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개화를 하는 시기다. 바람이 연꽃을 만나 그 향을 우리에게 실어다 준다. 연(蓮)은 이집트가 원산지이다. 이것이 인도로 건너와서 대중화되고, 불교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고즈넉한 사찰에서 만나는 연꽃은 아름다운 자태와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진다. 전남 보성군 대원사에서는 7개의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고 가꾸어 3년 전부터는 연꽃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대원사에서는 연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연꽃이 피는 철에만 가능한 이벤트 하나, 새벽녘 연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마셔보기.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연잎처럼 보이나 한손으로 살살 잎을 털면 가운데로 조그만 보석처럼 물방울이 고인다. 그 한 방울의 이슬이 주는 신선함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다음에는 본격적인 연꽃차 마셔보기.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고, 연꽃차를 연잎에 따라서 머리를 맞대고 연 대롱으로 러브 샷! 연꽃의 향뿐만 아니라 잎과 대에서 나는 향까지 음미해 볼 수 있다. 연대는 연뿌리처럼 텅 비어있는 구멍이 있어서 비바람에도 연은 휘청거릴 뿐 부러지지 않는다.
중국의 수필가 임어당은 <부생육기 浮生六記>의 운(芸)을 가장 사랑스런 여인이고 재인으로 꼽는다. <부생육기>는 청나라 건륭(乾隆)때 심복(沈復)이란 사람이 쓴 자서전인데 죽은 자신의 아내 운과 연향차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운은 말단관리였던 남편의 월급으로 고급차를 살수가 없어 비단에 묶은 보통차를 연꽃이 그 잎을 오므릴 때 몰래 넣어 두었다가 새벽에 연꽃이 필 때 꺼내어 차를 내었다고 한다. 밤새 연향을 품어 향기롭게 변한 차를 대접하는 운이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원사의 현장스님은 연꽃의 덕성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대승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생태는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종자불실(種子不失), 처염상정(處染常淨), 화과동시(花果同時)예요. 종자불실이란 말은 씨앗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란 말이죠. 연꽃의 씨앗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있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이 틉니다. 우리가 자기도 모르게 만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지요. 처염상정이란 더러운 것에 접해서 그것에 물들지 않음을 이야기 합니다. 연꽃은 오염물질을 양분으로 삼고 산소를 만들어 내어 물을 정화 시키죠.
우리도 흔히 속세라고 말하는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존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화과동시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의미입니다. 보통은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지요? 연꽃의 마지막 덕성은 자비심을 키워서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이 바로 깨달음의 삶임을 말해 줍니다. 깨닫고 난 다음에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 바로 그 순간이 깨달음이란 이야기지요.”
옛 선비들은 새벽녘 연못의 한가운데로 나룻배를 저어 그곳에서 연꽃이 피는 소리를 즐겨 들었다. 이름하여 청련회. 연꽃에 스치는 바람을 보면서, 입 안 가득 연차를 머금어 보고, 숨소리 가만히 앉아 연꽃 피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 시곗바늘 같은 일상을 떠나 숨어버린 감성을 회복하고 꽃 한 송이가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떠한지.
덧붙이는 글 | 대원사 연꽃축제는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립니다. 문의) 061-852-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