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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재에서 내려다 본 인월 마을
사치재에서 내려다 본 인월 마을 ⓒ 정성필
나는 나에 대해 도전하기 위해 백두대간을 선택했다. 그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해야했다. 변하지 않으면 끝까지 갈 수 없다. 나의 변화는 버리는 일부터 시작됐다. 버려야 공간이 생긴다. 버리는 만큼 빈다. 비는 만큼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 버리고 나니 배낭이 훨씬 가벼워졌다. 날아갈 듯하다.

버리기 전과 버리고 난 후의 배낭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배낭끈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어도 걱정이 안된다. 왜 미리 버리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으나, 버리는 것도 여기까지 걸었으니 버리게 된 것이지 한 걸음도 걷지 않고 집에서 몽상만 하고 있었다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인생 끝까지 가지고 갔을 것이다.

변화는 결단이고 행동이다. 행동해야 알 수 있다. 백두대간을 시작하니 버려야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할 소중한 것이 분류가 된다. 앉아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도전을 하면 변한다. 변화를 원하면 도전해야한다.

사치재에서
사치재에서 ⓒ 정성필
나는 걸었다. 걸음은 행동이자 결단이다.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맞닥뜨려야한다. 발밑을 살펴야 하고, 배낭의 무게도 감안해야 하고, 날씨를, 신체의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마셔야 하고, 체온을 체크해야 계속 걸을 수 있다. 한 걸음을 걷기 위해 나의 무의식과 내 몸은 수없이 나를 체크하며 내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나는 한 걸음을 걷기 위해 버려야 했다. 처음 출발도 한 걸음으로 시작했다. 백두대간 과정도 한 걸음이다. 마지막 도착할 때도 한 걸음을 걸어야 도착할 것이다. 나는 그 한 걸음을 걷기 위해 버렸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을 걷기 위해 집안의 안락함과 포근함을 버렸다. 한 걸음을 걷기위해 인간관계의 그물망에서 빠져 나왔다.

나는 지금 자유다. 나는 지금 혼자다. 나를 간섭하는 것도 내가 간섭해야하는 일도 없다. 다만 나는 지금 한걸음을 걷기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결단해야한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그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나의 도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로 나는 변할 것이다. 변화는 정체된 내 삶에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인생도 뻔하다.

새맥이재 샘터
새맥이재 샘터 ⓒ 정성필
새맥이재 샘터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잡목 숲을 지난다. 배낭 위 헤드부분에 얹어 가로로 묶어놓은 텐트가 잡목 숲에 자꾸 걸린다. 시리봉까지는 지루한 잡목 숲을 지나간다. 잡목에 걸린 비닐이 찢어진다. 땀 때문에 걷어 올린 소매 사이로 드러난 살갗이 잡목에 걸려 상처가나고 만다. 맹꽁이 배낭만 아니어도 이런 잡목 숲은 날씬하게 빠져 나갈 듯한데, 옆구리가 불룩한 맹꽁이 배낭을 잡목 가지가 나꿔채기를 한다. 잡목 숲에서는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이다.

사치재 정상에서 아래에 있던 고속도로 휴게소와 멀리 마을의 전경을 보았다. 마을 논에는 논물을 가득 채웠나보다. 산 위에서보니 거대한 호수처럼 반짝였다. 시리봉을 지나면서 뒤에 고남산과 수정봉을 본다. 조금 가니 성터가 나온다. 돌로 쌓은 성터. 신기하다. 이 산중에 이런 성터가 있었다는 게. 의아하다. 돌은 가지런하게 잘 쌓여있다.

복성이재에서. 뒤로철쭉 군락. 배낭은 기울어져있다.
복성이재에서. 뒤로철쭉 군락. 배낭은 기울어져있다. ⓒ 정성필
성터를 지나 복성이재에 도착한다. 복성이재에서 흥부마을로 내려간다. 마을로 가면 떨어진 배낭끈을 꿰맬듯해서 마을로 간다. 마을이 바로 아래에 보였는데, 지쳤는지 너무 멀다. 내려가도 논만 나오고 민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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