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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언 대구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 서태영
'준비된 은행장.' 지난 5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화언(61) 대구은행장을 평가하는 수식어다. 이런 수식어대로 그는 지난 100일동안 작심한 듯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 행장의 취임 후 대구은행은 '도시락 회의' '주말 등반 회의' '행장실 초청 간담회' 등 생소한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이어졌다. 권위주의를 청산하면서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로 혁신해야한다는 이 행장의 '의도'가 반영된 잇딴 '사건'들이었다.

'준비된 은행장'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70년 대구은행의 말단 행원으로 입사한 이 행장은 80년대말부터 뉴욕사무소장을 맡았고 지난 2000년부터 대구은행의 주가 회복을 위한 해외 IR(Investor Relation: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주도해왔다. 요즘 그의 이러한 이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행장 체제이후 대구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 행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 터진 '주가 9000원 돌파'란 호재 덕인지 다소 고무돼 보였다. 애초 서면 인터뷰와 곁들여 이날 인터뷰는 10여분 정도로 제한돼 있었지만 이 행장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채 한 시간여동안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이 행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며칠 전 대구은행 주가가 9000원을 돌파했다"고 말문을 열고 "IMF이후 8년만의 성과이면서 하나의 큰 사건"이라며 자평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꾸준히 IR을 통해 내·외국인 주주들에게 신뢰를 받은 것이 주가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가장 투명한 IR을 열어 주주들에게 검증을 받으면서 주주가치 경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장은 "세계적인 대형은행과 중앙은행들이 앞마당까지 다가온 상황속에서 지역은행이라고 해서 더 이상 애향심만을 강조하면서 안주할 수 없다"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만 은행도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역은행의 성공요건으로 ▲지역민과 호흡하는 지역은행 ▲주주의 신뢰를 받는 주주가치 경영 ▲직원부터 만족시키는 직원중심 경영을 거듭 역설했다.

이 행장은 또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은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대구은행은 구미 선진국들처럼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 사이버 독도지점을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공탁금의 지역은행 유치 문제와 관련해 이 행장은 "지역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금융이 잘 발달돼야 한다"면서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원공탁금이나 교육금고 자금 등 지역에서 조성된 지역자금은 지역은행을 통해 지역에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화언 대구은행장과 가진 인터뷰 요지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 서태영
-지난 3월 공식적인 취임식을 가지면서 '혁신을 통한 내부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취임 100일을 맞아서 그동안 벌인 '혁신'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은행장 취임후 경영이념과 전략을 새롭게 다듬고 조직,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혁신을 추진해왔다. 경영혁신의 핵심은 구체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 변화는 조직 구조나 시스템의 개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궁극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수행 프로세스와 그들의 사고 능력의 변화를 통해 이루진다고 본다. 그래서 환경변화에 가장 강한 은행으로 만들기 위해 은행의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왔다. 혁신의 성과를 말하긴 짧은 기간이지만, 취임 당시와는 달리 변화를 받아들이는 우리 직원들의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지역밀착 경영이 내실있는 성장 원인"

-대구은행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 580억원, 당기순익 279억원 등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을 대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지역은행으로는 눈에 띈다. 지속적인 선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동안 지속적인 지역밀착 경영으로 구축된 지역 내에서의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토대로 내실 있는 성장에 주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업규모의 안정적인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고 여기에다 예대업무와 비이자수입 부문 모두에서 수익 흐름이 순조로웠던 덕이다. 또 지속적인 연체관리와 부실자산에 대한 상각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줄어든 데 힘입은 바 컸다.

특히 지역에서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의 강점 또한 영업실적 증대와 수익성 제고의 원천이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지역의 공공기관과 학교, 병원, 단체들과 거래하고 있고 이들 기관이나 단체 직원의 82%가 대구은행에 결제계좌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한 저원가성예금의 비중이 총예금의 49.2%를 차지하고, 지역시장 점유율은 42.9%에 달하고 있어, 이것이 안정적인 수익 달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 서태영
-행장 취임 후 대구은행 내부에서 '도시락 회의'나 주말을 이용한 '등반 회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여전히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행보는 계속 이어가고 있나?
"고객이 만족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는 직장에 대해 만족해야 한다. 나는 취임과 더불어 서열과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자율적인 직장 분위기를 존중하면서도 일에 대한 책임을 다 하도록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청경, 창구전담직 등 일반 직원 10명을 은행장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들을 위해 직접 집무실을 소개하자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은행에 근무하면서도 은행장실을 구경해본 직원은 얼마나 있었겠나.

