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홍지수
연탄은 가스불에 비해 연기가 더 많이 나지만,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돼지곱창을 바라보며 동료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 세상에 그처럼 맛있고 행복한 순간도 없다. 문현동 돼지곱창골목이 생긴 지 벌써 40여 년을 훌쩍 넘었다. 지금은 문현동 파출소를 부근으로 해서 12개 가량의 업소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문현동 곱창골목은 여기저기서 소개도 많이 되었다. 영화 <친구>의 촬영 장소로 소개되면서 한동안은 곱창 열풍이 불었을 정도다.

돼지곱창은 돼지의 대창과 애기보, 간, 염통 같은 내장에 매운 양념을 더해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내는 음식이다. 돼지곱창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그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소문난 돼지곱창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돼지 내장을 흐르는 물에 씻고 지방을 떼어내 소금물에 씻고 소주를 뿌려도 돼지 특유의 누린내는 어지간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돼지곱창은 그 맛으로 먹는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돼지곱창은 연탄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난다. 한때는 가스불이나 숯불 등에 굽는 집들도 많았지만, 맛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손님들의 성화에, 지금도 이름 있는 업소들은 대부분 연탄불을 사용한다.

돼지곱창은 처음엔 흐물흐물하다. 곱창을 주문하면 우선 주방에서 한 번 애벌로 구워낸다. 양념을 바르지 않은 곱창을 철판 위에서 살짝 익힌 다음, 손님 앞에 놓인 철판 위에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비벼 올려 놓는다. 돼지곱창은 총 세 번을 굽는다.

한 번은 손님 앞에 오기 전에 애벌로, 그리고 올려진 것을 일단 한 번 익히고, 거의 다 익어갈 때쯤 곱창과 함께 주는 양념을 듬뿍 발라서 다시 한 번 더 익히는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익히고 나면 흐물흐물하던 곱창은 어느 새 쫄깃하고 씹는 맛이 일품인 요리로 바뀌어져 있다.

ⓒ 홍지수
돼지곱창은 술안주로 보면 제격이다. 그냥 먹기엔 다소 느끼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에 기름진 맛을 뒷마무리 해주는 소주 한 잔이 잘 어울린다. 돼지곱창을 시키면 따라나오는 밑반찬은 상당히 간단하다. 상추 같은 야채, 마늘, 머리가 띵할 정도로 매운 청량고추, 김치, 국물김치, 막장이 끝이다.

업소에 따라서는 마늘과 막장 하나만 달랑 주는 곳도 있다. 그만큼 돼지 곱창은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돼지곱창은 비 오는 날 저녁에 잘 어울린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 돼지곱창 특유의 냄새가 더욱 진하게 진동을 하기 때문이다.

돼지곱창을 먹으러 갈 일이 생긴다면, 차를 끌고 가거나 차가 있는 사람과 같이 가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귀가길에 택시를 탈 것을 각오해야 한다. 지방을 제거한다고 해도 워낙 기름이 많아서 굽는 동안 그 냄새가 온몸에 착 달라붙기 때문이다. 돼지곱창 한껏 먹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다면,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쳐다보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기에 생각나서 올립니다. 오늘 저녁, 돼지곱창 어떠신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