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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 북폴리오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이 책은 미국 보스턴의 서운사 주지로 계신 여 스님인 서광 스님이 쓴 책이다. "아이들을 낳지도, 키워 보지도 않은 스님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녀 교육에 관한 글을 써서 부모들에게 훈수를 두느냐"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들을 직접 낳고 키워 보았다고 해서 올바른 부모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부모는 아이 마음의 밭"

심리학박사 학위까지 받고 1994년 이후 아이들 교육과 진로 문제, 학생과 학부모 상담, 현지 유학생 상담 등을 해 온 만큼, 교육에 관한 한 서광 스님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스님이 운영해 온 명상, 수행, 다도, 토론, 놀이를 통한 인성 지도에 초점을 둔 어린이 캠프는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부모는 한 아이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살아갈 마음의 밭이고 운명의 장이다. 부모가 아이를 품고 느끼고 생각하며 아이를 향해서 보내는 마음의 에너지들은 바로 훗날 아이가 자라서 세상과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된다."

이러한 구절로 시작되는 이 책은 '자식을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려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제 부모를 선택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생명을 만들어냈으면 그 생명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부모에게는 분명히 있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지보다 교육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부모 멋대로 움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지나치게 자식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경우, 흔히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끄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아이들은 개별적인 독립체로서 존중 받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서광 스님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부모들이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부터가 원하는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부모는 자기도 모르는 새 아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보여 주기가 쉽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확신이 없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교육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고 결국 남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 줏대 없는 교육을 하게 된다. 저자는 "아이를 교육하려면 무엇을 교육하고 어떻게 교육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교육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전한다.

"아이가 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잠재력과 장점을 최대로 살려내어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또한 모두가 협력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고 자기 행복을 파괴하는 요소들은 아예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제거해 가는 과정이 교육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의 올바른 정신적, 신체적 성장과 그것을 바탕으로 삼는 한 인간의 행복한 삶이다.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은 부모가 앞에서 끌어주면서 찾아주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면서 아이가 스스로 찾게 돕는 것이다."

"자신이 사로잡혀 있는 부모 모습에서 벗어나라"

우리 나라의 부모들은 어떠한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뿌리 깊은 부모들의 잘못된 의식을 고치지 않는 한 아이들은 타율적이고 수동적이며 부모의 손에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신이 사로잡혀 있는 부모 모습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자식이 아파하면 함께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본인보다 더 아파하고 표현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렇게 하게 되면 자식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자식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부모도 당연히 기쁘겠지만, 그렇다고 본인보다 더 많이 기뻐하고 유난을 떨면 자식은 자기 인생의 기준을 부모로 삼게 된다. 자식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그가 아플 때 함께 아파하되 너무 지나치지 않을 것, 그것이 바로 자녀 교육의 올바른 길이다.

주변의 아이 가진 부모들을 보면 지나치게 극성스러운 다른 부모들을 비난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기 아이를 교육할 때에는 자녀에 대한 과잉 보호와 칭찬, 기대 등으로 그 비난 상대와 같은 행동을 흔히 보여 준다. 이게 바로 우리 나라 엄마들의 모순이다.

"때로는 아이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걱정하기보다는 부모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염려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좋을 때가 있다. 아이의 성장을 걱정하기보다 부모 자신의 성장을 걱정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을 위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보고 배우고 따라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자녀교육 핵심은 부모 자신이 참된 삶 사는 것"

그렇다. 부모 자신이 자기 정체성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아이 또한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굳이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라고 시키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세상의 많은 것을 흡수하는 존재들 아닌가. 특히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로부터 아이들은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부모 자신이 성장되고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책 읽는 엄마 밑에서 책 읽는 어린이가 자랄 것이며, 사랑을 표현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는 아빠 밑에서 남을 사랑하고 세상의 행복을 느끼는 아이가 성장할 것이다. 자녀 교육이 별 게 아니다. 부모가 잘해야 자녀도 잘한다.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서광 스님 지음, 북폴리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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