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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 역의 현빈씨(왼쪽)와 김삼순 역의 김선아씨.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 역의 현빈씨(왼쪽)와 김삼순 역의 김선아씨. ⓒ MBC 제공

철수와 영희, 갑돌이와 갑순이만큼이나 친근한 이름이 된 삼순이와 삼식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 탓이다. 드라마 초반부터 30%대의 시청률을 훌쩍 넘기며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김삼순'의 인기 비결은 동질감에서 비롯됐다. 내 이야기 같고, 내 여자친구 이야기 같은.

이 드라마의 원작소설 제목도 <내 이름은 김삼순>('눈과 마음' 펴냄)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김삼순(金三珣)은 1975년 7월 25일생, 사자자리 B형, 키 159cm에 몸무게 63kg의 자칭 노처녀다. 원작소설을 쓴 작가보다 정확히 두 살 어리고, 드라마에서 김삼순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씨와는 공교롭게도 동갑이다.

소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씨는 <누나와 나, 혹은 그 녀석과 나>(KBS 드라마 <백설공주> 원작), <당신과 나의 4321일>(KBS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 원작) 등을 통해 이미 드라마 시청자와도 인연이 깊다. 그러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하는 탓에 정작 작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수현씨의 소설을 펴낸 출판사 '눈과 마음'의 기획자 전주예씨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 곧 드라마로 만들어질 <당신은 나의 것>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을 반반씩 섞어 놓으면 딱 지수현 작가"라고 말한다. 또한 전씨는 "지 작가는 글로는 자신을 똑바로 잘 표현하면서 말로는 자기 자랑을 못하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소녀 같은 사람"이라며 "소설을 쓰기 시작한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스로 작가라는 표현도 안쓰고 지금도 '작가'라고 하면 얼굴부터 빨개진다"고 귀띔한다.

이런 탓에 '김삼순'을 낳은 작가, 지수현씨와의 인터뷰도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김삼순>에 나오는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은 작가 지수현씨의 직간접적인 경험담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감시간대에 들어가 현금지급기 출장소 안에 갇혔던 일이나, 속상할 때 혼자 노래방 가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 운전교습중에 다른 차를 들이받아 벌금을 문 것도 작가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다.

그러나 아주 즐겁고 밝은 캐릭터 '김삼순'을 만들었을 때, 정작 작가는 "몸도 마음도 바닥을 기고 있던 때여서 즐거운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움직일 수 없는 몸 대신 머리로 놀기 시작하며 자신을 닮은, 나이 먹고 통통하고 푼수같은 여자가 자신보다 씩씩하게 살면서 달콤한 연애도 하는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결과였다"고.

많은 이들의 연인이자 친구가 돼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김삼순'은 이처럼 몸과 마음이 지친 작가부터 먼저 보듬어주었던 셈이다. 다음은 작가 지수현씨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 지수현씨가 5년만에 붓을 들어 직접 그린 자화상.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 지수현씨가 5년만에 붓을 들어 직접 그린 자화상. ⓒ 지수현
- '캐릭터는 작가를 닮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주인공 김삼순과 본인의 닮은 점은 무엇인가요. 또한 다른 점은.
"'결혼은 했어?', '애인은 있나?'라는 질문에 움찔하게 되는 30대 초반의 나이라는 것,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지만 좌절한 경험이 있다는 것, 본의 아니게 실수를 잘 저지르고 마음이 여리다는 것, 기계를 무서워한다는 것(책속의 삼순양은 기계치랍니다)...

주눅이 잘 드는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 하지만 간혹 욱하면 터지는 것, 속상한 일이 있어도 엎어져 있기 보다는 그래도 치료법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 있다는 것, 진심으로 대하면 통한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 그런 게 그녀와 제가 닮은 점들입니다.

다른 점은, 나약한 저에 비해 김삼순 양은 상당히 튼튼한 편입니다. 몸도 마음도. 거기다가 추진력도 저보다 월등합니다. 파리에서 다년간 유학이라니.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국내는 버스 타고 혼자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니지만, 전 아직 해외로 나가 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기대가 달라요. 저는 실연한 지 얼마 안돼 맞선을 보러 나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 소설 속의 김삼순이 작가와 생일도 같고 혈액형도 같게 설정돼 있습니다. 혹시 본인도 소설 속의 김삼순처럼 1남3녀의 셋째인가요.
"아닙니다. 1남1녀 가운데 맏이입니다. 저를 여동생 취급하는 남동생과 옥신각신하며 자랐습니다."

