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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정부와 여당은 서민경제의 활성화와 침체된 자영업 시장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는 종합 대책, 소위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 각 층의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사실상 발표된 대책을 거둬들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정부가 내놓았던 정책의 핵심은 현재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판단되는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하고, 새로 자영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무분별하게 창업되는 영세 자영업을 사전에 차단하여 그로 인한 부차적인 사회문제 발생을 억제하고 정상적인 자영업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발표 직후 "강제적인 시장 구조조정은 옳지 않다"," 현재 시장 상황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 등의 집중 비난을 맞으며 일주일 만에 사실상 폐기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 번 대책이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영세자영업 시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현재 자영업 시장은 어떤 상태이며 이런 대책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1. 영세 자영업의 현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영세 자영업(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계형 소자본 창업형태)은 포화상태를 넘어 이미 출혈경쟁 수준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자영업체는 총 240만개로 전체 중소기업 300만개 가운데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종사하는 경제인구만 해도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29.5%에 달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종사원까지 포함하면 경제활동인구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선진국 기준(OECD)의 평균수준인 13.8%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렇게 자영업시장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영세 자영업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라고 한다. 당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대량 실직자가 발생했고, 대부분 생계를 위해 뛰어든 것이 자영업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영업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자영업자의 분포를 보면 전체 업종 가운데 소매업이 27.3%로 가장 높고 음식점이 약 2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 과다한 경쟁, 부익부 빈익빈

음식점의 경우 특히 과다한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솔직히 창업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어느 업종이든 입지 선정에서부터 판매 전략까지 자영업주가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자본만 투자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 가운데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욕구의 하나인 음식업에 손을 대는 것이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아직도 음식업을 쉽게 보고 창업하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이 큰 문제 가운데 하나다.

중앙일보가 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업실패로 인해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 33명 가운데 8명이 식당이나 치킨 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만큼 식당은 차리기도 쉽지만 망하기도 쉽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영업 중인 식당은 대략 61만여 개로, 자영업 창업의 붐이 한창 일었던 2000년의 57만여 개 보다 4만개 이상이 늘어난 상태다. 해마다 1만여 개의 업소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꾸준히 늘어난 만큼 문을 닫은 업소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영업을 포기하거나 휴업상태인 식당은 모두 9만6251개로 조사되었다. 2003년에 비하면 무려 48%가 증가한 수치다. 명의변경 등으로 주인이 바뀐 것만 해도 10만 업소가 훌쩍 넘는다.

음식점의 수가 기본적으로 너무 많다는 것은 인구 대비 음식점 수만 살펴봐도 잘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당 1곳 당 인구가 79명이다. 단순히 인구를 식당 수로 나눈 것이라서 여러 가지 문제는 있지만,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일본의 140명, 미국의 416명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인구 79명이 매일 한 곳의 식당을 찾는다고 가정 해봐도, 어지간한 고가의 메뉴가 아니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어린아이와 실제적인 경제활동인구가 아닌 학생(고등학생 이하)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이런저런 예외를 적용한다면 그 숫자는 더 내려갈 것이 뻔하다. 턱없는 포화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식당이라고 해서 모두가 위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일부 대형매장의 경우는 오히려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과 대형 고급업소들에게 이런 문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업체 간 수준차이가 나는 것은 우선적으로 자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업체의 경우는 기획부터 영업, 마케팅, 영업 개시 후 홍보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준비가 진행되지만, 영세업체의 경우 대부분의 역할을 업주가 직접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시작하는 경우에도 업주들이 관련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거나 사전 시장조사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3. 함정

