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회장 이재윤, 이하 전아연)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는 전국 150여개 건설업체와 모델하우스에 가구를 납품하는 가구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분양된 약 2600여개 아파트단지 중 절반 이상이 분양견본주택에 설치된 가구제품과 다른 제품이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국내 굴지의 가구생산업체인 L사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견본주택에 설치된 자사 가구가 실제 본공사에도 들어간 비율이 31%에 불과하며 경쟁업체인 S사나 K사의 경우도 이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규 입주아파트의 가구제품이 실제와 다른 제품으로 시공되면서 이와 관련한 시공사와 입주자 간의 분쟁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H아파트 입주자 중 62명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건설업체와 힘겨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에 입주 당시 설치된 주방가구의 제품이 분양할 당시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제품과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 하자' 정신적 피해보상 30만원씩 지급 판결
1심에서는 원고들의 재산상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제품이 특판 제품이므로 기존 기성제품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박삼봉 부장판사)는 지난 2003년 11월 17일 "피고는 주민들에게 가구당 3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모델하우스 시공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없다'는 분양계약서 약관을 어기고 품질이 떨어지는 주방가구를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모델하우스에 있던 제품은 특판 제품이라 아파트에 실제 설치된 제품과의 차액을 알 수 없으므로 재산상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계약서상에 있는 제품보다 품질과 인지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공급하여 정신적 손해를 끼친 점은 인정 된다"고 밝혔다. 현재 이 소송은 피고인 D건설업체가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항고함으로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K주공아파트 입주자들도 주방가구가 다르게 시공된 것을 알고 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통해 주공측에 모델하우스에 설치했던 원래 제품으로 교체하던지 아니면 차액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대한주택공사 충북지역본부는 소보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B사 제품과 다르다하여 품질이 저하된 것은 아니고 그 구성 자재 성능은 모델하우스와 동등하다"고 말하고 "다른 마크 부착으로 혼선을 가져오게 한 점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공감하고 있기에 대체시설물을 설치하여 보상하고자 하였으나 입주자들이 수용 불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현금 보상 늘어
이처럼 시공사와 보상에 대한 협상이 안 되어 분쟁 중인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아파트도 있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E아파트 신동섭 회장은 "모델하우스에는 국내 굴지의 C사 주방가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입주 후에 설치된 제품은 중소업체인 F사 제품이 설치되어 있고 제품에 마크조차 붙어있지 않아 시공사에 제품하자를 들어 이의를 제기한 끝에 시공사가 2억원의 현금보상을 하기로 하여 그 선에서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세대 당으로 환산하면 33평형 기준으로 약 30만원 정도를 보상받는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 부천시 상동 J아파트 1·2단지 입주자들도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제품과 다른 제품이 시공된 사례를 들어 시공사와 협상한 끝에 붙박이장 옵션 계약을 한 세대는 현금으로 40만원씩을 보상받았다. 또한 전체 세대에 해당하는 공통적인 가구하자와 관련해서는 시공사 측과 디지털 도어락, 온도센서 교체, 환기구 스테인리스공사, 지하주차장 지붕덮개공사 등으로 대체시공 하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이밖에도 아파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30~80여만원 선에서 시공사와 보상합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 하자와 관련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아파트단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시공사의 경우 대외적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 및 신용도 하락을 염려하고 입주자들의 경우도 하자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로가 쉬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양할 땐 '최고'로, 시공할 땐 '최저가'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건설업체의 최저가 입찰 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분양을 할 때 대부분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게 된다.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모델하우스에 찾아와서 아파트의 구조와 마감재의 종류, 붙박이장이나 가구의 품질, 주방과 욕실 등의 자재 및 제품 등을 비교해 보고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모델하우스의 품질은 분양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부분 건설업체가 모델하우스에는 품질이 우수한 고급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가 널리 알려진 전문 가구제조업체에게 일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건설업체가 분양을 마치고 시공을 하면서 모델하우스의 사양대로 시공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그 이유는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가구제품은 고가의 고급제품인데 최저입찰제를 실시하여 중저가의 제품으로 시공하게 되면 세대수에 따라 엄청난 차액이 생기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 가구납품 영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I사의 특판부 L부장은 "입찰현장에 가보면 원래 모델하우스에 설치했던 업체들이 제출한 견적가에 20~30% 정도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50%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동질·동가'는 허울, 최저가입찰로 수십억 이익
일반적으로 33평형을 기준으로 싱크대와 같은 주방가구가 대략 300만~400만원 내외, 붙박이장, 신발장, 화장대 등 일반가구가 약 200만~300만 원 정도라고 가정해 볼 때 분양 당시 가구의 가격은 약 600만원 전후가 될 것이다. 이것을 최저가 입찰로 납품 받았을 경우 낙찰가가 30% 정도만 떨어져도 세대 당 180만원의 차익을 볼 수 있다. 만약 한 단지의 세대수가 1000세대라면 건설업체가 가구분야에서만 18억원이라는 과외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단가가 떨어지면 제품의 소재가 불량해지고 불량소재를 사용하면 제품의 하자도 많이 발생하지만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인체에 해로운 포름알데히드 방산량도 함께 증가해 입주자들에게 두통과 피부병 등 질환을 일으키는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구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P씨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가구의 몸체는 중소가구업체 제품을 사용하고 상표가 붙은 문짝만 유명브랜드업체에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고, 상표만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구제조업체들은 건설업체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이쪽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하고 "건설업체들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그나마 수주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을 아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건설업체가 가구 하자와 관련, 입주자들과 분쟁이 생겨도 그 증거를 갖고 있는 가구제조업체가 선뜻 입주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증거자료를 넘겨주지 못하는 것이다.
