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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정거래법을 두고,삼성이 29일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소 제기 배경과 목적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펄럭이고 있는 삼성 사기와 태극기.
현행 공정거래법을 두고,삼성이 29일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소 제기 배경과 목적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펄럭이고 있는 삼성 사기와 태극기. ⓒ 연합뉴스 황광모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두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현행 법이 과연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와 소 를 제기한 이유로 맞춰져 있다.

특히, 삼성의 헌법소원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외국인에 대한 경영권 방어 목적인지, 아니면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29일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3개 계열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금융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삼성이 제기한 조항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제11조 제1항 제3호와 처벌 조항인 제66조 제1항 제7호다. 이들 조항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제한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지난 4월1일부터 공식적으로 발효됐으며, 이들 금융계열사들의 의결권 행사 범위가 앞으로 3년동안 매년 5%씩 줄어 15% 수준까지 떨어지게 돼 있다. 법 개정전에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해 30%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었다.

왜 갑자기 헌법소원을?...소 제기 마감날에 전격적으로 진행

이번 삼성 계열사들의 헌법소원 제기는 소 제기 마감날인 29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현행법상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시행된 후 90일 이내에 제기해야한다. 따라서 삼성계열사들은 지난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헌법소원 제기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쪽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정위의 재벌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축소 방침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의결권 제한 금지 즉각 시행에 대해, 삼성전자의 외국인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를 반박했다. 삼성은 또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담은 시나리오를 공정위에 내놓기도 했었다.

이번 소 제기도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삼성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행 출자총액제한 규정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2조원에 불과해, 지분 확대를 통한 경영권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삼성쪽 입장이다. 결국 해당 법 조항이 헌법상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신라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신라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5%에 달하는 외국자본으로부터 삼성전자를 지키기 위해"

이어 의결권 행사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은 외국 자본에 비해 국내 자본은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의 제한을 받게돼,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삼성쪽은 설명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헌법소원 제기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은 삼성전자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라면서 “작년 말 법 통과때부터 위헌 여부의 이야기가 제기됐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법의 의결권 제한이 당장 현실화되지 않고 3년동안 단계적으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이 헌법에서 보장된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면 당연히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7.99%, 삼성물산 4.43%, 삼성화재 1.39% 등 계열사 지분이 13.81%다. 또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1.91%에 불과하며, 계열사와 이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더라도 17.72%에 불과하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은 54.13%에 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회사를 외국 자본에 넘길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지난해 법 개정 과정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까지 가게된 것”이라고 전했다.

참여연대, “총수 개인의 경영권 보호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

해당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은 삼성의 헌법소원 제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거론하면서, 실제는 이건희 회장 등 이씨 일가의 그룹 경영권을 보호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만큼 변호인단을 구성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쪽에서 문제 삼는 조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내용”이라며 “지난 2002년 재계에서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가 있다고 해서 30% 까지 의결권을 허용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난 2003년 조사를 해보니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의결권이 행사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면서 “뒤늦게 다시 인수합병을 거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좀더 직설적이다.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당초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가 삼성쪽의 로비로 15%까지 허용하고, 그것도 단계적 시행으로 바뀌었다"면서 "법 자체가 이미 크게 퇴색된 상태에서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라는 삼성의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은 경영권과는 관련없는 포트폴리오 투자이며, 이들이 뭉쳐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건희 회장 등 이씨일가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쪽 반응이다.

김 소장은 "이번 소 제기로 인해 오히려 5%도 안되는 지분을 가지고 7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행사해 온 삼성의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를 국민들이 더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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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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