음식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곧잘 빠지게 되는 함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음식 업은 먹는장사이기 때문에 식구들 먹는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장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가정이다. 종업원 인건비 산출에 있어서도 곧잘 실수를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종업원 급여를 100으로 정하면, 그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을 모두 더해야만 한다. 즉, 종업원이 사용하는 화장실, 식사, 기타 소모품 등을 모두 원가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식사의 경우도 그냥 '숟가락 하나 더 놓는다'고 생각한다면 낭패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원가 산정을 하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면 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다른 언론매체 등을 통해 성공하는 식당의 모습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나도 창업하면 저렇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는 환상에 빠진다는 점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경쟁적으로 보여주는 성공사례는 그야말로 수 십만 군데의 업소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성공하기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보다는, 상당수가 지금 현재의 번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도 문제다. 한 해 문들 닫는 엄청난 수의 실패담을 텔레비전이나 외식관련 잡지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간단한 아이디어 몇 가지만 있으면 음식장사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 없이, 두서너 달의 짧은 준비기간과 빈약한 정보로 음식점을 창업하면 일 년 이내에 거의 대부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업시 빠지게 되는 또 다른 함정 가운데 하나는 '집에서 먹는 음식'과 그 음식을 '음식점에서 파는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망각한다는 점이다. 집에서 식구들이 먹는 음식은 원재료 값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간단한 말로, 2만원 정도 투자해서 시장을 보면 4인 가족이 돼지삼겹살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손님에게 팔기 위해서는 원가와 이윤이라는 공식을 대입해야만 한다. 주변에서 "당신 음식솜씨가 좋으니 음식점을 하면 성공할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정에서 먹는 음식과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파는 음식은 접근방법 자체가 달라진다.

장사의 기본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4월 한 달 간 전국의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당을 창업한 사람의 63.8%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고 한다. 40~50대라면 아직 한창 자녀를 부양해야하는 시점이다. 즉,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소자본 창업' 밖에 없다는 점이다. ' 할 수 있다'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반강제적으로 창업 시장에 내몰리고 있다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반강제적으로 창업 시장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창업시장 진입 장벽을 막는 것은, 자영업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 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4. 부산의 외식업 현황과 과제

(사)부산음식업지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지난 해 까지 신규 창업을 위해 위생교육을 받은 사람은 2002년 1만4493명을 정점으로 2003년 1만3742명, 2004년 1만1977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6개 구,군별로 보면 강서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 군의 신규창업 업소가 줄어들었다. 사업자가 바뀌는 명의변경업소 추이도 이와 비슷하다. 2001년도 전체 신규업소는 1187건이었고 명의변경은 10배를 넘는 1만1968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신규와 명의변경이 각각 1,010건, 10,624 건에 그쳤다. 절정에 달했던 2002년의 1107건, 1만3892건에 비하면 활성도가 매우 떨어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업체의 영세성 추이를 알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업자 등록 당시 신고하게 되는 과세 유형이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아 간이과세자로 등록하게 되는 경우는 2005년 4월말 현재 전체 회원업소가운데 75.8%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실제 매출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수의 업소들이 영세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간이과세가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진구로 전체 간이과세사업자의 13%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5. 전망

'음식장사'에 대한 예비 창업자들의 열기는 어찌되었건 한동안 식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극심한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저마다의 독특한 아이템과 서비스로 무장한 청년 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대박이 날 것이고, 상당수의 나머지들은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이 외식산업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앞서도 지적되었듯이, 인구대비로 너무 많은 현재의 외식업체들은 끊임없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다만, 얼마의 숫자가 적절한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처럼 적어도 150여 명 당 1개가 적절한지, 서양처럼 2,300명 이상에 한 개 정도가 적절한지는 한국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의 음식점이 지나치게 많다는 데에는 일단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시도한 것처럼 강제적인 방법을 통해 자영업 시장의 구조를 조정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 음식점의 경우 조리사 자격증을 창업의 필수 요건으로 한다거나 음식점 쿼터제를 도입해서 점포의 숫자 조절에만 집착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일차적으로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 자영업 시장 진입의 장벽을 강제적으로 높여버리면, 창업시장의 급속한 냉각과 그로 인한 관련 산업의 위축, 추가적인 실업 발생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정부의 의견처럼 프랜차이즈 업체를 활성화하면 자칫 또 다른 문젯거리를 만들어 낼 여지도 충분하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자영업의 시장 영역을 조금 더 넓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한정된 분야로 자영업 희망자들이 몰리는 것 보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모자라는 분야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척하여 창업 희망자들의 방향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형태가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현재의 과포화된 시장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숫자 줄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또 실천해도 자영업 시장에서 5년 내 살아남을 확률이 10%도 안 된다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는 것이 자영업 시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홍지수기자는 현재 월간 푸드저널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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