또 매주 월요일마다 사내 전산망을 통해 경영이념, 경영철학, 경험 등을 진솔하게 담은 CEO LETTER(편지)를 보내고 있다. 직원들로부터 감동어린 답장도 많이 받았다. 이외에도 관행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각종 회의는 종료시간을 미리 정하고 시작시간을 조정해 은행업무 시작 전인 9시 30분 이전에 모든 회의를 마무리 하면서 고객과 만나는 시간이 방해받지 않도록 했다.

또 필요한 때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도시락 회의라든지 등반 회의 등은 새롭게 만들어진 회의문화의 산물이다. 앞으로도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환원을 대구은행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지역을 위해 어떤 형태의 사회적 환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나?
"대구은행은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향토은행으로 최우선 경영이념인 지역밀착경영을 중심으로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 나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그 동안 대구경북지역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사회 환원사업을 펼쳐왔다. 또 우리 대구은행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하여 지역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DGB봉사단’이 있다. 앞으로도 DGB봉사단을 중심으로 사회봉사와 지역공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는 등 지속적인 사회 환원사업에 앞장설 생각이다."

"세계적인 은행이 앞마당까지 왔다...국제감각 길러야"

-대형 은행의 점차적인 진입으로 지역 토종 은행의 설자리는 위기에 처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른 지역의 은행 사정을 보면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대구은행은 지역 점유율 등에서 아직 눈에 두드러진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토종 은행이 살 길은 뭐라고 보나?
"세계적인 대형은행과 중앙은행들이 우리들의 앞마당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지역은행이라고 해서 더 이상 애향심만을 강조하면서 안주할 수 없다. 지역은행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대구은행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토종 은행이 살 길은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환경친화 경영과 투명하고 깨끗한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지역사회 봉사를 생활화하는 등 지역밀착 경영을 함으로써 지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아 지역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원공탁금 등 지역은행이 관리 맡아야"

-법원공탁금 문제가 얼마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어떻게 조정돼야 한다고 보나.
"지역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금융이 잘 발달돼야 한다. 현재 지역민들의 돈으로 채워지는 법원공탁금이나 교육청의 금고도 모두 중앙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원공탁금이나 교육금고 자금 등 지역에서 조성된 지역자금은 지역은행을 통해 지역에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은행도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블루오션 발굴해야"

이화언 대구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 서태영
-얼마전 CEO 편지를 통해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블루오션의 개념을 은행 경영과는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나?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새롭고 창조적이며 경쟁이 별로 없는 ‘블루오션’을 발굴하고 개척하는 노력이 우리 대구은행에게도 매우 절실한 때이다. 우리 대구은행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밀착의 기반 위에서 가치혁신을 통해 새롭게 수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와 고객을 찾아 내거나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블루오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난 2001년 8월 15일 개점한 사이버 독도지점은 유통채널 부문의 블루오션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한 평의 점포 공간도 없는 사이버독도지점의 고객수가 지난 6월말 15만9천 명이고 총예금 잔액이 1143억원에 달했다. 사이버 독도지점이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BM특허를 받은 이점을 살려 향후 사이버 독도은행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사이버 독도은행으로 발전될 경우 이는 우리 대구은행이 시-도의 경계와 국경을 넘어 뻗어나갈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사이버 독도지점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구은행은 독도 문제와 관련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구은행이 지역 사랑과 함께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애국심이다. 독도지점은 그런 부분의 일환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독도지점은 지난 2001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터넷상에 사이버 독도지점을 개설했다. 최근에 한일 간 독도문제가 불거져 우리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독도지점의 예금이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사이버 독도지점은 고객의 부담없이 은행측이 지급이자의 1∼10%를 독도가꾸기 기금으로 기부하는 한편, 매년 15명씩의 독도탐사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또 올 해 이미 독도탐사활동을 마쳤고 은행부담으로 지금까지 조성된 독도 기금액 총 7200만원을 독도박물관과 독도경비대에 기부하고 독도방문행사나 휴대폰 태극기 달기 등 나라사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법적 규제 완화되면 인터넷 전문은행 검토"

-독도지점의 경우 인터넷 은행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인터넷 은행으로 가기 위한 전망은?
"현재 대구은행도 다양한 안을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구미 선진국들처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관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 사이버 독도지점을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생각이다."

(*인터뷰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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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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