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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타이항공의 기내식
오리엔탈 타이항공의 기내식 ⓒ 임준연
쓰나미 이전엔 푸켓 직항 우리 나라 항공편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전부 없어지고 일주일에 두 번의 외국 항공만이 직항으로 운행되고 있다. 목요일과 일요일, 한국말을 못 하는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솔직히 좀 비교된다. 어느 땐가 뉴스에서 우리 나라 여승무원의 서비스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기내식은 정말 말 그대로 퍽퍽하여, 안 그래도 요동치는 대기 상층부의 폭풍 속에 흔들리는 기내에서 시달린 몸을 속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닭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모를 부드럽지 않은 익힌 고기와 불면 풀풀 날아다닐 것 같은 쌀밥의 조화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한 입만에 숟가락을 놔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디저트 푸딩은 정체 모를 열대과일의 향이 함유되어 있으나 이 역시 냄새가 비려서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현지에서 만난 일행도 만나자 마자 하는 이야기가 기내식에 대한 불평이었다. 그립다. 국내 항공사가 제공하는 비빔밥 세트여!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열대섬에 도착하면 내릴 때부터 후덥지근함이 느껴지며 벌써 이마와 콧잔등엔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는 텁텁한 느낌이 든다. 공항 실내로 들어 오면 에어컨 덕분에 나아지긴 하지만 짜증나는 입국심사가 기다린다.

한 마디로, 줄 잘못 서면 바보 된다. 미리 잘 보고 줄이 어떻게 짜여져 있고 심사관의 처리 속도를 유심히 보라. 그렇지 않으면 나보다 무려 20여명 뒤에 있던 옆줄 사람이 아직도 제자리인 나를 제치고 유유히 가방을 끌고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다.

느리고 여유로운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나, 빨리 빨리를 생활 신조로 여기는 우리는 한 사람 입국심사를 무려 2분여 넘게 걸리는 심사관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그 조그마한 푸켓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왓찰롱 사원의 풍경
왓찰롱 사원의 풍경 ⓒ 임준연
가이드의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말들은 때로 6시간의 칸막이에서 온몸을 오그린채로 시달린 심신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는 이국의 정취를 맘껏 느끼고 싶은 마음에 목마르다. 30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왓찰롱 사원. 절이 뭐 이래? 금빛으로 찬란한 사원은 가사를 두른 스님들도 없고 온통 관광객들과 늘어진 오후의 개들과 고양이. 터트리는 횟수 대로 복을 받는다는 시끄러운 폭죽 소리만 요란하다.

5분이면 돌아볼 수 잇는 곳에서 무려 30분의 자유시간을 준다. 그냥 근처 노점에서 먹을 것을 간단히 먹고 음료수를 사먹는 것이 더 좋다. 정가가 써 있지 않은 곳에서는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다 싶으면 무조건 흥정할 것! 간단한 태국어를 익히고 가는 것이 기분 좋다.

기내식이 불만인 관계로 배고픈 일행은 식당행을 외치고,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하고 나서, 부푼 가슴을 꼬옥 안고 도착하는 곳은 드넓은 수평선이 보이는 푸켓 최남단의 서쪽에 위치한 언덕이다.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지만 뭐,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영국의 한 시인이 시를 쓴 곳으로 유명하다는데 그 시인의 이름도 생소한지라, 다만 수평선이 더 동그랗게 보인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직접 확인하는 것도 그래 보이긴 한다.

열대과일들 - 무척 싸서 넘치게 먹을 수 있다
열대과일들 - 무척 싸서 넘치게 먹을 수 있다 ⓒ 임준연
오히려, 기분 좋은 것은 열대과일들이다. 입맛에 안 맞는 분들이 많았지만 특별하고 색다른 맛을 단돈 몇 백원에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입안에서 녹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비리다고 느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몇 만 원을 호가한다는 '두리안'은 느끼한 생크림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숙소인 호텔 풍경
숙소인 호텔 풍경 ⓒ 임준연
숙소는 특급이다. 몇 만원 더 주긴 했지만, 이렇게 훌륭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신혼여행 와서 며칠 동안 방에서 뒹굴다가 더우면 수영장에 나와 수영하고 과일이나 음료를 마시며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패키지는 호텔에서의 느긋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신혼여행때 와라. 패키지 숙소는 잠자는 장소일 뿐이다. 그 좋아 보이는 수영장은 이용 불가. 첫 날 좀 일찍 들어오면 불꺼진 어둠 속에서 관리원 몰래 수영하는 대담함도 필요하다.

