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4층에서 멋진 붓글씨들을 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敬勝怠者吉(경승태자길) 義勝欲者從(의승욕자종승)'. 위 작품 중 가운데 있는 족자로 "공경히 하는 마음이 게으른 마음을 이기는 자는 길하고 의로운 마음이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조롭다"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여 "부지런한 자는 흥하고 게으른 자는 망한다"라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질 때, 일침을 가하는 글이다.
이는 용비어천가에 담겨져 있는 글로 우당 이남규(대한민국 서예대전 입선 2회)님의 작품이다.
그 다음에 눈이 옮겨진 작품은 '信言不美(신언부미)'.
사람으로 생각되는 형상이 붓으로 그려져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지극히 단순화된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중앙에 차지한 그림 왼편으로 "진실한 말은 아름답게 꾸미지 아니하고 아름답게 꾸민 말에는 진실이 없다. 참다운 사람은 변명을 하지 아니하고 변명을 잘하는 사람은 참다운 사람이 아니다" 등으로 시작하는 뜻 깊은 글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말을 못하면 사람 구실조차 못하는 분위기이다. 그가 하고 있는 외모나 말이 번지르르해야 하고 유창해야 사람 대접받는 분위기, 속 알맹이는 간데없이 말의 홍수와 말잔치가 넘쳐나고 있다.
정치인들의 거침없는 입심이나 TV에서 넘쳐나고 있는 유행어 만들기와 말잔치로 끝나는 토크쇼, 인터넷 용어 등이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의 눈과 귀를 빼앗고 입을 더럽히고 있다.
도정 권상호(노원서예협회 회장)님은 작품에서 "노자의 마지막 팔십일장을 읽다가 참다운 사람과 참으로 아는 사람이 서로 만나 진실한 말을 주고받는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적는다"라는 글을 그림 오른편에 남겨놓고 있어 옛 말씀을 오늘날에 되새길 필요를 전해주었다.
결혼하여 아이 낳아 키우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예전에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다. 농사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자식농사라는 말씀. 내 속으로 낳았으니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그렇다고 하여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수만은 없기에 때로는 매를 들기도 한다. 또 실수가 예상되면서도 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맡겨두자고 마음 속으로 되뇔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서예 전시회장에서 만난 이상덕님의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라는 글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이 전시회는 노원문화예술회관 주년 개관기념 서예전이란 제목으로 7월 3일까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