유명 건설업체도 '가구 바꿔치기' 많아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는 소비자들은 분양 당시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모델하우스를 보고 실제 입주했을 때에도 분양 당시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설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약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건설업체들의 '가구 바꿔치기'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전아연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 바꿔치기' 사례가 어느 특정한 업체 위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부터 중소건설업체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중견건설업체인 T사의 예를 보더라도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T사는 지난 2002년 7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총 9개 현장에서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일반가구의 경우는 모델하우스에 설치한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제품의 제작이 까다로운 주방가구의 경우 5개 현장에서만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한 가구가 바뀐 사례를 보면 고급대형 평수의 아파트일수록 바뀌는 비율이 적었고, 작은 평수의 서민아파트일수록 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건설업체들이 주장하는 '동질·동가'는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동일 제품 설치를 법제화해야
건설업체들 사이에서 이 같은 일이 일상적으로 관행처럼 행해지는 이유는 법적인 제도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모델하우스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견본주택 건축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것은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난해 1월 26일자로 고시된 견본주택 건축기준(건설교통부고시 제 2004-17호)에 따르면 제4조(설비 등의 기준) 제①항에 따르면 "견본주택은 공급하고자하는 주택과 동일한 품질의 재료로 시공하여야 한다. 다만 생산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한 제품의 품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체들의 분양안내 자료에도 "견본주택에 시공된 제품은 자재품절, 품귀, 제조회사의 도산 등으로 부득이한 경우에는 동질, 동가 이상의 타사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생산업체의 부도나 제품의 품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는 모델하우스에 설치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시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최저가 입찰로 가구를 납품 받아 시공하고 있으면서도 입주자들에게는 동질, 동가의 제품이라고 우기고 있는 실정이다.
가구 바꿔치기 관행 원천적으로 막아야
이 같은 건설업체들의 고질적이고 관행화된 '가구 바꿔치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견본주택 건축기준(건설교통부고시 제 2004-380호, 2004. 12. 06)을 강화하여 ▲분양아파트를 건축할 경우 견본주택에 설치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견본주택의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으로 설치하되 ▲사전에 분양자들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받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체가 다른 제품으로 입찰을 했을 경우 분양자들에게 이를 고지하고 입찰에 관련된 서류 일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며,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입주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물론 건설업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전아연 본부측은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행화된 건설업체들의 '가구 바꿔치기'를 원천적으로 근절시키고 입주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자료를 요청하는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켜나가면서 근본적으로 건설업체가 이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제화 하는데 총력을 다 할 예정이다.
| | 가구 하자 판별법 | | | |
| | | ▲ 모델하우스 거실 내부 모습. | |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건설사와 입주자들은 마감 자재에 대한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새로 분양받아 입주하는 입주자들이 가구하자에 대해 판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하자란 결함이 있는 상태. 정상적인 상태를 충족하지 못하는 흠이나 결함이 있는 경우 널리 쓰이는 말이다. 즉, 입주자의 시각에서 볼 때 불편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의 흠이나 결함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모델하우스와 입주 시의 차이를 비교하여야 하며, 모델하우스 보다 개선되어있는 사항이나, 변경된 사항에 대해 체크해 두어야 한다.
▲ 설계 : 가구의 설계 관련한 가구 하자의 판별법
-동선 : 효율적인 가사동선에 맞게 설계 되었는가
-기기와의 조화 : 각종 가전기기(냉장고, 쿡탑, 오븐, 식기세척기)등과 조화가 잘 되었는가
-전기설비와 조화 : 조명의 위치, 온수분배기, 후드의 후렉스블 위치가 가구와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가
-환기 : 조리의 냄새가 환기되는데 적절한 설계인가
-틈새공간의 이용: 발코니장, 보조주방장, 다용도장의 이용이 적절한가
▲ 기기설비 : 가구와 접목되는 기기 시스템을 운용하는데 있어서의 하자 판별법
-전기 콘센트위치: 기기를 운용하기 유용한 위치에 전기 콘센트가 설치되어있는가
-조명의 선정: 가구에 부착된 또는 가구근처의 조명의 위치 및 밝기는 유용한가
-배수: 주방가구에 설치되어있는 배수구(탈수용 배수구 포함)의 이용은 용이한가
-빌트인기기: 빌트인 기기 운용 시 가구하자(물불음, 찍힘)가 발생하는가
▲ 기능 : 가구의 사용 기능상의 하자 판별법
-실용성: 가구의 모양 디자인이 사용기능상의 문제는 없는가(수납물품에 대한 이용도가 높은가)
-개폐 : 가구의 개폐 시 소음, 처짐, 걸림은 없는가
-공간의 낭비 : 사용하기 어려운 코너부분 등에 대한 기능상의 고려는 되어있는가
-물과 접촉 : 물과 접촉되는 부분에 대한 보안이 되어있는가 (가구의 물젖음, 물불음, 철물의 녹 발생)
▲ 마감 : 가구의 마감 상태에 대한 하자 판별법
-도어의 상태체크: 수평수직도, 스크래치, 이색, 오염도 체크
-몸통의 상태체크: 틈새, 스크래치, 선반 미설치, 다보 미설치, 오염도 체크
-손잡이 설치: 손잡이 설치는 양호한가, 개폐 시 불편함은 없는가
-타 공정과 접촉되는 부분에 대한 상태 : 마루, 도배, 몰딩과 접촉되는 부분의 상태는 양호한가
-액세서리 유무: 모델하우스에 있었던 액세서리 품목이 모두 있는가. / 최병선 | | | | |
덧붙이는 글 | *최병선 기자는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사무차장입니다.
*본문에 게재된 사진은 본 기사의 특정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국정브리핑의 국정넷포터에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