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으로 인한 촛불 화재로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번 사건은 세계경제규모 13위라는 한국의 인권 수준을 보여준 부끄러운 상징"이라며 에너지기본권 법제화를 다시 한번 요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에너지기본법안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빈곤가정 등에 전기, 가스, 난방열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에너지기본법은 이를 위해서 국가에너지위원장이 3년마다 '에너지생활기본권실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에너지공기업 등의 지원체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초 조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단전 및 재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월 현재 한번이라도 단전을 경험한 가구(고객)는 전국적으로 1만 4693가구에 이르며, 한겨울인 1월에 단전된 가구도 1361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단전 경험가구는 2868가구, 단전 중 가구는 186가구였다. 한전은 3개월간 전기요금 못 낸 가구에 대해 1주일 전 통보를 한 뒤 단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실정 때문에 빈곤사회연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등의 시민단체는 물론 에너지관리공단노조, 한전원자력연료노조, 한국전력기술노조, 한국가스공사노조 등 에너지 관련 공사 노조들도 '에너지기본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조 의원의 법안에 지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는 지난 88년 에너지기본권을 법으로 제정해 전력회사, 가스회사, 수도공급회사 등과 '에너지 연대기금'을 조성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 의원은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에너지기본권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 도입이 어렵다며 에너지기본권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산자부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는 양적, 질적 한계가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조 의원은 지난 2월 정부가 제출한 에너지기본법에 대해 "에너지 산업에 시장경쟁 요소의 도입을 확대하고 규제완화 등의 시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에너지기본법과 정부의 에너지기본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조 의원은 "에너지기본권 도입이나 '시장경쟁' 부분 삭제에 대한 공감대는 일정 정도 있지만 그동안 정부가 정부안을 꾸준히 고집해왔고 열린우리당도 이를 통과시키자는 의견이어서 이후 처리 결과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