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의원단은 11일 워크숍에서 "연정론은 검토할 가치가 없다"며 당내 연정논의의 '종결'을 선포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후 여당과의 공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2기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요구하는 등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방침이다.
12일 오전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연정론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판 흔들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날의 논의 결과를 밝혔다. 심 수석부대표는 "1시간 20분 동안 연정에 대해 논의했는데 연정론의 배경이나 이후 가능성 등에 대해 의원들간에 별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심 수석부대표는 "개헌이나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당의 논의가 공약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후 당내 태스크포스팀에서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정론] "오늘로써 당내 논의 종결"
이날 워크숍에서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오늘로써 당내 연정관련 논의는 종결짓는다"고 못박았고, 심 수석부대표는 "이미 연정에 대한 내부 입장이 정리됐는데도 언론에는 우리가 연정에 여지를 둔다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연정 논란을 시급히 종식시켜야 한다"고 보다 분명한 선긋기를 주장했다.
권영길 의원은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레임덕 현상의 보완보다는 재집권이 (연정론의)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다"며 "집권의 일차적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동당 지지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은 연정 제안 등의 방식으로 계속 정치권을 흔들어댈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국보법,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양보'를 전제로 연정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노회찬 의원 역시 "연정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되며 연정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동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이날 워크숍에서 "열린우리당은 연정을 반대하고 있고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하는 사람도 소수"라고 주장하며 "문희상 의장이 누구도 못받을 안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여당의 연정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그동안 노 의원의 입장도 연정을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며 "이미 벌어진 연정 정국을 활용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공조] "공조의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
이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후 "민생개혁 주도권을 쥐기위해 여당과의 공조를 공세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최근 문희상 의장이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조건없는 추진'을 요구하며 "2기 정개특위 구성을 통한 선거법과 정당법 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지난 '윤 국방장관 공조'로 몸값이 오른 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공조정치는 밑질 것 없는 장사라는 것이 의원단의 판단이다. 개혁공조가 성사되지 않아도 이 과정에서 개혁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 수석부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공조는 개혁이 목적이지만 현재 열린우리당 개혁의지나 태도로 볼 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공조를 못할 때에는 여권의 개혁후퇴와 반민생적 성격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크숍에서 조승수 의원은 "연정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되 사안별 공조 의제는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수석부대표는 "선거제도만이 아니라 민생개혁과제를 주도적으로 여권에 제기해 민주노동당의 공간을 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최근 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가 '공조정치'를 비판한 데 대해 "그동안은 열린우리당과의 공조가 없었고 공조정치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노회찬 의원이 주장했던 '국민투표를 통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 수석부대표는 "노 의원 자신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다른 의원들도 주요 쟁점으로 삼지 않았다"며 "노 의원의 제안은 개인 의견일 뿐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이후 하반기 의정활동과 관련 "'주거, 교육, 의료, 연금, 세제개혁'을 5대 민생의제로 설정하고 '비정규직 문제-노사관계 로드맵, 쌀 개방, 신용불량자 문제, 여성 문제'를 4대 현안으로 정해 관련된 시민사회단체를 조직하는 '민생 대투쟁'를 펼친다"는 기조를 세웠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8월 최고위원회와 의원단, 지역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같은 투쟁 방침을 구체화하고 여당과의 공조 과제와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공조의제로는 부동산대책, 비정규직 문제 해결, 선거법 개정, 사립학교법 등의 공조의제 등이 거론됐다.
워크숍 이틀째를 맞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12일 오전 당직공직 분리 등 당내 권력구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정책위 기능 강화, 의정지원단 기능 조정 등의 사안들을 검검한다. 또한 오후에는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후 지방선거에서 의원단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