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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무참히 죽어간 신효순, 심미선 양의 3주기 추모제가 열린 충남 서산시청 앞 광장 한편의 분수대를 둘러진 철제 난간에는 이들의 넋을 기리고 미국과 미군을 비난하는 ‘추모쪽지’가 한 무더기 찔레꽃처럼 매달렸다.

11일 열린 이 추모행사는 민주노동당 서산태안위원회, 서산YMCA, 서산농민회,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전교조 서산지회 등에서 마련했다.

‘꽃을 위한 연가’
ㅡ 미선. 효순을 추모하며 -

맑은 꽃 피었다 지는 그 세월
지키지 못하는 햇살이 지면
어린 꽃 짓밟아버린 그 발길
돌리지 못하는 바람이라면 꺾인 꽃 멈추지 않는 그 눈물
머금지 못하는 빗물이라면
아, 그대와 차라리 우리 불이되면 좋겠어
불이 되면 좋겠어
다시는 꽃진 자리 돌아서 한숨짓지 않도록
사랑하기에 미워할 줄 알고 미워하기에 용서할 줄 아는
뜨거운 불이되어 불이되면 좋겠네
슬픔도 분노도 모든 쇠붙이 태워
오직 보드러운 흙 가슴만 흙 가슴만 남은 이 땅
-서정민갑 작-

사람들은 흰 천에 쓰여 분수대 철제난간에 걸린 이 시를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이 시를 읽던 심현숙 양(15.서산 석림중.2 )은“도덕 선생님이 미국사람들은 ‘인간존중을 하는 국민들’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진실을 알고 보니 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시 옆에는 ‘미군의 씨를 말리자’, ‘그들을 이땅에서 쓸어버리자’, ‘양키,쪽바리는 정말 재수 없어’ 등 미국과 미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매달려 나부끼고 있었다.

추모영상 상영 이후 계속된 ‘자유발언대’ 시간에는 정근아 양(15.서산 석림중.2)이 “미군 그 나쁜 놈들, 언니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걔네들한테(미군) 분명 안 좋은 일이 생길거야, 우리가 꼭 언니들을 대신해 복수해 줄께”라며 울먹였다.

서산시 부석면에서 왔다는 황모씨(47)는“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을 그런 안타까운 나이에 죽어간 효순·미선이는 이땅의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엄연한 사실이다”며“이땅의 딸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 깨어있어야 미국에 당당히 맞설 수 있고 굴욕적인 소파 개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양(17.서산농공고)은“모두가 모여 미군의 만행을 규탄하고 효순·미선이를 추모해야할 마땅할 텐데 오늘 모인 사람이 수십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정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런 추모행사를 외면한 채 아무런 생각 없이 안방에서TV나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고 외쳤다.

김종연 교사(서산여중)는“오늘 우리는 분노해야 할 날이다”며“어제 미군이 또다시 이 땅의 고귀한 생명을 죽여 놓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를 능멸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효순.미선이의 추모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촛불을 켜들고 ‘그날이 오면’, ‘함께 가자 이길을’, ‘우리 촛불이 되자’ 등을 합창하며 효순·미선이의 영정 앞에 하얀 국화꽃 한 송이씩을 바치고 추모시가 매달린 분수대를 손에 손을 맞잡은 채 둘러싸고 추모묵념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저녁9시30분에 추모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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