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성희롱 발언 등 자질 문제로 분규 사태를 겪었던 대구대학교(경북 경산시 소재)가 총장의 사퇴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재단이사회와 교수협의회가 총장 선출 시기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진통도 예상된다.
13일 대구대 학교법인인 영광학원은 "이재규 현 총장이 지난 10일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11일 이사회에서 총장 사퇴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광학원은 이 총장이 구축해놓은 외국 대학간 교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8월 15일까지 임기를 보장해줄 방침이다. 또 이 총장은 8월 30일자로 명예퇴직할 예정으로 알려져 교수직도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의 총장직과 교수직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구대 직원노동조합이 총장의 성희롱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촉발된 총장 퇴진 요구는 교수협과 학생회가 가세하면서 그 강도가 높아져왔다.
그러나 총장 차량까지 압수(?)한 채 벌어졌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은 "사퇴 불가"로 맞서 왔기 때문에 총장이 자진해 사퇴서까지 제출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대구대 직원노조 김현수 위원장은 "그동안 총장이 사퇴를 하지 않아 힘든 싸움을 해왔지만 나름대로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총장에게 오히려 고맙다"면서 "이 총장이 사퇴한 만큼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총장의 선출 시기 등을 놓고 재단과 교수협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광학원은 이 총장이 공식 사퇴하는 오는 8월 15일 이후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학교를 운영하고 연말쯤 총장 선거를 하는 쪽으로 학교 정상화 일정을 내놨다. 반면 교수협은 빠른 시간내 총장 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영걸 대구대 교수협 의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약 재단의 계획대로라면 대행 체제가 너무 길다"면서 "재단 이사회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교수협 나름의 계획을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수협은 정상화 로드맵으로 오는 6월 말까지 총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또 한 달여 동안 선거 운동기간을 가진 뒤 이르면 7월 말이나 늦어도 8월 초에는 선거를 실시해 오는 8월 16일부터는 새 총장 체제로 간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렇게 교수협이 총장 선출을 서두르는 것은 이 총장과 재단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총장의 사퇴가 알려졌지만 교수협과 총학생회측이 아직 천막농성이나 총장실 점거를 풀지 않는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강 의장은 "재단측이 총장 선출을 늦추고 대행 체제를 장기화한다는데 의구심이 든다"면서 "일부에서는 혹시 총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은 또 "일단 오는 15일이나 16일쯤 열릴 교수협 평의회에서 총장 선출 일정을 최종 합의할 계획"이라면서 "재단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총장 선출 일정은 교수협 나름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총장 선출 일정 외에도 총장 선출과 관련한 직원과 학생들의 선거 참여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지난 2003년 이 총장의 선거 당시 교수협과 직원노조는 "차기 총장 선거 때는 직원들도 투표에 참여시킨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은 선출된 후 직원들의 투표 참여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반발을 샀다.
김현수 위원장은 "노조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선거 참여의 범위나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노조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을 안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 양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양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의장도 "이웃의 영남대가 이미 최근 총장 선거에서 직원들의 선거 참여를 보장한 만큼 영남대가 만든 안을 벤치마킹하는 차원에서 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