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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4시 부산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앞에서 농민총파업이 열리고 있다.
20일 오후 4시 부산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앞에서 농민총파업이 열리고 있다. ⓒ 김보성

한 농민이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 농민이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김보성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쌀협상 무효화와 국회비준 중단을 요구하며 사상 초유의 농민파업을 벌이는 가운데 20일 오후 4시 부산지역에서도 농민총파업결의대회가 열렸다.

부산농민회와 김해농민회 소속 농민 400여 명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비상장 앞에서 차량 수십여 대를 세워둔 채 장미, 오이, 배추, 부추 등 농산물을 쌓아두고 농산물 출하를 거부했다.

수십대 차량이 쌀협상 무효라는 깃발을 달고 농산물도매시장을 막아나섰다.
수십대 차량이 쌀협상 무효라는 깃발을 달고 농산물도매시장을 막아나섰다. ⓒ 김보성
본 대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2시 경 부산농민회 소속 농민들은 차량 수십여 대를 동원하여 수입김치로 물의를 일으켰던 사상구 괘법동 홈플러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수입 김치 판매 중단을 약속받기도 했다.

풍물패 공연으로 농민총파업 결의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이 농민가를 불렀다. 대회사를 위해 연단에 선 김해농민회 배병돌 회장과 부산농민회 박상봉 회장은 "농민총파업이라는 게 있을 수 있냐"며 농민들이 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는 아직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병돌 회장은 "이면합의를 한 쌀개방 협상에는 모든 농산물 개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회비준을 막지 못하면 농민들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상봉 회장은 빚더미에 야반도주까지 하는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국회비준을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전농 부산경남연맹 제해식 부의장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이 겨우 25%도 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아무도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다가 만약 미국이 WTO를 앞세워 식량 제재를 가하면 어찌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산여성회 아동상담소 공부방 어린이들과 극단 '자갈치',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공연이 선보이자 농민들의 집회열기는 뜨거워졌다. 참가자들은 가져 온 장미, 오이, 배추, 당근, 부추 수십박스를 쌓아놓고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농민들은 '국회비준 저지하여 수입개방 막아내자'라는 구호펼침막이 붙은 드럼통을 세우고는 그 앞으로 가져온 채소와 장미를 모두 던져 엎었다. 농산물을 엎는 농민들은 순간 숙연했다.

쌀협상 무효를 요구하며 농민들이 자신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뒤집어 엎고 있다.
쌀협상 무효를 요구하며 농민들이 자신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뒤집어 엎고 있다. ⓒ 김보성
이어 모범작목회와 각 농민단체들의 투쟁보고가 이어진 뒤 부산농민회와 김해농민회 각 농민대표들이 쌀출하를 거부하는 서약식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국회비준반대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요구서와 국회비준 저지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쌀출하 거부 서약식에 참여하는 부산, 김해 농민대표들.
쌀출하 거부 서약식에 참여하는 부산, 김해 농민대표들. ⓒ 김보성

한 농민대표가 국회의원들에게 국회비준을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읽고 있다.
한 농민대표가 국회의원들에게 국회비준을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읽고 있다. ⓒ 김보성
이날 농민들은 이번 쌀협상이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쌀을 포함해 다른 작물까지도 내주고 이를 은폐한 것에 대해 정부를 성토했다.

부산농민회 한 관계자는 "만약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비준까지 통과되면 전국 각지에서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농민회와 김해농민회를 비롯 각 농민단체에서는 6월 28일 예정된 국회 앞 상경투쟁에 모든 조직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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