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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텔에서 제공하는 장미 욕조 서비스.
한 모텔에서 제공하는 장미 욕조 서비스. ⓒ 모텔가이드 제공
"1인용 월풀 욕조에 깔끔한 장식이 맘에 들었습니다. 42인치 티비 역시 맘에 들더군요. DVD는 목록을 보고 배달 요청해서 보구요.ㅋㅋㅋ"
"정말 친절하고 좋더라구요. 히노키 탕에서 목욕하고 샤워하고 영화 보고(영화도 골라 주시더라구요^^) 낮잠 한숨 자고 그러고 돌아왔지요. 음료도 5개나 들어있고…. ㅋㅋㅋ. 여친이 너무 좋아해서 기쁘구요. 다음엔 예약하고 갈 게요^^"


모텔 가이드의 운영자 채경일씨
모텔 가이드의 운영자 채경일씨 ⓒ 나영준
이건 뭐하는 시추에이션? 바로 모텔정보를 교류하는 인터넷 카페 '모텔가이드(http://cafe.daum.net/motelguide)'에 회원들이 올린 글의 일부이다.

마치 신나는 놀이공원을 다녀온 듯,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에 유쾌한 반기를 들고 있는 젊은 세대들. '어른'들로서는 물론 마뜩치 않은 일이겠지만, 사랑과 성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음은 부인할 수는 없을 터. 타인의 눈을 피해 쫓기듯 모텔로 들어가는 남녀나, 혹 누군가에게 들킬 새라 시간차를 두고 퇴실하는 모습은 이제 오래된 한국영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한 장면으로 기억될 듯하다.

어느새 커피숍만큼이나 편안한 데이트의 한 장소로 진화·발전한 모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과 현실은 얼마나 다를까.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에서 이 카페 운영자 채경일(32, 직장인)씨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들어봤다.

- 이런 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예전에 영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주말을 맞아 놀러 갔는데, 우리나라 벼룩시장 같은 '숙박정보지'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숙박하면, 섹스 같은 것들만 연상돼 그런지 어떤 정보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사용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개설 당시에는 참여가 저조했지만 이젠 사용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등 공감대가 형성됐다. 모텔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지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전자상거래 업체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 카페 회원들의 평균연령이나 직업은 어떻게 되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회원만 8만이다. '젊은 애들이…' 하는 시선도 있는데, 지난해 천 명 정도를 무작위 추출해 평균을 냈더니 27∼28세 정도가 나왔다. 나 역시도 20대 초반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 나이면 '어린 대학생'들만 가입돼 있다고 볼 순 없지 않을까.”

벽결이 TV까지 있는 모텔의 내부. 웬만한 호텔 객실을 능가한다.
벽결이 TV까지 있는 모텔의 내부. 웬만한 호텔 객실을 능가한다. ⓒ 호텔365 제공
- 아무래도 주위에서 안 좋은 시각으로 보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양면성이 있지 않나. 나쁘게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안 좋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예전엔 숙박업 자체가 닫힌 문화였다. 조그만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돈과 키만 왔다 갔다 하는. 그러니 고객의 생각이 모텔에 반영될 수가 없었다. 우리 카페를 고객과 운영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이라고 보면 어떨까. 오너나 지배인 등 그 일에 종사하는 분들도 들어와 고객의 사용기를 읽고 글을 남기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연인끼리 꼭 그런 곳에서 데이트를 즐겨야 하는가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는데.
"토·일요일에 애인과 만났다고 치자. 점심 먹고 '뭐하지?' 하다가 영화보고, 또 저녁 먹고 나면 '뭐할까?'가 전부 아닌가. 놀이문화가 없다. 게다가 영화가 매진이라도 되면 결국 비디오방으로 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숨어 들어가 '창문 가리고 어쩌네' 하는 것보다, 깨끗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

인터뷰 내내 유쾌한 웃음을 지었던 채경일씨.
인터뷰 내내 유쾌한 웃음을 지었던 채경일씨. ⓒ 나영준
-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주말엔 뭘 하더라도 5~6만원은 나간다. 그렇다고 사실 편하길 하나. 여름 되면 덥고 짜증도 나는데…. 그런 비용들 계산해 보면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 낫다. 요즘의 모텔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방' 차원을 넘어, 여러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도 있는 복합공간으로, 젊은이와 연인들 코드에 맞추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모텔은 음지문화가 아니다."

