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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은산면의 황우석 박사 생가
충남 부여군 은산면의 황우석 박사 생가 ⓒ 김범태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 바이오 과학자의 반열에 오른 황우석(52) 박사의 생가 복원에 대한 찬반논란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이 집에 살고 있는 무의탁 노인부부가 마땅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이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언론은 최근 충남 부여군이 "은산면 홍산리 (황우석 박사의) 생가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연말까지 4억원을 들여 생가 주변 6600㎡(2천평)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고 2㎞에 이르는 마을 진입로 폭을 현재의 2m에서 4m로 넓히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에는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소공원이 조성되고, 화장실 및 음수대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질 예정이며, 조만간 전문기관에 연구를 맡길 방침”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재 황 교수의 생가에 살고 있는 이구연(81) 할아버지와 최순이(74) 할머니 부부는 긴 한숨만 내뱉고 있다. 언론 보도대로 계획이 추진된다면, 언제라도 집을 비워야 할 형편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자신들의 곤란한 형편을 이야기하는 최순이 할머니
자신들의 곤란한 형편을 이야기하는 최순이 할머니 ⓒ 김범태
최순이 할머니는 “집을 비우라고 하면 곧 그렇게 해야겠지만, 당장 어디 가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실제로 생가 복원 이야기가 전해진 후 “집을 비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동네사람들이 늘고 있고, 군청 관계자들도 집을 둘러본다며 두 번씩이나 다녀가 두 노인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칠갑산 자락의 두지봉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160평의 터에 방 두 칸과 재래식 부엌, 마루 등으로 짜여진 연면적 15평 규모의 슬레이트 지붕 주택으로 황 교수가 태어나 중학교 진학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 건너편에는 황 교수의 둘째형이 살던 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워낙 낡은 집인데다 연탄보일러도 고장 나 노인들은 나무로 땔감을 하며 겨울을 났다. 황 박사가 소를 먹이던 축사에는 땔감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마루에는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을 위해 천막을 얼기설기 둘러 쳐놓았다. 지난달에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토담으로 쌓은 벼 저장고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현재 황우석 박사 생가에 살고 있는 노인부부
현재 황우석 박사 생가에 살고 있는 노인부부 ⓒ 김범태
노인 부부가 이 집에 정착한 정확한 햇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5~6년은 족히 되었다고. 20년 전 황우석 박사의 가족들이 이 곳을 떠나면서 비어 있던 집에 이들 부부의 둘째아들이 잠시 살다가 이사를 가면서, 노인들이 이사를 오게 됐다.

최 할머니는 “큰아들이 부도를 내 오갈 데 없게 된 우리 내외의 딱한 사정을 들은 황 박사 어머니가 고맙게도 선처를 해 주어 그나마 살 수 있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고령인 노인 부부는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6·25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에게 보조되는 6만5천원(한 달)의 수당과 노인수당 3만원 등 10만원 남짓한 돈으로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는 무슨 연유인지 행정상의 문제로 노인 수당도 받을 수 없다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월세방이라도 얻어 이사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남의 헌집이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마땅히 그럴 집이 없어 걱정”이라며 “주변사람들에게 알아봐 달라고는 했지만, 잘 모르겠다”고 애써 시선을 돌렸다. 황 박사 자신도 복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생가 복원을 둘러싸고 무의탁 노인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한편, 부여군 측에서는 생가 복원 계획에 대해 “현재로서는 주차장 시설 이외에는 구체적인 관광명소 개발계획이 없다”며 언론보도를 일축했다. 또 “아직 예산편성된 것이 없어 언제 공사에 들어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들 노인들의 거처에 대해서는 “군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생가 복원은 황우석 박사 의사 따라야"
찬반양론에 휩싸인 황우석 박사의 생가 복원 문제

▲ 지난달 내린 폭우로 토담으로 쌓은 벼저장고가 무너졌다.
황우석 박사의 생가 복원에 대해 고향인 부여군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곳 사람들은 각자 찬반양론을 펼치면서도 대부분 황 박사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데 무게중심을 실었다.

은산면 가중리에 사는 김용하(45)씨는 “물론 황 박사의 업적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황우석 신드롬’이 일자 군이 너무 분위기에 편승해 즉흥적으로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심춘배(54)씨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일을 해 낸 큰 인물인데,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복원에 찬성했다.

하지만 황 박사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유동옥(52)씨는 “개발이 되면 좋겠지만, 우선은 황 박사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며 “혹여나 그에게 누를 끼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희(55)씨도 “본인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황 박사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황 박사의 생가 인근에 사는 황동주(70) 할아버지는 “관광객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실물교훈의 장으로 쓰는 등 교육상으로는 아주 좋은 곳이지만,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복원에는 반대한다”며 “황 박사의 뜻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황우석 박사 생가 관광 명소화를 주제로 실시한 네티즌 설문조사에서도 14일 현재 1만943명의 응답자 가운데 60.8%인 6,654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생가 복원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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