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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놈을 타고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평소 자동차로는 10분정도 걸렸는데, 정확히 24분 걸렸습니다. 출근시간이 8시30분까지인데 29분에 도착해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했습니다.
오늘 이 놈을 타고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평소 자동차로는 10분정도 걸렸는데, 정확히 24분 걸렸습니다. 출근시간이 8시30분까지인데 29분에 도착해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했습니다.
자전거 하나 사면서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거창하게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담론을 말한다는 게 혹시나 저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웃기고 있네!'하고 말하겠지만, 글쎄요 인간됨을 상실하게 만든 문명발달의 상징인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는 것,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는 두 발로 걷는 것, 그리고 도시에서 살기보다는 시골에서 사는 것, 이런 것들 속에 바로 '진보'의 참뜻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면 '진보'의 개념에서 멀어져도 한참 멀어진 개똥철학인가요?

하지만 진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나만의 부족한 결론에서 보면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저 개인적으로 보면 자본의 속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느림의 미학'이 주는 시심(詩心)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생각으로부터 파생되는 생각들의 조각을 모아보면 이것이 바로 진보가 꿈꾸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어설픈 생각도 해 봅니다.

방금 전에 시심(詩心)을 말했는데, 제 자신을 볼 때마다 자꾸만 잃어버리는 것이 있음을 느낍니다. 바로 시심(詩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나 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단순히 생각하는 저를 봅니다. 바람과 구름과 돌과 나무와 대화를 했던 저는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마음속을 뒤져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인간됨의 상실이겠지요. 그것이 다 자본의 속도에서 문명이 주는 혜택(?)속에서 살다보니 그리 됐겠지요.

그래서 저는 문명의 혜택(?)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자연에 가까이 가고자 하기에,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나를 조금이나마 찾고자 하기에 자동차와 이혼합니다. 그리고 그 이혼사유서에 '이 놈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잃어가고 있다'고 '그래서 이 놈하고 더 이상 같이 살면 행복하고 더 멀어질 것 같아서 이혼합니다'라고 씁니다.

이제 자동차와 이혼하고 자전거와 결혼해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만큼이나 문명비판도 속도를 낼 것이니 그 속에서 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생각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리함의 익숙함에서 제일 먼저 저의 얇고 짧은 다리가 고생 좀 하겠지요. 하지만 걸어 다니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며 제 다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위로를 해 줍니다.

아내는 나의 이 개똥철학에 '며칠이나 타고 다니나 두고 보자'는 말과 함께 자동차는 이제 자기 것이라며 나보다 더 신이 나 있습니다. 낮에 둘째 아이 태우고 놀러다닌다면서 말입니다. 전 유모차 끌고 걸어다니라고, 걸어다니다 이름모를 들꽃이라도 보면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아이에게 그 꽃을 보여주라고 말합니다.

아내가 딱 한마디 하고 자러 들어가네요. "자기는 여태까지 차타고 다녔으면서, 나도 한 번 타보고 자기 말대로 그런 생각이 들면 걷거나 자전거 타고 다닐게."

끙~ 할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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