-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과거에는 사귀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게 될 경우, 자신을 '그 남자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었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지 않나. 물론 남성도 '난 처녀가 좋아'라고 말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서로의 과거에 대해 물을 필요도 없고…. 그만큼 성이 개방이 된 거고 자연스럽게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호텔'엔 호의적이면서 '모텔'엔 왜 비판적인가?

- 실제 본인도 모텔을 종종 이용하나?
"물론이다. 예전엔 애인과 다니기도 했다."

- 남녀간의 만남에 모텔 등 숙박업소가 미친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
"4~5년 전만 해도 작은 방에 TV 하나, 침대, 협탁, 욕실 그리고 끝이었다. 지금은 어지간 한 건 다 비치가 돼 있다. 대여섯 개씩 제공되는 음료수는 기본이고 화장품 냉장고엔 스킨, 로션과 여성용 폼클렌징도 들어 있다. 월풀 욕조에서 거품 목욕도 즐길 수 있다. 멋진 인테리어 속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고 싶은 분위기도 조성된다. 예전 칙칙한 여관 입구에서 '가네, 못가네' 하며 손을 끌어당기는 것과 비교해 보라.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우리 모임이 그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했다고 본다. 이것이 운영자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전통적' 형태의 잠만 자는 숙박 업소.
'전통적' 형태의 잠만 자는 숙박 업소. ⓒ 나영준
- 젊은이들의 사랑을 '성'에 국한시킨다는 비판은 없는지
"모임을 연 지 4년이 지났다. 그간 많은 회원을 만났는데 모두 지극히 평범한 사회인들이고 적어도 그런 걸 가지고 지적하는 이들은 없었다. 예전엔 오로지 성을 해결하기 위한 장소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쉽고 편하게 숙박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실눈부터 뜨고 보지는 말아 달라. '호텔' 하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왜 '모텔'에는 자극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웃음)

모텔하면 치정에 얽힌 살인이나 마약, 퇴폐 등을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일이 있기도 했지요. 그래서 더욱 밝은 곳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좀 더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채씨의 말대로 이들이 말하는 '모텔문화'는 단순히 '성'을 나누는(게다가 무조건적인 불륜의 혐의까지 덧붙여) 장소로만 여겨져 왔던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래도 여전히 모텔은 일시적인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현재 '연애' 중인 우리 연인들의 몫이다.

호텔과 모텔의 차이?
부대시설의 차이, 요금은 조금씩 달라

▲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밀집지역. 주말이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호텔과 모텔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식당, 문화시설 등 부대시설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호에 대한 규제가 풀려 모텔이면서 호텔의 이름을 내건 곳도 늘어나고 있다.

채경일씨에 따르면 실제 널리 알려진 호텔의 경우 전체적으로 '크다'의 느낌만 있을 뿐 내부의 경우 천편일률적으로 정형화 되어 있기가 일쑤라고. 오히려 모텔의 경우 일반 호텔보다 개성있게 잘 꾸며 놓은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중요한 건 인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사용료의 경우 서울 강남권 기준으로 대실료는 3~5만원 사이라고 한다. 대실에 주어지는 시간은 4시간 정도. 숙박을 할 경우에는 모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특실의 경우 8~12만원, 준특실이 6~8만원이고 일반실은 5~7만원 사이라고 한다. 강북의 경우, 강남대비 마이너스 1~2만 원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고.

모텔 내부의 각 방에는 케이블 TV는 물론 여러 DVD들도 구비되어 있다. 화면도 대형화 되었고 PDP나 빔 프로젝트가 되어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물론 PC와 인터넷 등은 '기본적인' 사항에 속한다고.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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