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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처럼 고요하면서도 담백하고, 텅 비어 있으면서도 한없는 깊이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일순 사로잡는 부용
ⓒ 한석종
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시끌벅적하기만 하고 칠월 무더위에 장마철의 눅눅함까지 겹쳐 요즈음 심신은 날로 지쳐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틈새에도 우리들의 탁한 마음을 일순 확 트이게하고 혼미한 정신을 일깨우는 꽃 한송이가 피어있다.

연꽃처럼 고요하면서도 담백하고, 텅 비어 있으면서도 한없는 깊이감이 느껴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꽃, 부용화(芙蓉花).

사람이란 참 묘한 존재여서 이리저리 세파에 휩쓸려 살다가도 문득 엉뚱한 생각에 잠기거나 어떤 무엇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료한 이 한 여름밤에 당신은 무슨 생뚱한 생각에 잠기는가!

나는 부용화의 그 한없는 고요함과 단백함, 텅 빔, 깊음의 수렁에 빠져 새벽녘까지 허우적데곤 한다. 세상에 자신의 모든 허울을 벗어 던져 버리고 그 눈부시던 나신이 차츰 허물어져가는 아픔까지 다 내어주고 허망하게 홀연히 사라진다.

그냥 아무 뜻도 없이 피고 질 뿐, 인간의 삶, 어디에도 어떤 의미로도 작용하고 싶지 않는 듯,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던지는 진지한 물음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진정 홀로 고요하게 비어있다.

▲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다 녹이고도 남을 부용의 고운 속살
ⓒ 한석종
부용화는 낙엽 관목으로 아욱과에 속하며, 꽃의 모양이나 잎의 생김새가 무궁화와 거의 비슷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궁화와 혼동하기 쉽상이다.

그러나 줄기를 제외하고 잎과 꽃의 크기가 무궁화보다 훨씬 더 크고 꽃색도 화려하다. 또한 나무 종류라 하지만 줄기는 녹색을 띤 반관목성 초본 식물이라는 점도 무궁화와 구별되는 점이다.

옛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 같다. 거의 손바닥 하나를 다 가릴 만한 크기에 흰색, 붉은색, 분홍색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피는 모습은 정말이지 일색이다.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고을 수령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죽은 신라의 부용아씨 설화나 실화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부용상사곡"이라는 고대소설 속의 기생 부용을 떠올리며 옛사람들의 그런 감정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은 영조·정조 이후의 작품으로 짐작되며,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처럼 작품 속의 가사명을 표제로 삼았을 정도이다.

주인공인 김유성이 평양을 유람하다 명기 부용과 백년언약을 맺고 서울에 간 사이에, 부용은 못된 신임 감사의 수청강요에 못이겨 대동강에 투신하였으나 어부의 손에 구출된다. 유성의 과거 급제 소식을 접한 부용이 <상사곡>을 지어 보내자 그녀의 소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이 만나 해로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길가나 정원에 흔히 심는데, 요즈음 지자체마다 국도변에 부용화를 줄지어 심어놓고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뺏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창살에 갖힌 부용
ⓒ 한석종

▲ 창살을 걷어내고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오른 부용
ⓒ 한석종

▲ 얼굴을 붉히며 살포시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부용
ⓒ 한석종

▲ 그냥 아무 뜻도 없이 피고 질 뿐, 삶의 어떤 의미로도 작용하고 싶지 않는 부용
ⓒ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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