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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정치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정치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이 '매스미디어 속의 고독'을 토로했다. 그리고 언론에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제안했다. 남은 임기 동안 손잡고 가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단과의 대화에 이어 가진 오찬에서 "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라며 "나한테 우호적인 언론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오찬 뒤에 가진 마무리 인사말에서 "국민들한테 오늘 뭐 해가지고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여러분들하고 대화하는 것이 좀더 의미 있는 일로 생각한다"면서 이날 참석한 29명의 편집·보도국장들에게 세 가지 제안을 했다.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세 가지 제안

우선 노 대통령은 "정부 입장에서도 한 번씩 생각해 보는 그런 여유를 가져주시도록 꼭 좀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가져야 되는 관점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한 번씩 입장을 뒤집어는 보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두번째로 언론의 선명성 콤플렉스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대해서 저 자리는 뭔가 공작하는 자리고, 뭔가 힘쓰는 자리이고, 뭔가 음침한 일을 하는 자리라는 그런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편들어 글 쓴 것으로 간주되면 선명성이 떨어져서 별 재미가 없는 환경 속에서 여러분이 글 쓰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를 들어 노 대통령은 "나한테 우호적인 언론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환경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세번째로, 중립이라고 하면서 보편적 정서가 중립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비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정말 저로서는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이 간다 하면 갔다"면서 "이제 의제 설정은 정부가 어느 한 쪽, 아무도 혼자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하는 사람은 비전도 제시해야 되고, 위기도 관리해야 되고, 공동체의 미래를 끊임없이 제시해야 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면서 "언론도 그런 점에 있어서 비슷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신정(神政) 시대의 제사장 역할에 비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신정(神政) 시대의 제사장 역할에 비유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는 군사령관과 제사장이 권력을 나누어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언론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 과거의 제사장이 했던 역할·지위 수준의 역량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한번 스스로의 일에 대해서 보람과 가치를 좀더 높이 설정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언론에게 '시시비비'만 가릴 것이 아니라 '대안'에도 눈을 돌릴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언론은) 적어도 독재를 견제하는 것, 독재 앞에서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방어해내는 것,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서는 되는데, 분명한 대안의 제시는 그동안 언론의 역할로 크게 되지 않았다"면서 "이게 대안이냐 아니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 고민해 봐주시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안과 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쪽에서라도 '이것의 대안이 뭐냐'라는 것을 항상 한번 생각하면서 그렇게 함께 해나가면 정부와 언론간의 협력이 잘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잘못' 시인하기도

노 대통령은 "내가 언론하고 처음부터 다소 대결적인 상황 속에서 출발을 했다"면서 "그 뒤에 이제 체계적으로 언론의 모든 기사는 모니터링 돼서 사실 여부, 그리고 비판과 지적의 타당성 여부가 다 검증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메커니즘을 일단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처음부터 좀 껄끄러워졌던 부분이 있죠"라면서 "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하는데 저도 좀 미숙했고, 차분한 설득 과정이나 점진적인 과정을 밟지 않고 일거에 무 자르듯이 해버렸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웃으면서 "그 과정의 갈등이나 감정적인 앙금이 있을 것이지만 이제 그 문제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질서는 어차피 성립이 된 것이고, 새로운 질서에 의한 충분히 상호 존중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는데 서로 좀 서먹하고 불신과 감정 때문에 안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옛날의 유착이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새로운 관계에서의 동반자, 정치와 언론이 새로운 선진 한국이랄지 또는 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향한 동반자적인 협력 관계를 한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희망이자 마음이다"고 끝맺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편집·보도국장들은 본관 세종실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10분까지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본관 충무실로 자리를 옮겨 12시20분부터 1시40분까지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는 노 대통령과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는 당초에 이날 오찬은 비공개 예정이었으나 간담회 시간이 부족해 간담회 때 못한 질문답변이 오찬에서도 이어지는 바람에 발언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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