관광 일정은 매우 촉박하게 짜여져 있다. 둘째날은 배 타고 산호섬으로 가서 해양스포츠(돈이 든다. 포함사항이 아니면 1인당 10만원 정도 들여야 즐거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를 시행(?) 하고, 느긋하게 해변에서 일광욕을 할 시간도 없이 다시 본섬으로 와서 코끼리 트랙킹을 해야한다.

코끼리 트랙킹
코끼리 트랙킹 ⓒ 임준연
그런데, 이건 좀 동물학대 같다. 게다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 만류하고 싶은 코스다. 고무나무 농장 안에 위치한 트랙킹 코스는 쇠사슬에 묶여서 훈련받는 코끼리나, 코끼리 머리에 앉은 조종사(?)들이 연신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코끼리의 무딘 눈자위를 때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곤혹스러움이 포함되어 있다.

태국 전통식(여행 중 세끼는 전통식)
태국 전통식(여행 중 세끼는 전통식) ⓒ 임준연
점심식사는 태국 전통식. 마치 관광객들을 위해 잘 짜여진 식단인 듯 느껴진다. 장소를 이동해도 포함되어 있는 음식은 똑같은데 미지근한 콜라가 음료로 제공되고, 생선과 야채튀김, 계란부침, 오징어볶음, 버섯야채볶음, 전통스프 등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소스와 향료가 입맛에 꼭맞아서 과식을 할 정도 였지만, 일행 중에는 좀 느끼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어서, 일부 접시는 음식이 많이 남기도 했다. 다음날의 점심도 장소는 다르나 음식은 이와 꼭 같았다.

무에타이 경기 (전통식은 아니다. 전통식은 글러브 없이 과격하게 이루어짐)
무에타이 경기 (전통식은 아니다. 전통식은 글러브 없이 과격하게 이루어짐) ⓒ 임준연
우리가 좋아하는 유흥문화. 나이트 투어. 무려 40달러(4만원)를 투자했건만 싸구려 쇼 입장료나 노상에서 이루어지는 무에타이 경기를 보며 마시는 음료의 값으로는 많이 넘치는 듯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니면서 돈은 돈대로 들여야하나 하는 쓰라린 느낌. 숙소에 10시 넘어서 돌아오는데 거의 쓰러지다시피 누워 잠들어 버렸다.

팡아만에 위치한 제임스 본드 섬
팡아만에 위치한 제임스 본드 섬 ⓒ 임준연
마지막날 일정은 태국으로 다리를 건너서 가는 팡아만 해상여행. 역시 숙소로부터 장시간(2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또 매우 요란한 모터 소리를 자랑하는 (대화를 하려면 옆사람과도 약간 소리지르듯이 해야 한다) 20인승 카누를 타고 이동하는데 아름다운 풍광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앉아서 조는 일행도 생긴다. 바다 위에 넘어진 코끼리의 상아라는 유래의 팡아만은 점점이 박혀있는 높은 섬들이 인상적이다.

씨카누
씨카누 ⓒ 임준연
제대로 느끼려면 씨카누를 타볼 것. 안 타는 사람은 한 시간 동안 가이드와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어야 한다. 가격은 20달러.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지친다. 게다가 짬짬히 들러서 쇼핑을 강요하니 쇼핑에 흥미없는 사람은 그 시간이 아깝다. 태국에서 유명한 진주와 생고무로 품질 좋은 라텍스가 제작된다니 자연스레 관광객들은 호구로 전락한 듯하다. 추천하고 싶은 것은 요령껏 그 시간을 활용할 준비를 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마지막 일정은 원숭이 사원이고 왠만하면 상인들이 파는 땅콩과 바나나는 사지 않고 그냥 남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낫다. 잘못하면 원숭이 떼의 습격을 받고 몹시 상심할 수 있으니….

원숭이 사원
원숭이 사원 ⓒ 임준연
푸켓공항을 향하는 길에 한정식을 먹고(우리는 비빔밥을 먹었다. 다른 여행사팀의 경우는 다른 식당을 이용한 듯 보인다) 또 잠깐의 로얄제리와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갈등하는 일행의 모습을 보다가 공항으로 향한다. 다 늦은 저녁시간에 공항에서 허비하는 것은 동남아 여행의 필수 요건.

역시나 입국 심사와 마찬가지로 제 나라에서 돈 쓰고 나가는 관광객을 다시 돌려보내는데도 느긋한 그네들의 여유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쯤 되면 공항에 일찍 도착해야 하는 이유가 성립된다.

비행기에 오르면 저절로 감기는 눈꺼풀. 새벽에 나오는 기내식도 자연스레 거부하고 (올 때와 식단이 같다) 잠에 빠져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비몽사몽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서 한잠 더 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푸켓 패키지는 4일짜리와 5일짜리로 나뉩니다. 기자는 목요일 출발하는 4일 여정의 여행을 다녀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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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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