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에서는 ‘김동리 서거 10주년 추모문학제’가 100여쪽이나 특집으로 다뤄진 것이 눈에 띈다. 또한 기획연재 ‘소설과 영화’에선 황순원의 <소나기>를 초대해 놓았다.
‘김동리 서거 10주년 추모문학제’는 김상일의 평론 ‘동리 문학의 기계상(機械狀) 무의식(無意識)’과 이동주의 ‘실명소설 김동리’, 그리고 강민, 강병석, 노순자, 서영은, 손장순, 송상옥, 양인자, 오인문, 오정희, 유현종, 이문구가 ‘김동리 선생을 그리워하며’ 쓴 수필들로 짜여 있다.
시인 강민의 ‘당당한 소신과 기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김동리 선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이문구씨가 오지 않았느냐는 문의였다. 그이는 마침 며칠 전에 삼엄한 계엄망을 뚫고 와서 원고료를 받아간 뒤여서 그 말씀을 드렸더니, 아직 잡히지는 않았군, 하시며 혹시 연락이 되면 몸조심하라고 전하라는 말씀이셨다. (중략)
김동리 선생은 그 무렵 신군부 세력과 친근히 지내 나중에 국보위 위원까지 지내셨지만, 제자를 사랑하시는 마음은 늘 하해와 같았던 걸로 안다. (중략)
1990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하시다 1995년 별세하셨을 때, 그 상가에서 친아들처럼 상가를 지키던 이문구씨를 잊을 수가 없다. 아, 이제는 그이까지 가버렸으니….
그 상가에서 우리 문인들 10여 명이 침통하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경호원을 거느리고 문상을 왔다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동석하겠다는 것을 술김에 저리 가라고 내친 기억도 잊을 수가 없다. (이하생략)
-<계간 소설가> 2005 여름호 54~56쪽
동리의 제자 소설가 이문구가 작고 전에 써두었던 ‘청진동 시대와 김동리 선생’은 ‘민족문학 수립’을 위하여 동리가 창간한 ‘한국문학사’가 공교롭게도 1970년대 문인 민주화 운동의 발상지 역할을 하였던 긴박한 사연을 들려준다. ‘문학인 101인 선언문’이 낭독되는 사상 최초 문학인 시위의 대기실로 한국문학사가 사용되었으며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대회 야전사령관실처럼 사용되었던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초대한 기획연재 ‘소설과 영화’에는 시나리오작가 이진모가 황순원 원작의 영화 <소나기>를 기획하며 원작자를 만나던 시절 이야기가 훈훈하게 담겨 있다. 또한 시나리오작가가 <소나기>가 단편소설 중에도 특히 짧기 때문에 대사보다는 영상을 그려내는 데 고심했던 사연, 단발머리가 길게 땋은 갈래머리로 바뀌는 등 시나리오 작가가 그려낸 이미지가 고영남 감독의 연출에 의해 뒤바뀐 기막힌 사연도 고백하고 있다. 전재되어 있는 원작소설 말미, 마을 갔다 돌아온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가 가슴에 서늘하다.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계간 소설가> 2005 여름호 434쪽
한편 유금호, 박유하, 김동민, 송숙영, 김병화, 박진철, 신동소, 이영실, 이재정, 정선교, 박하식, 임영춘의 단편소설이 단편소설집 한 권처럼 수북하게 실려 있으며, 평론집 <박경리와 최명희, 두 여성의 글쓰기>를 낸 문학평론가 이덕화의 소설평(‘잃어버린 공동체 회복과 소외된 개인의 내면’)이 권말에 실려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평전 <배호 평전>, 생명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주로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신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하반기 완간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