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립미술관 지하 1층 교육관 예술체험공간에 전시된 외국인들의 수묵화 솜씨를 보았다. 이 전시회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수묵화 강좌 작품전'으로 5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한 달여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의 산물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기초 필묵, 수묵, 동양화 실기 및 동양화작품 감상 등에 관련된 이론 및 수묵화 실기를 익힌 그들의 열매가 전시되고 있었다.
수묵화의 멋은 무엇보다 먹의 농담에 의해 엷게 또는 진하게 그리거나, 먹물의 번짐 등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붓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선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붓을 든 이의 감정이나 개성이 화선지에 생동감 있게 나타날 때, 수묵화의 맛이 우러난다.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강이 있으나 주인을 잃었는지 외로운 배 한 척이 보인다. 그리고 자그마하게 보이는 정자 한 채. Anna Park님의 정자(亭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외국인의 시각으로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사공 없는 배로, 한 척의 배로 또는 한 채의 정자로 나타냈을까? 배가 없었다면 강물인 줄도 몰랐을 뻔한 수묵화 작품을 보면서 초보자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먹색의 진하기에 따라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묵화는 굵은 나뭇가지와 그 나뭇가지에 핀 꽃의 대비가 뚜렷해 보였다. 거기에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필리스님의 작품에서는 다른 굵은 나뭇가지와 꽃들을 연상하기가 어려웠지만 우리 수묵화의 특징인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산과 숲 그 아래에 펼쳐진 Rita Van Huffel님의 Rice field의 풍경은 고즈넉해 보였다. 흐르는 정적에 힘찬 황소 한 마리나 논두렁에 서 있는 농부와 아낙네가 빠진 것을 보건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일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으로 그림을 읽었다.
한데, 이 작품전이 전시되고 있는 공간이 시립미술관의 지하 1층이라는 점이 안타까웠다. 지하이기에 많은 사람이 전시를 관람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물론 참여자가 많은 인원의 전시도 아니고 유명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옆에 덩그러니 붙여진 한 장의 안내문은 생색내기에 불과해 보였다.
요즘처럼 맑은 날씨에 외부의 공간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하면 더욱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뛰어난 작품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의 손으로 담은 수묵화 그림 한 점에 시립미술관 앞을 지나다니는 이들의 눈이 즐겁지 않겠는가? 시립미술관의 정원과 1층 로비에 전시를 해도 좋았을 것이다.
'시립미술관에서 외국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의 미술관소식란에는 이 전시화 관련해 안내된 내용도 없었다.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홍보비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전시회를 홍보로 연결하는 기획력이 부족해 보였다.
이 작품전은 오는 6월 30일까지 전시되며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보다 다양하게 우리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