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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남부지방에는 50에서 100mm 정도 폭우가 쏟아지겠습니다."

연일 TV 날씨 프로그램에서는 주말 폭우를 강조했다. 토요일 아침에 들은 라디오에서도 똑같은 말이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늘은 변산반도 고사포 송림 해수욕장으로 오토캠핑 가는 날이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 주지 않는다. 장마 기간이라 아이때문에 걱정된다는 아내를 겨우 설득했지만,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여행에 관한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도 총각 때에는 지리산 등 산행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가족이 생기자 이런 저런 핑계로 여행할 기회가 줄어 들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행을 하여도 아이 핑계로 펜션, 콘도 등을 찾게 되었다.

고사포 송림 해수욕장

*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 IC를 빠져나오면 곧 좌측에 변산,격포방향이라는 팻말이 써 있는 30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30번 국도를 따라 계속나가면 하서면을 지나 변산 해수욕장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더가면 변산읍내, 그리고 읍내의 변산파출소를 좌측에 두고 우회전하여 2km정도 더 가면 고사포 해수욕장을 우측에서 발견할 수 있다.

* 문의
변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고사포 지구 063-582-7808

* 캠핑장 이용료
텐트 한 동당 1만 원

* 주변 관광지
변산비키니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격포 채석강과 적벽강, 하섬, 내소사, 불멸의 이순신 촬영장 등 / 이현
그러나 개인적으로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도 5살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신문을 보다가 오토캠핑에 대한 기사를 보고 바로 회원 가입을 했고, 오늘이 처음 참가하는 날이었다. 일주일 내내 오늘이 얼마나 기다려지던지. 아내는 이런 나의 모습을 상당히 재미있어 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하고 반대도 조금 했었는데, 내가 너무 좋아 하는 모습에 끝까지 반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서울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고참 선배들을 믿고 서둘러 출발하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니, 좋지 않은 날씨 때문인지 차들은 많지 않았다. 중간 중간 휴계소에 들르면서 천천히 남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가끔씩 해가 뜨기도 했다.

같은 한반도에서도 이렇게 날씨가 변화가 심하다니…. 4시간을 달려 드디어 변산반도 도립공원에 들어 섰다. 좋은 경치를 보면서 와서 그런지 그렇게 멀게 느껴 지지는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캠핑장을 충청도 태안반도로 착각해서 아내에게 말했었다.

"별로 멀지 않아."

고사포 해수욕장에 들어 서자 오후 2시 정도 되었다. 벌써 와 계신 분들이 꽤 있었다. 친절한 촌장님의 환대를 받고, 고참 캠퍼들의 도움을 받아 텐트를 쳤다. 사실 이번 캠핑에 참가하기 위해서 텐트도 처음 구입하였다. 텐트만 사고 장비는 예전 총각 때 산행에 들고 다니던 것을 그래도 들고 왔다.

▲ 멋있게 친 텐트
ⓒ 이현
텐트가 확보되자 마음이 느긋해 졌다.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선배들 텐트 구경을 다녔다. 처음 본 장비도 있어 무척 신기했다. 많은 분들과 악수로 하고 환대를 받으며 이집 저집 돌아 다니는 재미도 솔솔했다. 그리고 같이 어울려 축하주를 마셨다. '복분자주' '소면 가득한 골뱅이 무침' '두툼한 삼겹살 구이' 정말 야외에서 먹는 맛은 기가 막혔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고사포 해수욕장에 들어 갔다. 갯벌을 지나 차가운 바다물이 발에 닿자, 모든 근심과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안빈낙도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과대망상도 걸렸다.

▲ 푸른 송림을 뒤로 하고
ⓒ 이현
저녁을 먹고 아이를 재웠다. 워낙 열심히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아 금방 아이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원래 천성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 하고 다른 아이들과 금방 사귀는 편이라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야외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기우였다. 아이는 처음 보는 언니, 오빠, 친구들과 몰려 다니면 잘 놀았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처음 보는 텐트에 들어가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해서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 국립공원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갯벌 생태 체험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내에게 "거봐, 오길 잘했지" 하고 약간 거들먹 거렸다. 그리 그리 온다고 하던 비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떨어지기 시작했다. 텐트 속에서 듣는 비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 가족의 첫 오토캠핑의 밤은 깊어 갔다.

밤새 비가 왔다. 텐트 위로 떨어 지는 빗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다행히 주위 송림이 우거져 침수 걱정은 없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비는 그쳤다. 비가 그친 틈을 타 텐트를 재빨리 걷었다. 그리고 하룻밤 동안 사귄 많은 분들과 인사를 하고 서울로 향하였다. 왠지 이번 한주는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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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I 심리상담코칭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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