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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서 옛 가옥들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서 옛 가옥들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 ⓒ 이종구
로또 대박으로 불릴 만큼 세간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는 판교 신도시. 올해 말 1차 분양에 앞서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청약통장 불법거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주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 1일 찾은 판교. 부동산 광풍을 몰고 오며 한껏 들뜬 바깥 분위기와는 달리 판교 현장은 한 마디로 싸늘했다. 판교 신도시 초입인 판교동은 인적이 거의 끊긴 듯 적막함이 감돌았다. 이미 절반 가까운 주택들은 철거가 완료됐는지 건축 자재만 무성하게 자리를 지켰다.

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가옥들 역시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지 인기척이 없거나 폐허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아직 이주를 못한 가옥주나 세입자가 간간히 눈에 띌 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흉물스럽게 형체만 남아있는 집에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판교동에서 만난 한 세입자는 “주민 절반 정도가 이미 타 지역으로 이주를 마쳤다”고 말하며 “현재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거나, 또는 보상이 안 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임시 가건물에 적혀있는 반교개발 반대가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뒤편에서는 판교 문화재 발굴이 한창이다
임시 가건물에 적혀있는 반교개발 반대가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뒤편에서는 판교 문화재 발굴이 한창이다 ⓒ 이종구
판교 개발지역에 포함된 하산운동 역시 썰렁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다. 이 곳 역시 대부분의 가옥들이 수북하게 쌓여진 건축 자재들로 변해 있었고, 사람들의 발길도 끊긴 상태였다.

주택 30여채가 모여 있는 마을 중심가는 이미 가옥 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전쟁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마을은 폐허에 가까웠다. 마을뿐만 아니라 판교 시가지 역시 몇몇 상가들을 빼고는 이미 문을 닫거나 철거를 마쳤다. 몇몇 부동산 중개업소만이 자리를 지킨 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개발에 앞서 문화재 발굴이 한창이다. 산중턱을 조심스레 깎아 내리는 발굴현장 역시 지금 판교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밖에도 세입자와 미전입자 등에 대한 현실적 보상을 요구하며 아직 판교지구에 남아 있는 판교 주민단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 단체 대부분은 보상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을 내걸어 놓고 판교 시행사를 거듭 압박했다.

판교 신도시 공동시행사인 주공·토공·성남시에 따르면 현재 판교 예정지구는 지난 10월부터 철거에 들어간 후 주민 마찰에 부딪혀 한 차례 무산됐다가 또 다시 올해 2월부터 본격 철거를 시작, 5월 말 현재 총 290여 주택에 대한 철거를 마쳤다. 철거대상 가옥이 총 700세대인 점을 고려할 때 40%에 가까운 철거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판교 예정지구의 중심 지역인 판교동과 하산운동의 경우 5월 말 현재 각각 558세대와 126세대(세입자포함)가 이주를 미룬 채 잔류하고 있다는 시행사의 분석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세입자거나 미전입자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옥들 역시 올해 말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시행사가 올해 안에는 철거를 일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도심 속 농촌지역으로 꼽히며 옛 정취가 가득했던 판교. 그러나 지금 판교는 대규모 개발에 앞서 극심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최첨단 꿈의 신도시 판교로 거듭나기 전 마지막 옛 판교의 모습이다.

판교동 기존 시가지 역시 철거가 진행되면서 폐허로 변화고 있는 가운데 한 애기 엄마가 길을 거닐고 있다
판교동 기존 시가지 역시 철거가 진행되면서 폐허로 변화고 있는 가운데 한 애기 엄마가 길을 거닐고 있다 ⓒ 이종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도시리더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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