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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찰칵! 우리 딸은 바닷가를 참 좋아합니다.
바닷가에서 찰칵! 우리 딸은 바닷가를 참 좋아합니다. ⓒ 장희용
오늘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충남 장항에 있는 송림리 백사장에 갔다 왔습니다. 이곳은 모래찜과 장항의 특산품인 대합이 유명한 곳인데, 마침 놀러간 날 '모래의 날 대합 큰 잔치'가 열려 덤으로 좋은 구경도 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아빠하고, 그것도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바닷가에 와서 노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펄쩍펄쩍 갯벌을 뛰어다닙니다.

호미를 안가지고 와서 대신 대나무를 주었더니, 그래도 즐겁게 조개를 찾고 있습니다.
호미를 안가지고 와서 대신 대나무를 주었더니, 그래도 즐겁게 조개를 찾고 있습니다. ⓒ 장희용
사람들이 꽤 많이 왔네요. 갯벌 안쪽에서 조개하고 게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도 딸 아이 손을 잡고 조개하고 게를 잡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아뿔싸, 호미를 가져올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사실은 세린이가 바닷가를 좋아하니까 바다 보여주려고 왔지, 조개나 게를 잡을 생각을 하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호미를 가지고 이따금씩 조개를 캐는 것을 보니까 후회가 되더군요. 다음에는 꼭 가져와야 되겠습니다.

세린이는 저보다 더 못내 아쉬운가 봅니다. 다른 아이들이 "잡았다"하고 소리 칠 때마다 고개를 돌려 흘깃흘깃 바라보면서 부러운 눈빛을 합니다. 저는 그런 세린이를 조금이라도 달랠 요량으로 갯벌에 버려진 대나무 조각을 주워 세린이 손에 쥐어 주면서 이것으로 조개를 캐 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 뒷걸음치다가 쥐꼬리 밟을 확률보다 더 적으니 조개를 캘 수는 없었지요. 그래도 구멍만 보면 "조개다"하면서 열심히 파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더군요.

조개는 힘들겠고, 대신 딸 아이 손에 게라도 쥐어 줄 요량으로 게 사냥에 나섭니다. 근데 요놈들 진짜 빠르네요. 다가가면 구멍으로 쏘옥, 그 넓은 갯벌에 게 천지인데도 발걸음만 옮겼다 하면 1초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네요.

게한테는 미안하지만 요놈으로 해물라면을 끓였습니다.
게한테는 미안하지만 요놈으로 해물라면을 끓였습니다. ⓒ 장희용
근데, 요놈 보세요. 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네요. 처음에는 도망가는 척 하더니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포즈를 취하는 건지, 위협을 하는 건지 집게발가락을 쳐들고 꼼짝도 하지 않네요. 요놈의 용기(?)덕분에 이렇게 사진도 찍고, 영원히 못 잡을 것 같던 게를 잡아 실에 묶어 딸 아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세린이는 한참을 가지고 놀더니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며 놓아주더군요. 평소에 제가 '살아 있는 것은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가르친 것이 효력을 발휘하는 흐뭇한 순간이었죠.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게를 놓아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자기 집으로 부지런히 돌아가는 게를 저는 딸 몰래 슬그머니 쫒아가 잽싸게 납치를 해왔습니다. 도망가는 놈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이놈을 꼭 쓸데가 생각났거든요. 아내는 그냥 놔두지 왜 잡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그냥 음흉한 미소만 지어 보였습니다.

제가 해물라면을 끓이는 동안 아내와 놀고 있습니다.
제가 해물라면을 끓이는 동안 아내와 놀고 있습니다. ⓒ 장희용
아내와 딸이 노는 동안 저는 라면을 끓였습니다. 이름하야 '해물라면'.
아까 제가 납치해 온 게를 넣고 라면을 끓였거든요. 산지에서 직접 잡은 싱싱함이 살아 있는 그야말로 진짜 '해물라면'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라면 맛이 꿀맛이었습니다. 물론 세린이는 이 사실을 모릅니다.

둘 다 맛있는 해물라면을 먹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둘 다 맛있는 해물라면을 먹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 장희용

엉엉...아빠, 누나 저도 좀 주세요
엉엉...아빠, 누나 저도 좀 주세요 ⓒ 장희용

장세린, 라면 남았냐? 아빠 조금만 주라!
장세린, 라면 남았냐? 아빠 조금만 주라! ⓒ 장희용

쩝! 벌써 다 먹었군. 라면 3개면 적지 않은데, 해물라면이라 맛있어서 그런지 뚝딱 해치웠습니다.
쩝! 벌써 다 먹었군. 라면 3개면 적지 않은데, 해물라면이라 맛있어서 그런지 뚝딱 해치웠습니다. ⓒ 장희용

캬! 자알 먹었다. 하지만 세린이는 여전히 서운한가 봅니다.
캬! 자알 먹었다. 하지만 세린이는 여전히 서운한가 봅니다. ⓒ 장희용

덧붙이는 글 | 돌아오면서 생각한건대요. 어떤 분들은 놀러가는 것에 대해 돈 걱정을 하시는데, 돈 없어도 진짜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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