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치솟는 호가, 사라진 거래, 갈팡질팡하는 정부'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판교로부터 시작된 강남·분당·용인의 아파트값 폭등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고, 정부 정책은 시장으로부터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을 바라보는 여론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또다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총리 주재로 부동산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강남·분당·용인 등 집값 폭등 지역에 대해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세금 환수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의 억제를 노린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투기혐의가 있는 457명에 대해서는 14일부터 자금출처 조사와 함께 양도세 탈루여부를 정밀 검증키로 하는 등 강력한 세무조사로 투기혐의자에 대한 분명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공급확대론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근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제2의 판교 건설' 방침에 대해서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 하지만 이미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신도시 추가 건설을 공언한 터여서 좀처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출승계의 억제 등과 같은 금융권을 통한 자금줄 압박정책 등 다양한 투기수요 억제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부동산정책 비판 '한목소리'...'거품 뺄 것이냐 공급 늘릴 것이냐'가 문제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날 내놓거나 검토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판교급 신도시 건설, 특정지역 기준시가 인상 등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처방이 좀처럼 신통찮아 보인 탓이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겸 정책위원장)는 판교급 제3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정확한 실수요 진단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계획의 발표는 그 자체로 투기 세력의 활동 무대를 넓혀주는 부작용을 낳을 뿐 아니라 과잉 공급을 초래해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확대론'만을 외치고 다니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의 압력에 너무 쉽게 반응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로도 해석된다.

경실련은 화성 동탄, 성남 판교, 경기 파주·김포, 수원 이의, 시화, 삼송, 별내, 옥정 등 신도시 및 공공택지개발지구의 목록을 일일이 열거한 뒤 판교급 신도시 건설은 "현 집값폭등의 원인을 왜곡하는 잘못된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급량 확대보다 거품낀 가수요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정부 정책의 중심에 올라야 한다는 것.

경실련은 "2000~2003년 사이 역대최대의 물량인 240만채의 주택이 공급됐고 수도권은 공공택지, 강남은 재건축, 강북은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렇게 공급된 주택이 다주택 소유자들에게 편중되고 있다"는 논리로 공급확대론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강남 전세값은 여전히 안정...김성식 연구위원 "수급문제 아님을 시사"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벨트의 집값 폭등이 공급량 부족과 실수요 상승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에 매스를 들이댔다. 그는 실수요가 높아지면 전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경험적 통계를 근거로 들이대면서 "매매값만 치솟는 최근의 집값 폭등은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중대형아파트 공급부족을 설파하고 다니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의 실명을 거론한 뒤 이들에 의한 정보왜곡 가능성을 크게 염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땅 투기하러 다니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일부 종합일간지를 통해 여과없이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강남에 공급된 물량은 대부분이 중대형 평형이었다는 사실을 들며 "일부 언론과 전문가 행사를 하는 사람들이 희박한 근거와 이론으로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강남 등 집값 폭등 지역의 기준시가를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또다시 거래를 동결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거래가 동결된 지금 상황에서 기준시가를 올리면 양도세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거래가 끊기고 호가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탄력받는 금리인상론...부자들 대체 투자처 마련 지적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 대안을 놓고 견해가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김윤상 교수와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시각은 세제개편을 통한 안정화 해법을 강조했다. 반면,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자들의 머니게임에 개입하지 말고 흐름을 지켜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토지보유세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은 불로소득이 사라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을 재확인 한 것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내놔야 할 정책도 보유세 강화 프로그램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판교 문제의 경우 땅을 임대하고 아파트를 건축회사로 하여금 분양하는 방식으로 개발한다면 집값 폭등은 크게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아파트를 대량 공급해야 한다는 경실련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김성식 연구위원은 국회통과 이전 수준의 종합부동산세 재추진과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쪽에 방점을 찍었다. 이른바 강남 벨트에 한정된 국지적인 현상이 자칫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머니게임 놀아나지 마라" 김현아 연구위원 '침착한 정부론' 강조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금리 정책을 빼 들지 않았다"면서 "현재 특수한 거시경제여건에 처해있긴 하지만 편익 분석을 통해 최소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도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촉구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손대지 않고 지켜보는 방법 밖에 없다"며 '침착한 정부론'을 강조했다. 부자들의 '머니게임'에 정부가 놀아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정책의 강도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결국 서민층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리한 정책적 개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가 내세우는 제1의 대안은 새로운 투자처 마련. 부동산 시장을 떠다니는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이곳에서 미련을 버리고 털고 나갈 수 있도록 대체 투자처를 찾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