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카메라 어디 있어?”
“카메라는 왜?”
“이거 사진 찍어야지. 자기 기사감으로 좋지 않냐? 기사제목으로 ‘남편과 함께 만든 수제비!’어때?”
부창부수라고, 요즘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기사감이라며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해대는 마누라를 어느새 우리 남편도 닮아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을 찍느라 남편이 수선을 떨어대니 아버지도 어머니도 덩달아 수저도 들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잠시 후. 남편이 사진을 다 찍고 나자 마치 기다리고나 계셨던 듯 아버지께서 얼른 수저를 드셨습니다.
“수제비 하려면 엄마 깨우지. 이거 혼자 떠 넣으려면 시간 많이 걸렸을 텐데….”
“엄마! 이거 엄마 사위가 한 거야. 엄마 딸이 아무래도 시집은 잘 간 거 같아.”
“그건 그렇지만. 행여나 시댁에 가선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친정엄마는 사위가 주방에 들락거리면 예뻐 보이고, 시어머니는 아들이 주방에 들락거리면 미워 보이는 거야. 그게 바로 사람 마음이라는 거지.”
“아유. 우리 시어머님은 안 그러셔. 당신께서 그렇게 못 살았다고 이 사람한테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살라고 늘 말씀 하시는데 뭐.”
“시어머님께서 그러실수록 네가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잠시. 어머니와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아버지도 남편도 어느새 수제비를 두 그릇이나 비우고 있었습니다. 국물까지 말끔하게 비우고 수저를 내려놓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번져 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남편이 반죽을 하고 또 함께 수제비를 떠 넣었단 제 말에 당신들 딸자식의 행복을 들여다 본 것 같았습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기사를 올리기 위해 막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데,
“잠깐만. 아직 견적서 다 못 만들었는데. 기사 나중에 올리면 안돼?”
“뭐야. 아직도야. 어제 저녁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더니. 그럼 빨리 해. 기사의 생명은 신속이거든.”
“아이구. 우리 마누라 이제 기자 다 됐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주 5일제 근무 안 하는 거야?”
“주 5일제 근무? 그거 좋지. 그런데 기자야 주5일제 하고 싶어도 기사거리가 주5일제를 안하잖아.”
“아유. 그러셔요. 정말 대단한 기자십니다. 제가 빨리 컴퓨터 내어 드리겠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으며 견적서 작성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견적서 작성에 뭔가 어려움이 따르는지 남편은 결국 저녁밥 먹기 전까지 컴퓨터를 제게 내어주지 못했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남편이 견적서 작성을 마무리하면서 아마도 <오마이뉴스>를 클릭 했던가 봅니다. 그런데 메인 화면에 떠억하니 수제비 사진과 수제비 기사가 올려져 있는 걸 보고선 호떡집에 불 난 것 마냥 주방에 있는 저를 소리쳐 불렀던 겁니다.
아마도 남편은 하루 종일 컴퓨터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거니와 수제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시민기자의 열성적인 기자정신에 무척 놀랐던 모양입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그때서야 제 차지가 된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인화면에 떠억 버티고 있는 이기원 기자님의 ‘비 오는 날 수제비 한 그릇 어때요?’를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낮에 기사를 안 올린 게 정말 다행스러웠습니다. 수제비 한 그릇에도 그 옛날 초가집 낙숫물까지 거슬러 올라간 이기원 기자님의 감성에 고개가 숙여졌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우리 남편 말마따나 주5일제 근무도 마다 않는 시민기자들의 그 열성. 또 수제비 한 그릇에도 그렇게 훌륭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시민기자들의 놀라운 감성이 그 순간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