- 작가 후기를 보니까, '실수담은 본인이 한 번쯤 저질러 본 일'이라고 했는데,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오는 에피소드 대부분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에피소드에 제 경험이 상당이 들어간 것은 맞습니다. 전해들은 것까진 모르겠지만. 드라마에 나온 현금지급기 출장소에 갇힌 것 – 그 때, 정말 무서웠습니다. 밤에 돈 찾으러 들어갔다가 '삐뽀삐뽀' 소리와 함께 셔터가 내려가고 불이 꺼져서... 속상할 때 혼자 노래방 가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술 한 잔 한다거나…

책에 나온 대로 운전 교습 중 다른 차를 들이받고 벌금을 물었다거나 – 운전면허를 취득한 날, 정비과장님께서 축하해 주시더군요. 저와 종씨인데 접촉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동정했노라고. 축하한다고. 그리고 한라산에 올라가 그 천국 같은 바람을 맞은 것 등. 소설 속에 제 이야기가 상당수 들어갔어요. 같은 바닷가를 여름과 겨울에 찾아갔다가 그 풍경이 다르다는 것에 깜짝 놀랐던 남자 주인공의 에피소드도 그랬구요."

- 예전에 만화가 이두호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작업을 하면 할수록 주인공 캐릭터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낳았지만, 그 자식을 부모의 뜻대로만 행동하게 할 수 없듯이’. 실제 소설을 쓰면서 주인공 캐릭터가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움직인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네. <김삼순> 말고 다른 글에서요. 내가 만든 인물들이, 내 마음대로 되어 주지 않고 제멋대로 나가는 것 같은 느낌.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이두호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는 듯합니다."

- <내 이름은 김삼순>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됐나요. 그리고 집필 기간이 어느 정도 소요됐나요.
"2003년초부터 건강이 나빠져서 누워지낸 적이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바닥을 기고 있던 때였는데, 정말 즐거운 일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움직이지 않고 누워 밥하고 약만 먹자니 얼굴은 나날이 동글동글. 얼마 전, 뭔가 또 실수를 저질러서 누군가로부터 '이 삼순아!' 소리도 들었고, 정말 삼순이가 된 기분이랄까.

(세상의 실제 김삼순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만, 님들께서 저처럼 느리고 어설프다는 것도, 님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릴 의도도 아니었음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지인이 저를 두고 한 소리였으니까요.) 그래서 움직일 수 없는 몸 대신 머리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저 닮은, 나이 먹고 통통하고 푼수같은 여자가 저보다 씩씩하게 살면서 달콤한 연애도 하는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2003년초부터 구상을 시작해서 자료를 조사하고, 메모하고, 그 해 여름에 계약서를 쓰고, 그 다음해인 2004년 1월에 전자출판을 먼저 했지요. 실제로 (소설을) 쓴 기간은 한 3개월 정도? 생각을 많이 해 두었던 덕인지 제 기본 속도보다 빨리 진행되었답니다."

- <내 이름은 김삼순>을 집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케이크가 잔뜩 나오는 글, 거기다가 케이크 만드는 여자까지 나오는 글을 쓰자니 자극을 받아 저도 10여 년 만에 케이크를 구워 보겠다고 시도해봤다가 다량의 밀가루와 계란과 설탕을 낭비했던 쓰라린 기억이... 엄마 몰래 그 실패작 버리느라 힘들었습니다. 아, 이거 어머니가 아시면 안 되는데. 그 밖에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별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지수현
-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시청률이 40%대에 육박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김삼순 신드롬’이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훌륭하신 감독님, (드라마) 작가님, 매력적인 배우분들 때문이기도 하겠고, 화면 속에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 나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니까요. 물론 여배우 김선아씨는 통통해도 여전히 예쁘지만, 화면 속 그 분의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 나이 또래 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속상하면 술 마시고, 맞선을 지겨워하지만 안 볼 순 없고, 미래를 위해 적금도 부어야 하고, 다이어트는 해야 되겠는데 쉽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보는 분들이 공감을 해 주시는 거라고. 자신과 비슷한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지지해 주시는 건 아닐까.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맞을까요?"

