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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라다의 금광, 파라, 브라질, 1986
세라 페라다의 금광, 파라, 브라질, 1986 ⓒ 살가도
'절망에서 희망으로'라는 제목이 붙여진 살가도 전은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찍은 173점의 사진이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 '이민, 난민, 망명자', '기아, 의료' 등 네 가지 주제로 분류돼 전시된다.

살가도는 1944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69년 상파울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71년 영국의 국제커피기구에서 활동 중 커피 재배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갔다가 기아 등의 참상을 목격하고, 여기서 필요한 것은 경제학 보고서가 아니라 사진으로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뒤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살가도는 현실이 집적된 세계를 수천편의 글이나 말보다 더 잘 보여주고,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는 보편적인 언어가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조관연 한신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살가도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조관연 한신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살가도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기범
이후 1979년 매그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살가도는 유진 스미스 상은 물론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미국, 일본 등의 여러 사진 협회로부터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환경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살가도의 작업 방식은 현재 디지털 사진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주로 혼자 촬영을 다니며, 필름을 직접 감아서 쓰고, 하루에 16시간 동안 직접 수천 장의 테스트 인화지를 만들어 작업을 진행한다. 또 에티오피아, 수단, 말리, 차드 등 수많은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며 사진 촬영을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위압감이나 거리감을 주지 않기 위해 자동차를 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살가도의 사진 작업 방식에 대해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영섭씨는 "살가도는 촬영 대상인 지역의 사회, 문화와 역사 전반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고자 했다"며 "이렇게 해서 탄생한 사진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엄한 서사시와 같다"고 평가했다.

조관연 한신대 교수는 "살가도는 현지 사람들과 교분을 쌓고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 인간의 존엄성을 놓치지 않는 사진 작업을 하는 가슴이 따뜻한 작가"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유정이 불길을 뿜으며 소용돌이 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새 원전을 놓고 있다. 그레이터 버한 오일 필드, 쿠웨이트, 1991
1991년 걸프전 이후, 유정이 불길을 뿜으며 소용돌이 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새 원전을 놓고 있다. 그레이터 버한 오일 필드, 쿠웨이트, 1991 ⓒ 살가도
조 교수는 살가도의 사진에서는 종속이론과 해방신학의 관점들이 녹아 있으며, 제3세계에 대한 빈곤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문제를 사진으로 다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이번 사진전에서 살가도가 지난 90년 걸프전쟁 때 유전 화재를 진화하는 미국 노동자들을 찍은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주문한다. 즉 당시 화재 진화를 했던 노동자들은 미국 거대 기업들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고액의 돈을 받으면서 일했다는 것이다.

과연 살가도가 브라질 금광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 채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육체노동자와 유전 진화에 나선 미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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