준장으로부터 자이툰부대의 입장을 전달 받고 "왜 경계지원이 한국군의 임무에 해당되지 않느냐"며 불쾌해하는 등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중부사령부에서는 합조단 한국군 연락장교를 통해 만일 동맹군이 이 지대의 경계임무를 수행할 경우 자이툰사단에서 작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문의해오는 등 계속해서 경계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이툰사단에서는 UNAMI 임무의 중요성과 사단이 MNC-I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경계지원보다는 동맹군 연계부대를 한국군이 작전통제하는 선에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합참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라크 평화유지와 재건이라는 파병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미군측에 '경계 지원이 불가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가' 방침은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미국 방문 및 미측 NSC 관계자와의 면담을 계기로 유엔 시설 경계 지원 임무가 '이라크 평화유지와 재건이라는 파병목적에 부합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 선회에는 미측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종석 NSC 차장의 미국 방문 계기로 입장 선회

이와 관련 한·미관계에 밝은 한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이종석 사무차장이 잭 클라우치 미 NSC 부보좌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클라우치 부보좌관은 이 차장에게 "미국 정부는 이라크 재건을 위한 유엔 사무소에 대한 경계임무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한국이 거절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차장은 "미군과 유엔의 지원 요청을 받고 NSC 상임위를 열어 논의한 결과, 유엔 사무소에 대한 경비 지원은 평화·재건 지원이라는 파병 당시의 대국민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면서 두가지 사유를 들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평화·재건지원이라는 파병임무에 따라 자이툰부대의 외곽 경계임무도 쿠르드자치정부(KRG) 민병대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르빌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들도 보호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사무소를 보호(경계)하는 것은 내외국인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라우치 부보좌관이 이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청하자, 이 차장은 "NSC 상임위에서 재논의해 보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정부 입장이 '이라크 재건임무를 수행하는 유엔 산하 NGO 사무소에 대한 경비 임무는 이라크 평화유지와 재건이라는 파병목적에 부합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결국 미국이 유엔을 통해 한국 정부에 UNAMI 아르빌사무소 경계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온 뒤로 국방부와 외교부, 그리고 NSC가 이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긍정적 검토' 쪽으로 급선회했다. 내세운 명분은 이전과는 정반대로 "이 유엔 산하기구가 이라크 평화재건 활동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동의한 한국군의 주둔 임무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 위한 사전 작업?

그러나 경계지원 임무를 수행하려면 추가로 병력 소요가 예상되는 데다 부대원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라크 평화유지와 재건이라는 당초의 파병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놓고도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시각으로 30일 새벽 4시(현지 시각 29일 밤 11시)께 자이툰 부대 외곽 남쪽 200~500m 지점에 포탄 4발이 떨어지는 등 그동안 수차례 테러 위협을 받았던 자이툰 부대에 이라크 저항세력들로부터 처음으로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진 것도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저항 세력들은 그동안 유엔 시설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도 여러 번 감행했었다.

또 최근에는 자이툰 부대의 활동 자체가 테러 위협을 부른다는 경고도 나왔다. 자이툰 부대는 현지 치안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월 중순부터 아르빌 지역 군대와 경찰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 장교반 2기 수료생들을 포함해 261명에 대한 교육을 마쳤고 현재는 병사 140명에 대한 소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는 평화재건지원(치안유지 지원 등)의 파병목적에 따라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치안전력 양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자이툰 부대의 이런 활동 자체가 이라크 저항세력들을 자극해 테러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자이툰부대의 유엔 시설 경계 지원 검토는 다른 다국적군 병력들이 철군이나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자연스레 이라크 저항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의 방침이 경계 지원 '불가'에서 '가능' 쪽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6월 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와 관련 NSC 관계자는 "잘 모른다"거나 "외교부 쪽에 확인해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신현석 외교부 공보관도 "유엔에서 아르빌사무소에 대한 경계 지원을 요청한 것만 알고 있다"면서 "경계 지원 결정 여부와 배경에 대해서는 NSC를 포함한 정책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국적군은 철군·감축하는데 한국은 경계병력 강화

현재 이라크에서는 불가리아군이 철군(460명)을 추진하고, 영국군은 9000명에서 5500명으로 감축을 추진하는 등 다국적군 동맹군의 본격적 철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병력 감축 및 파병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바그다드를 방문할 때 2006년 초반까지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감축(14만2천명에서 10만5천명)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또 미 육군에서는 파병 장기화에 따른 장병들의 사기 저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파병기간을 10∼12개월에서 6∼9개월로 단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유엔(UN)이 경비를 요청한 시설은 아르빌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이툰부대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자이툰부대는 주둔지 이외 시설에 대해 처음으로 상주 경비를 맡게 된다.

합참은 이와 관련 자이툰부대, 제르바니, 미국 정보팀 등과 합동으로 피탄지역 및 추정 사격지점 등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 적대세력이 자이툰부대 주둔지를 목표로 원거리 간접사격에 의한 테러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보임에 따라 테러 효과 극대화를 위한 추가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위협수준을 'Red'(위협)상태로 유지하는 가운데 부대 방호태세를 격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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