- 드라마와 본인의 소설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나요.
"주인공 ‘김삼순’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제가 본 (드라마) 4회까지는 원작과 별 차이는 없었다고 봅니다. 제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 따뜻하고 유쾌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 원작을 충실히 각색해 주었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글은 머리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지만, 드라마는 눈으로 직접 보고, 소리가 들리고 하니까 재미가 더 풍부해지더군요.

여자 주인공은 더 활력이 넘치지만 김삼순 그 자체고, 남자 주인공이 연하로 설정이 바뀌었지만, 남자의 삐딱하면서 순정적인, 상처도 있는 복합적 캐릭터에 그렇게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고요. 남자 주인공의 옛 연인인 희진이 원작보다 더 빨리 등장했는데, 그녀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 디자인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 소설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이 혼자 해도 괜찮은 것들이라는 거죠. 어릴 때부터 이사를 자주해서 친구를 사귈 만하면 전학을 가곤 했거든요. 사교성도 없는 제게, 그건 참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혼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쯤, 그리는 것도 싫증이 났을 때 마침 집도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갔어요. 정말 외져서 해 떨어지면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무척 심심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동생 컴퓨터에 슬금슬금 다가가 인터넷을 헤매다가 소설 올리는 사이트를 보게 되고, 무료할 때 상상만 하던 이야기를 자판 눌러가며 쓰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연애 이야기를 보면, 남녀의 갈등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요.
"남녀의 갈등이라기보다 제가 겪고 눈으로 본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물론 남녀의 갈등 쪽은 핑크빛 설탕이 가미되어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제 눈에 기본적으로 비슷해 보입니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아주 멀어질 수도 있고, 다시 한걸음씩 다가설 수도 있고.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고, 사랑이 변한다고. 남자와 여자 사이도 그럴 수 있지만, 그건 다른 관계에서도 적용이 된다고 봐요."

- 글을 쓰는 특별한 습관이 있나요. 징크스는.
"그 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듣고 나서 장면을 떠올린 뒤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게 징크스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생각해 보니 어울리는 곡을 찾아서, 필을 받아 첫 시작 부분을 술술 써 내려가면 그 글하곤 금세 친해집니다. 안 그러면 친해지는 데 애를 먹는 편이고, 글도, 나도, 같이 불쌍해지기도 합니다만... 이거, 징크스일까요?"

- 그동안 세 편의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자신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의 촬영 현장이나 출연 배우들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세 편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감독님들은 뵌 경우가 있지만, 촬영 현장에 가거나, 배우들을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원작자이긴 하지만 배우를 만나거나 촬영 현장에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뿌리는 제게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거기에 물을 주고, 비료를 주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드라마를 만드시는 분들의 몫입니다.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고 본격적인 제작 전에 작품에 관한 조언이 필요하다면 감독님과 만나뵐 수는 있지만, 일단 제작이 시작되면 이미 제 손에서 떠난 일입니다. 괜히 빠듯한 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현장에 찾아가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이나 바다는 잘 돌아다니는 편이지만, 사람 많은 인공장치 구경 가는 것,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한 게으르기도 합니다."

- 김삼순의 직업을 '파티쉐(제과기술자)'로 설정한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케이크를 좋아했습니다. 제과점에 갈 때 바구니엔 결국 식빵을 넣더라도, 꼭 유리 진열대 안의 케이크는 한 번씩 훔쳐볼 만큼 좋아합니다. 그렇게 일곱 번쯤 훔쳐보다가 한 번씩 유혹에 져서 조각 케이크를 사오곤 한 적도 있습니다.

저도 잠깐 케이크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만, 아쉽게도 전 삼순이만큼 솜씨가 없었어요. 만들어 봤던 케이크는 울퉁불퉁했고, 쿠키는 이빨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했거든요. 김삼순을 생각하기 시작한 그 때, 제겐 달콤함이 너무 필요했고, 그걸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제 생각에 파티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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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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