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쪽 설명이 없는 설명회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야 이 XX야. 조용히 해! 이야기는 들어봐야 할 것 아냐."
전국 처음으로 실시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핵폐기장) 부지 선정 정부합동설명회(이하 핵폐기장 설명회)는 시작부터 반핵단체들의 항의와 이에 대한 역항의, 고함과 몸싸움으로 몸살을 겪어야 했다.
6일 오후 3시 대구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핵폐기장 설명회는 산업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주) 등 5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설명단(단장 조석)이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경북지역에서 핵폐기장 부지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울진·포항 등의 지자체 공무원과 의원, 해당 지역 주민들 250여명이 참가했다.
시작 10분만에 단상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한 반핵단체 회원들
핵폐기장 설명회는 시작 10여분만인 오후 3시10분쯤부터 반핵단체 회원들의 반발로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반핵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측에서 제작한 처분시설 안내 동영상물 <새로운 희망을 약속합니다>가 상영되자 자리를 박차고 단상쪽을 뛰쳐나갔다.
그는 입법예고된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원 특별법' 사본을 들고는 "정부가 설명회를 갖는다고 하면서 반대쪽 설명은 전혀 듣지 않으려 한다"면서 "찬성쪽 설명만 있는 설명회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반핵단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일어나 이에 호응했다. 이들은 단상쪽으로 뛰어나와 '핵폐기장 반대' 플래카드를 펼쳤다.
결국 경찰과 공무원들이 투입됐고, 플래카드를 들고있던 사람들을 단상 바깥으로 몰아내면서 소란은 진정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다른 사람들이 단상쪽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반대쪽 설명이 없는 설명회는 무효"라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회원들도 주최측에 항의했다.
소란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반핵단체 관계자가 아닌 다른 참석자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일부 핵폐기장 설명회 참석자들은 "정부쪽 이야기도 들어보고 당신들 이야기도 하라"면서 욕설을 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병력을 동원해 반핵단체 회원들을 일일이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회원과 경찰 사이에 일부 몸싸움이 발생했다.
결국 핵폐기장 설명회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모두 쫓겨나간 가운데 관계 공무원과 일부 주민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반핵단체 "일방적인 설명회 원천 봉쇄"
이날 설명회는 정부가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비민주성과 불신 해소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산자부 원전사업기획단 조석 단장은 설명회 인사말에서 "그동안 부지 선정사업은 민주성과 투명성 결여로 지자체장과 주민의 동의 확보에 실패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평가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갖추기 위해 설명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의 동의 확보'를 향한 정부의 여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처음으로 실시된 6일 경북 핵폐기장 설명회가 소란 속에 결국 반핵단체 회원들을 끌어낸 후에야 열린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핵국민행동' 이헌석 사무국장은 "입법예고된 방사선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설명회와 토론회를 의무적으로 한 차례씩 가지게 된다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설명회는 찬성쪽 입장만으로 설명회를 갖고 나머지 토론회에서 찬성과 반대쪽 의견도 함께 듣겠다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이야기하면서 첫 설명회를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명회에서 내쫓고 강행하고 있다"면서 "결국 정부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 반대 핵폐기장 반대 동해안 대책위원회' 강호철 위원장은 "정부의 설명회가 결국 편파적으로 끝났고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을 주장에 재갈을 물렸다"면서 "앞으로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되는 설명회는 반핵 단체들이 앞장 서서 원천 봉쇄하는 등 온몸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 | 8월말까지 신청·11월 주민투표... 일정대로 될까 | | | |
| | ▲ 6일 전국 첫 정부합동설명회에서 항의하다 끌려나온 반핵단체 관계자들이 설명회장 밖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6일 전국 첫 정부합동 설명회를 시작한 정부는 앞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까?
현재 정부는 지난 4월 이후 전국 4개 시·군 5개 부지를 대상으로 우선 조사와 잠정 평가를 해놓은 상태이다. 군산(비응도)·경주(봉길리)·영덕(신리)·울진(소곡리·상당리)은 제척 조건이 없는 지역으로, 경주(상라리)는 제척 조건은 없으나 공학적 보강이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외에도 울진(고목리)·영덕(축산면)·포항(죽장면)·삼척(원덕읍) 등 4개 부지도 추가조사 대상이다.
정부는 오는 9월 공포예정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모든 절차를 추진하는 한편, 유치지역을 비롯해 유치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광역단체에 양성자 가속기를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주요 지원 내용은 ▲특별지원금 3000억원 운영개시전 지원 ▲반입수수료 연 평균 85억원 운영단계시 지원 ▲한수원(주) 본사 이전 ▲해당 광역단체에 양성자가속기 설치 ▲범정부적 지원체계 구축 등이다.
정부의 추진 일정을 보면, 우선 내달 31일까지 각 지역으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는다. 이후 신청지역에 대한 종합평가를 거쳐 적합부지로 판정되면, 주민투표법 8조에 따라 9월 15일까지 해당지역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게 된다. 정부로부터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받은 지자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22일까지 주민투표 발의 여부를 결정하고, 투표는 올해 11월 중 실시, 투표권자 1/3 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찬성률이 가장 높이 지역이 후보 부지로 선정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