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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현
이날 ‘밀밭 정비’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은 부천시 원미구 중2동이 지역구인 시의회 김제광 의원, 부천한의사협회 유학근 회장, 드림시티 채권석 피디, 그리고 저희 가족이었습니다.

도심지에서 낫 찾기

일을 시작한 시간은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께부터였습니다. 퇴근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기지방일간지 기자는 저는 우선 낫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도심지에서 낫 찾기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중동신도시 아파트 상가에는 아무리 찾아도 철물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많은 물건을 진열해 팔고 있는 대형마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 낫 팔아요?”

바로 ‘뭐 이런 걸 물어보냐, 흉기를 왜 찾느냐’는 반응이 이어집니다.

“뭐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설명합니다.

“아~ 농기구 낫이요!”

ⓒ 정재현
이렇게 낫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가 무작정 인근 재래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겨우 5천원을 주고 낫 2자루를 들고 ‘도심 속 밀밭’으로 달려갔습니다. 넓은 밀밭을 정답게 거닐 오솔길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김제광 의원의 고향은 전남 장흥입니다. 꼴 베던 실력이 고스란히 낫질에도 드러납니다. 5포기를 한꺼번에 잡아 자연스럽게 베는 실력은 거의 농부 뺨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낫을 잡고 밀을 베었습니다. 하지만 낫질이 서툴러 뿌리까지 뽑아냅니다. 베는 게 아니라 뽑히는 밀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밀밭 오솔길과 포토라인 만들기는 1시간만에 끝이 났습니다.

도심 속 밀서리

ⓒ 정재현
밀을 수확했는데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한 아름씩 여러 단으로 묶일 만큼 쌓이는 밀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동네에서 내다 버린 꽃꽂이용 나무와 마른 풀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불을 지폈습니다. 그리고는 누렇게 익은 밀 이삭을 올려놓았습니다.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흰 연기를 피워 올리는 곳에 밀을 그을립니다. 그리고는 익었다 싶으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비빕니다.

까맣게 탄 녀석을 비비다 보면 손이 까맣게 변합니다. 그래도 한 번 맛을 보면 다시 손이 갑니다. 그렇게 올려놓은 손 위의 밀알을 먹느라 입도 시커멓게 변합니다. 파랗게 익은 밀알은 너무 고소하고 쫀득합니다.

공사장에서 마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저씨도 인근 부녀회 아주머니도 거듭니다. 그렇게 거드니 방금 구운 밀이 모자랍니다. 대부분 한 아름씩 묶어서 자전거에 싣고 갑니다. 다들 한마디씩 거듭니다.

“너무 고소합니다.”

누구나 입에 검뎅이가 묻습니다. 부천시는 이 곳에 밀 수확이 끝나면 메밀을 심는 답니다. 부천의 중동신도시 중2동 성당 옆에는 ‘밀밭의 추억’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강원도 봉평이 아닌 부천시 원미구 중2동에서 ‘메밀꽃 필 무렵’이 그대로 시민들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 정재현

ⓒ 정재현

ⓒ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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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 부천시민신문, 한겨레리빙, 경기일보, 부천시의원을 거쳤고, 지금은 부천뉴스를 창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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