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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이들의 놀이는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전 아이들의 놀이 소재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돌·나무·풀·물·흙·바람 등 자연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 놀이의 도구이자 소재였지요.

돌로는 비석치기를 하였으며, 나무로는 잣대를 만들어 자치기를 했었지요. 개울이 있으면 물을 막아 댐 놀이를 했고 풀과 나무로는 물레방아를 만들어 돌렸지요. 흙이 있는 곳이면 기찻길이나 도로를 만들고 검정고무신을 뒤집어 기차놀이를 하였지요. 그리고 바람개비를 만들어 달리면 풍차처럼 멋들어지게 돌곤 하였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벗 삼아, 그리고 자연을 소재삼아 하는 놀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면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현대의 아이들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갑자기 바람개비와 물레방아 얘기를 꺼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의존하고 있는 연료는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주를 이룹니다. 이들 자원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고갈될 것이 뻔합니다.

석유 1배럴 당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서고 앞으로는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공급은 한정되어 있으나 수요가 끊임없이 늘어날 테니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에너지의 90% 이상이 이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구조 역시 에너지 다소비형 형태를 나타내지만, 정부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은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국가의 전체 에너지 중 태양광, 수력, 풍력을 활용한 대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상당한 정도로 높여놓고, 그만큼 기술력도 축적하고 있다고 하는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무슨 배짱이 그렇게도 두둑한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석유나 석탄과는 달리 자연이 우리 인류에게 베풀어 준 무한한 자원인 빛과 바람, 그리고 물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하루빨리 개발하고 축적하자는 것입니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옛 말도 있지 않습니까?

다행히 우리는 산이 많은 산지 국가입니다. 산은 짙은 숲이 머금은 물을 사시사철 깊은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계곡이 흐르는 언덕배기에는 여지없이 자연부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전력은 물레방아를 돌려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바다에는 바람이 세므로 바람개비같이 풍차를 돌릴 수도 있을 것이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는 갯벌을 무조건 메울 것이 아니라, 조력발전이나 풍력발전 시설을 하여 전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태양열을 활용하거나 빗물을 모아 수압을 이용하여 발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오히려 미래를 축복받은 복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우거진 삼림은 머지않은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땔감으로도, 발전을 위한 연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인간이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또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 할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생태주의 삶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요.

바로 이러한 모습이 생태주의자인 필자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꿈이 과연 실현 불가능한 어떤 이상주의자의 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일까요. 인류의 먼 미래를 보는 혜안을 지닌 훌륭한 미래학자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평범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그러한 세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이성 있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도리 아닐는지요. 이 글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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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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