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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 상정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서 항의하는 가운데, 제안설명을 하는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을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보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상정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부대표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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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국회 본회의의 주역은 민주노동당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방위사업청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주도했고 윤광웅 국방부 해임건의안의 부결을 결정지으며 캐스팅보트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날 본회의는 최초의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공조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신문법, 사학법 등 '개혁법안' 추진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에게 "한나라당과 합의하지 말고 민주노동당과 같이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이들 법안은 '여야 교섭단체' 합의에 의해 처리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수석부대표는 "이번 일이 여당에게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심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렇게 공조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한 의원은 "사학법도 이렇게 처리하면 되겠다"고 개혁공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여당에 '민주노동당과의 연대'에 대한 학습효과 줬을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때마다 민주노동당은 양당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기회가 보다 많아졌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의 첫 공조에서 승리를 거뒀고, 4.30 재보궐선거 이후 파죽지세로 주가를 높이던 한나라당의 기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지속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실 이번과 같은 캐스팅보트의 기회는 17대 국회 동안 많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단 소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당이 합의 처리가 아닌 표결 처리로 법안을 처리해야 하고 그 법안이 핵심적 정치 현안이어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대부분의 쟁점법안을 합의해왔다. 양당은 합의 전까지는 각각 '개혁공조' '야당공조'를 강조하다가도 정작 양당 협상에서는 "교섭단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민주노동당 등 소수야당을 배제했다.

또한 양당이 표대결을 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이 몸값을 올리려면 '적당히' 명확한 사안이어야 한다. 사안의 성격이 너무 명확해서 당의 입장이 뻔하다면 캐스팅보트로서의 의미가 반감되고, 반대로 너무 복잡한 사안인 경우 당의 입장을 제 때 정하지 못해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당론 결정과정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막바지까지 "윤 국방 장관의 사표는 수리되어야 하지만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취지에도 반대한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고, 일부 의원들은 해임건의안 찬성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찬성 투표를 주장한 노회찬 의원은 결국 표결에 불참했다.

▲ 3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 상정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서 항의하는 가운데, 제안설명을 하기위해 단상으로 향하던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몸싸움에 밖으로 밀려나자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등이 잡아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민노' 공조, 관건은 여당의 개혁의지"

이후 기조와 관련, 민주노동당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당대당 공조가 아닌 정책공조를 하겠다"며 "열린우리당이 개혁의지를 보여야 민주노동당이 공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윤 국방장관 해임안의 경우에도 한나라당과 군 개혁에 대한 정책 공조가 있었다면 공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개혁의제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과의 공조를 모색하지만 정부 비리 문제 등은 다른 야당들과 공조하고, 반전평화·경제 등 사안에 따라 초당적인 대응도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교섭단체 요건완화 등 국회 내 입지 문제는 다른 소수 야당들과 함께 연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우리·민노' 연합과 '한나라·민주' 연합이 맞서는 방식의 '여대야소' 정국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6월 임시국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대립을 가져온 비정규직 법안은 9월달로 넘어간 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일단 다음 '우리·민노' 공조의 후보로 꼽히는 것은 오는 9월 16일로 심사기일이 정해진 사립학교법 개정안.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러 차례 "한나라당과 소득없는 협상을 그만두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본회의 직권상정을 추진하자"고 주장해왔다.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한나라당과의 끝장토론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한 바 있다.

영향력 만큼 부담 늘어..."정책적 기반 확립이 과제"

어떤 당과의 공조가 되든 캐스팅보트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만큼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책임과 무게도 커졌다.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민주노동당에 적극 공세를 펼친 것도 이같이 달라진 민주노동당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이번 표결에서 어떤 선택을 했어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고 무게감 있는 정책활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부대변인은 "노동 문제나 농민 문제 등은 정책적인 기반이 있는데 국정 전반에 대해서는 아직 당의 시야가 좁은 게 사실"이라며 "언제 어떤 사안이 터져도 무기를 꺼낼 수 있게 곳간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책적 기반 다지기'를 이후 당의 과제로 꼽았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정책 워크숍을 열어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정기국회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심 수석부대표는 "하반기에는 경제 민생영역과 반전평화 등 고유한 진보정치의 색깔을 강화하는 과감한 행보를 추진하겠다"며 "정기국회까지 남은 두 달은 쉬는 기간이 아니라 곳간을 채우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 한명 죽었을 때는 회사에 책임묻더니..."
위축된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에 '정체성' 공세

방위사업청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윤광웅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뒤 위축된 분위기의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 때리기에 적극 나섰다.

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야합은 의회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쿠데타"라며 "민주노동당은 서민·노동자의 대변인을 자임하고 도덕성을 중시해왔는데 이제 어떤 가치로 누구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헌 사무부총장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비난글을 인용해 "수많은 생명이 무자비하게 죽었는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한 명 노동자가 죽었을 때 회사에 책임 묻냐"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윤 장관 해임보다는 유임이 앞섰고, (한나라당 주장처럼) 국민의 뜻이 해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국민들은 윤 장관 해임여부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안심하고 아들을 보낼 수 있는 군 개혁에 관심이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국민 다수의 뜻에 부응해 해임건의안에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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