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17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20일 중국 엔타이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당일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이틀 후인 21일 일본 도교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최근 그의 '출국배경' 의혹과 관련, 당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의 해외 도피배경을 수사하면서 이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검 관계자는 16일 "김 전 회장이 지난 1999년 10월 20일 국내로 들어와서 하룻밤 머문 뒤 다음날인 21일 나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피하고 귀국 후 자동차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출국을 설득해 한국을 떠났다"며 "김대중 당시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 전에 잠시 떠나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었다.
또 최근 옛 대우 계열사 고위 전임원도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에 대해 "당시 권력의 실세가 최고위층의 뜻이라면서 잠시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 언론에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등 DJ 정부의 경제 수뇌부는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의 진실이나 누가 지시했는지 여부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난 14일 5년8개월 동안의 해외 도피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검찰조사에서 "지난 1999년 8월 워크아웃 당시에 대우그룹을 정리하려고 했다"며 "그때 채권은행단과 임직원들이 '(해외에) 나가 계시면 (대우그룹을) 정리하겠다'고 건의해서 나가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채권은행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지난 14일 채권단과 은행단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말한 것은 그가 귀국하자 본격적인 수배혐의 조사에 앞서 '왜 출국하게 됐는지'를 가볍게 물어봤을 때 들은 대답이었다"며 "앞으로 출구배경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다른 의혹들과 함께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7일 출근길에서 김 전 회장의 출국 배경 및 정·관계 로비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확정된 사실에 대한 정리를 마치고 차분히 의혹을 챙기겠다"며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의혹을 살피겠지만 우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